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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Lucy Jan 06. 2024

온 마음으로 축하한다는 일.

질투나 시기는 저리 치워버리고.

새해가 좋은 기운을 몰고 온 건지 주변에서 기쁜 소식을 접하는 일이 늘었다. 누군가는 결혼을 결심했고, 누군가는 본인이 그토록 바라던 자리에 정규직이 되었다. 실로 다양한 일이 벌어지는 가운데 축하와 축복을 빌어주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내가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일이기에 그런 것도 있겠고, 최근 누군가에게 축하할 일이 생긴다면 시샘과 질시 없이 온 진심을 다해 축하해 주자 다짐했기 때문이다.


순도 100%의 마음을 담아 상대방의 좋은 일에 기쁨과 축하를 표하는 것. 솔직히 갈수록 어려운 일이긴 하다. 온 세상을 경쟁자로 만드는 시대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서로의 레이스를 펼치는 지인 사이에서도 경쟁의식은 생기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남들보다 빠른 승진을 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분야에서 성공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다 보니 괜히 초조해질 때가 있기도 하다. 같은 동네에서 나고 자란 친구라면 모르겠지만 사회에서 각자 다른 배경과 경험을 끌어안고 만났기에 애초에 출발선 자체가 다른 경우도 많은데, 그렇게 생각해 보면 다른 사람과의 비교 자체가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생전 살면서 한 번이라도 스칠까 싶은 사람과의 비교보다는 눈앞에 있는 친구와의 비교가 더욱 명징하게 와닿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건강한 자극을 받고 싶으면 주위에 좋은 친구들을 두라는 거겠지.


시샘의 마음도 나 자신이 성장하고 싶은 욕구에서 발현되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 마음까지 예뻐 보이는 건 아니다. 처음에는 소소하게 시작된 질투라 해도 건조한 들풀에 붙은 불씨처럼 걷잡을 수 없이 화르륵 퍼져나간다. 그 친구가 그 성과를 얻을 만큼 노력했는지를 검증하려 들고, 그럴 자격이 있는지를 시험하며 그 성과가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인지를 재단하려 든다. 치사한 점은 이런 의도가 축하 인사에 은근히 배어있기 때문에 축하받지 않았다고 하기도 뭐 하고, 그렇다고 무슨 얘기냐고 따지기도 애매하다는 점이다. 시샘과 질투의 끝은 예쁘지 않고 그 상황의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 독 같은 대화를 만든다.


누군가에게 좋은 이야기, 예쁜 이야기를 해주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제까지 시샘이나 질투의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나도 사람인지라 나는 방황하고 갈피를 못 잡고 있는데 쑥쑥 퀘스트를 경쾌하게 깨나 가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고 질투도 난다. 마치 같은 선생님에게 과외를 받았는데 나는 수학의 정석 1장에서 멈춰있고 친구들을 진작에 완주해서 책거리까지 마친 느낌이다. 하지만 내 맘이 지옥이라고 한들 상황이 바뀌랴. 그리고 다소 유치하고 이상적인 마음이라도 주변의 기쁜 일들에 내가 진심을 다해 축하해야 그 운이 나에게도 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나중에 나 역시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진심으로 축하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만일 그게 그런 '척'이라도 뭐 어때. 애초에 사람은 생존을 위해 한껏 치사하고 비열하게 프로그래밍된 존재지만 '아닌 척'으로 사회화가 되었고 '척'이 우리 모두의 동고동락을 지탱하는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 나에게 축하하는 척을 하고 뒤돌아 내 미래에 저주를 퍼붓는대도 나만 모르면 어떤가. 그렇다고 나까지 저주를 퍼부을 생각은 없다만.


최근에 어떤 아이돌의 콘텐츠를 보다가 어떤 멤버가 말을 하려고 입을 열자 멤버들이 "와, 재밌겠다"하면서 이야기해 보라고 북돋는 모습이 참 감명 깊었다. 나 아닌 누군가가 주목받는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질투나 시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우리 모두가 잘 되었으면 하는 순수한 마음만 보였다. 사실 단체 활동을 하면서 내 옆에 멤버가 뜨면 초조한 마음이 들 법도 한데, 그렇게 응원하는 마음이 참 예뻐 보였달까.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친구가 무언가 일이 잘 풀렸다고 하면 "와! 네가 노력한 거 보고 진짜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이뤄내다니 진짜 멋져"라고 응원할 것이고, 뜻하지 않은 행운을 거머 줬다고 하면 "올해는 진짜 뭘 해도 될 날인가 보다, 아주 기세가 좋아!"라며 축하할 것이다. 그렇게 돌고 돌다 보면 처음엔 경주 레이스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던 이 운동장이 서로 손을 잡고 춤을 추는 춤판이라는 걸 알게 될 수도 있겠지. 


좋은 일들아 더 많이 많이 와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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