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으로 사라지지 않을 나를 쌓아가는 과정
인생에서 성공이란 무엇일까
인생에서 성공이란 무엇일까.
성공이란 무엇일까. 직장인인 내게 가장 가까이에 보이는 성공은 현재 속한 소속(집단)에서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일이었다. 회사에서 더 많은 의사결정권을 가진 관리자의 자리로 올라가고 더 멀리 봐서 진급을 하고 임원이 되는 것은 통상적인 성공의 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집단 안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로 올라간다는 것은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일을 눈에 보이는 성과로 만들어 볼 수 있는 큰 기회라는 생각을 해본다. 조직 안에서의 성공으로 일을 통한 순수한 성취감과 만족감, 경력과 인정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돈도, 명예도 꽤 많이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직을 통해 몸값을 올리는 것 역시도 직장인에게는 성공의 모습 중 하나인 것 같다. 본업에서 성과를 나타낸 사람들, 또는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면서 인정받은 사람의 이야기. 성공 이야기는 분명한데 , 혹시 너무 오래된 성공의 모습일까?
요즘 성공의 모습은 예전보다 훨씬 다양해진 것 같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조직 안에서 성공하지 않았다고 하여 일에 대한 성취감과 삶에 대한 만족감을 느낄 수 없는 것이 아니고 돈을 벌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조직 안에서 목소리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퍼지느냐, 그 차이는 뚜렷하게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제는 조직 안에서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모두가 바라지 않는 시대에 들어선 것 같다. 영향력이 적더라도,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한 만족감이 높을 수도 있고 다른 준비(이직 퇴사 창업)를 하느냐 바쁠 수도 있다.
개인의 만족감과 경제적인 부에 대한 관점으로 성공을 바라보더라도 굳이 피라미드안에서 위로 위로 올라가지 않아도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아리송해진다.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하고 나의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더라도, 애쓰지 않더라도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내가 어느 것에 시간을 더 쏟을 것인지, 개인의 선택이 예전에 비해 무척이나 다양해진 것 같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머리로는 알면서도 내가 조직 안에 있다 보면 이런 성공, 올라가기에 대한 의식을 없애기란 쉽지 않았다. 내가 휴직했다가 복직하고서 진급을 못했을 때, 성과를 내야만 한다는 압박감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서점에 가보면 더 이상 직장에서 임원을 달고 승진을 하는 비법은 보이지 않는다. 일잘법 또는 몸값 올리기, 이직 가이드에 대한 책은 있어도 직장 내에서의 성공에 대한 책은 거의 없는 것 같다. 회사 안에서는 늘 팀장님, 상무님 이야기로 주거니 받거니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주식투자로 한방에 30억을 번 전문직 종사자의 이야기, 몇 년간의 부동산 투자로 수십억의 자산을 쌓은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에 훨씬 더 주목하고 있다.
직장인 들 역시도 관심을 가지는 쪽은 지금 바로 돈버는 방법(주식투자 암호화폐 NFT까지)이 아니지 않은가. 투자 또는 창업이나 사업에 대한 책은 많이 보인다. 조기 은퇴를 한 파이어족의 이야기, 본업이 아닌 다양한 루트로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한 관심도 한참 유행이 지난 듯해도 여전히 열기는 식지 않은 것 같다.
유튜브 책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파되고 있는 성공한 사람들의 모습은 조직이 아닌, 조직을 벗어난 개인으로서 원하는 바를 달성한 이들로 보인다. 이 시대 가장 대표적인 성공의 아이콘을 들어보면 신사임당이 떠오른다. 단군이래 가장 돈 벌기 좋은 시대라고 말한 신사임당 역시도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방법으로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였지 않았나. 그리고 그 메시지를 유튜브로 사람들에게 전파하면서 지금의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고 더 많은 성공을 이뤄가고 있는 것 같다.
점점 더 많은 영역에서 개인에게 더 많은 권한이 이동하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 성공의 기준도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으로 바뀌어 가는 것일까?
이 시대의 흐름이 그렇다면....
그럼 내가 생각하는 성공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답을 하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나는 살면서 꼭 성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성공하기 위해 그렇게까지 노력을 쏟아붓느니 차라리 한 발짝 물러서서 성공하지 않아도 나는 괜찮아- 라는 자조적인 태도를 보인 모습이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그 편이 내 마음이 더 편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태도로 적당히 현실과 타협을 하며 살아오는 시간은, 그때 그 순간, 순간의 마음은 느긋하고 편할지 몰라도 나의 삶을 축적한 이후에 뒤돌아봤을 때는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 같다. 한발 물러섬은 그저 그 순간의 안락함에 가까웠지 않았을까.
아마도 그 시점이었을 것이다. 작은 집에서 살 때 그렇게 원했던 30평대의 내 집을 마련하고 안방 거실 아이방, 남편 서재까지 요모조모 마련하여 보금자리를 만들었을 때.(그 당시엔 3인 가족이었기에 3명에게 공간이 충분했다.) 외제차는 아니었지만 국산 SUV 차는 있었다. 내가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왔기 때문이었을까? 서울 사람들의 당연한 욕망이자 성공의 기준이었던 강남 아파트 또는 학군지 아파트는 애초에 나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느껴졌다. 그 거리감만큼 열렬히 바라지 않았다.
신입사원 시절, 강남 출신(?)의 내 또래 동료를 보면서 묘하게 느꼈던 거리감이 있었다. 이상하게 그 사람들은 언제나 여유 있어 보였고 일도 쉽게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또한 나의 편견이었겠지만 그때는 그런 거리감이 크게 와닿았다. 이제 막 세상에 나와, 서울에 내 방 한 칸도 없는 나와는 너무도 다른 세계의 사람들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나는 내 집 한 채에 차 한 대였을 뿐이었지만 내가 이루어야만 하는 최소한의 것은 이루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차라리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갖고 싶어 하는 것이 좋았을까. 내가 할 수 있는 것만큼은 해낸 것 같다는 만족스러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오히려 허망함에 더 가까웠을지도 모르겠다.
어째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아주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물질적인 것으로(강남 아파트도 아니고 명품도, 외제차도 여전히 없지만) 나의 진짜 내면을, 나의 자아를 충족시킬 수는 없다는 신호였던 것 같다. 이사를 하고 나서, 이전 동네에서 참 친하게 지냈던 동네 언니와 한순간에 멀어짐을 겪었다. 이사 이후로 한 번 얼굴 보자고 해도 이상하게 얼굴 보기가 어려웠던 어느 날, 전화가 걸려 왔다. "너네 부부가 그렇게 돈 안 쓰고 돈 모으면서 열심히 사는 거 옆에서 보면서 알았지만... 그래." 그 이후 안부 인사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소심했고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하지 않은 것이 더 큰 이유가 될 것이겠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말 신기루 같은 성공은 아니다. 물질로 증명하는 삶도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여전히 경제적인 독립은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다면 것은 더욱 중요해진다.
다만 경제적인 안정과 독립은 내가 원하는 삶의 수단이 되어줄 뿐이었고 그 자체로 결과가 될 수는 없었다.
그 이상으로 나 스스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만족감, 충족감을 원하는 것은 분명했다. 현재의 나, 직장 소속의 나라는 껍데기를 걷어냈을 때에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것, 나를 둘러싼 테두리가 아니라 진짜 나의 것 나의 모습을 쌓아가고 이뤄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우리는 정형화된 성공의 모습이란 이미 존재하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다. 누군가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만들면서 성공을 경험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고 공유하고 메시지를 전하면서 성공을 쌓아가고 있다.
어떤 일을 달성하면 대부분 즉각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충동적인 쾌락처럼 달성도 긍정적인 감정을 낳는다. 하지만 쾌락처럼 달성도 믿음직하지 않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질문이 고개를 든다. '정말로 믿음직스럽고 긍정적인 감정은 어디서 올까?' 바로 가치 있는 목표를 추구할 때다.
책임이 없으면 행복은 없다. 가치가 있으며 다른 사람이 그 가치를 인정해주는 목표가 없으면 긍정적인 감정은 없다. 사소한 목표를 정하고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얄팍한 전략을 세웠다면, 당신은 별로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당신에게 그 일은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당신의 관심이 충분히 우러나오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마땅히 추구해야 할 목표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당신에게 죄책감과 부끄러움, 초라함을 한꺼번에 안겨줄 것이다.
- 책 질서 너머 160p / 조던 피터슨
내가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추구하고 싶은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느꼈던 감정은 불안함이었고 지나온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어쩌면 슬픔도 있었던 것 같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나 역시도 여전히 생각과 말뿐인 삶은 아닐까 하는 반성도 함께한다.
십여 년간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회사를 떠나는 뒷모습을 많이 보았다. 입사동기부터 선배 후배 한참 윗사람들. 회사가 개인의 삶을 지켜주지 않는 것은 너무도 명확했고 언제나 나의 피부에 가까이 와닿는 현실이었다. 다만 그 때에 그 순간에 떠나는 사람이 내가 아니었을 뿐이었다. 언젠가는 내 차례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척하며 더 열심히 이기려고 살아온 것은 아니었을까.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했던, 어느 날의 나지나치게 앞날을 걱정하지도 않고,
지레 겁먹으며 포기하거나 한 발 물러서지도 않고,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을 다하는 삶.
껍데기나 타이틀이 아니라 진짜 나의 것으로 남기를 원하는 것.
결과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지라도, 과정 그 자체에서 만족감을 얻는 일.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과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바라보며 불안해하지 않고 그저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것에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삶을 살아야겠다. 목표는 멀리 바라보되 지금은 당장 할 수 있는 것, 그것부터 해보자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해본다.
우리는 날카로운 자의식을 가진 존재이자 생애 전반에 걸쳐 자기 자신을 개념화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래에 매여 있다. 도망치는 건 불가능하다. 어떤 것에 매여 있어서 그것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불가능할 때 취할 수 있는 올바른 태도는 자발적으로 돌아서서 그것에 맞서는 것이다. 단기적이고 충동적인 목표를 버리고 더 큰 목표를 가져라. 그것이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동이다.
- 책 질서 너머 160p / 조던 피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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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은 인생의 성공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