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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담 Jun 20. 2022

집순이지만 도시에 살고 싶어.

17년 서울 살이의 기록 



"저는 올림픽대로 운전하고 한강 따라 서울을 가로지를때, 펼쳐지는 시티뷰를 바라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 주말에 어디 나가는게 싫은, 잠많은 집순이 내향인 C. 어릴적에는 지방에 살았고 서울살이를 꿈꾸었다. 지금은 어릴적 꿈꾸던 서울에 살고 있다.


"C는 도시여자네 도시여자~ 사실 나도 그래요. 엄마 집에 갈때면 올림픽대로 타고 경부고속도로를 타는데 그 길도 참 좋고, 엄마 집에서 올라올 땐 밤에 반대방향으로 오는데 그때 야경보는 것도 너무 좋고. 서울 야경보며 집으로 오는 길엔 다른 나라 야경이 부럽지 않더라고요."

- 도심속 테라스, 루프탑 라이프를 꿈꾸었고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의 테라스하우스에 입주하며 현실에서 원하는 바를 이룬 A.


"아.. 나도 친정집갈때, 대구 시댁 갈때 똑같은 기분인데 신기하네요!"

- 도심에서 살고 싶지만, 현실은 집순이 C.


"......"

- 흙과 초록초록 마당이 있는 삶을 꿈꾸는, 진짜 시골의 삶, 귀촌살이를 바라고 있는 서울 사람, 서울 직장인 B.


.. 

비슷한 연령대 긴 시간 맞벌이 직장생활을 해온 그녀들 A,B,C의 대화 중에서.






어릴 적 나는 지방도시에 살았는데, 어느때 부턴가 서울 살이를 꿈꾸었다. 지방도시에 살았던 내가 왜 서울살이를 꿈꾸었을까, 어릴적 생각나는 몇몇 장면들을 소환해보았다. 우리집은 충청권 광역시였고 부모님의 본터가 충청도는 아니었기에 일가친척(부모님의 형제자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들은 모두 경기도 또는 서울에 살고 있었다. 명절마다 귀향길에 역행하여 서울 큰집에 가는 것이 우리 가족의 명절 일과였다. 친척들 중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거주하는건 우리 가족 뿐이었다.


초등학교, 중고등 시절 명절마다 차례를 지내러 큰집에 갈때면 "서 울" 이라고 크게 쓰인 톨게이트를 통과해야 했다. 차선을 세기 힘들만큼 커다랗고 넓은 톨게이트에 진입하면서부터 대도시의 위엄이 느껴졌다. 그리고 분명히 "서 울" 톨게이트를 통과했건만, 진짜 서울까지는 한참을 더 가야 했다. 지리를 잘 모르던 학생이었던 나는 도대체 서울은 얼마나 큰 도시인가, 이런 막연한 생각을 하곤 했다. 나중에 성인이 되고서야 서울 톨게이트는 분당즈음에 위치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지만. 차례를 마치고 반대로 집으로 내려올 때 통과하는 톨게이트는 한손가락으로 세어지는 차로의 톨게이트였고 참 작고 소박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톨게이트의 규모가 작았던 만큼 서울 진입 톨게이트가 주는 느낌은 강렬했다.



수도권에 거주하시는 친척들 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건 어딜 보고 보아도 딱, 서울 사람 같은 똑부러진 외모에 서울 말씨를 쓰시는 외숙모, 큰어머니였나보다. 대체로 느릿했던 익숙한 지역 말투와는 달리 하이톤에 올림음으로 끝나곤 했다. "고은이 왔구나~? ~했니? ~했구나?" 사투리를 쓰진 않았지만 느릿하고 구수한 어투가 더 익숙한 지역에 살았던 나에게는 귀가 쫑긋 해지는 어투였다. 


어쩌면 나는 겨우 톨게이트와 말씨 하나에서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품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나도 한때는 테라스 라이프를 마음껏 꿈꾸기도 했었다. 그러다 출퇴근 거리, 아이 학교 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타협에 타협을 거듭하여 지금은 우선순위에서 내려놓았다. 당장 출퇴근 시간과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의 등하교길이 나에게 더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내향인 답게 사람이 많고 복잡한 곳은 좋아하지 않는다. 익숙하고 조용한 곳을 좋아한다. 그리고 외부 활동보다는 대체로 집에서 쉬는 것을 더 편하게 느낀다. 그럼에도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순 없으니 가볍게 산책하기에 적절한 공원이 갖추어진 곳을 원했다. 


집순이지만 가끔 있는 약속을 위해서는 멀지 않게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기를 원했다. 다시한번 더 느끼는 역세권의 중요성이기도 하다. 꼭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인에게만 역세권이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나의 지금 거주지는 집순이로 조용히 틀어박히기에도, 가끔 약속을 위해 지하철을 타고 나서기에도 적절한 위치일지도 모른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아이들이 자라는 만큼 더 넓은 평형으로의 이사욕구도 강렬해진다. 하지만 거주지를 바꾸지 않고 넓은 평형으로 이사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많은 비용이 쓰이는 일이기도 하다. 외곽지로의 이사는 지금의 내가 원하는 삶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이 느껴진다. 넓고 쾌적한 삶, 자연과 가까운 삶도 분명 내게 매력적인 집의 요소이다. 하지만 내가 소유하고 있는 자본이 넘치도록 충분하지 않은 이상 도시에 살면서 원하는 모든 것을 실행에 옮길 수는 없다. 4인 가구의 도심 속 적정한 삶. 적정한 서울 살이를 나의 욕구와 비교해가며 계속해서 탐구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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