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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담 Nov 11. 2020

남편이 나 몰래 빚을 내어 주식을 살 줄이야.

맞벌이 부부 '돈' 이야기

올해 뉴스 속 동학 개미로 표현되곤 했던 소액 주식 투자자들의 이야기는 멀리 있지 않았다. 2년 전쯤이던가 뉴스에서 비트코인 투자 열풍으로 시끄러웠던 때가 있다. 그 즈음 점심시간이 되어 부서 사람들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구내 식당으로 이동하다보면 그 짧은 시간에 여러 비트코인 이야기들이 오르락 내리락했다. 나는 잘 모르는 여러 이름들. 비트코인이니 그 비슷한 암호화폐 이름들이 더이상 직장 동료들의 입에서 나오지 않 그 빈자리는 주식 종목의 이름들이 채워갔다. 나는 주식계좌가 있지만 아주 오래 묵혀놓은 종목 하나 보유만 하였지 거래를 하지 않았다. 알쏭 달쏭한 약자들이 오가는 알아듣기 어려운 그 대화가 도대체 무슨 말인지 궁금해서 형식적인 질문을 던져보기도 했다. 답을 들어도 라질 건 없었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나조차도 점심시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 타고 내려가면서 증권어플 열었다. 그리고 관심 종목으로 추가해둔 주식들의 오름세와 내림세를 체크했다. 활발하게 매도, 매수를 하진 않았지만 뉴스 속 개미 투자자, 그 안에 내가 있었다. 물론 아주 오래전부터 주식에 관심이 많은 남편도.



"자기야, 나랑 친한 그 책임님 말이야, 올초에 코로나 사태 터지고 주가 곤두박질칠 때, 원래는 빚내서 주식 매수하려고 했었대."

평소 내가 꺼내는 말에 그다지 귀기울이지 않던 남편이 왠일로 반응을 보였다.

"빚을 냈다고, 얼마나 샀는데? 대박이네?"

"아니 산건 아니고, 사려고 하다가 남편분이 반대해서 사진 않았대."


나는 주식투자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올해는 좀 달랐. 코로나 사태가 지고 가용 자산을 끌어모아 빚투를 했더라면, 단기간에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난 그래도 빚내서까지 주식을 사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기는 해. 불안하니까."

"......"


"나 현대차 샀다고 했잖아. 얼마 샀는지 왜 안물어봐?"

잠시 뜸을 들이던 남편이 얼마전 현대차 주식 매수한 이야기를 꺼냈다.


"샀다고 했으니, 다른 주식 팔아서 산 줄 알았지? 얼마나 샀는데?"

"천만원쯤...?"

"안팔았어?그럼 무슨 돈으로 산건데?"

"......"


남편이 말을 이었다. 얼굴에는 괜한 미소를 띄우면서.

"마이너스 통장에서 꺼내 썼. 난 자기가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몰랐어?"

 

천연덕스럽게 웃고있는 남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잠시 멍-해지는 것 같았다. 회사에서 사실 아내 몰래 마이너스통장이나 대출을 끌어와서 주식투자하는 분들을 많이 보았다. 남편에게 말못할 비밀이 있는지도 모르는 그 분의 아내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바로 그 불쌍한 아내 되어있었다.


"마이너스통장? 무슨 말이야?"

"수익 나면 팔아서 바로 상환하려고 했어.."

"정말 천만원 뿐이야?"


마이너스 통장. 남편의 은행 계좌에 만약을 대비해 만들어놓은 마이너스 통장이 하나 있최근에 남편이 1년 더 연장하고 온 일이 생각났다. 서로 연장할까 어쩔까 하다가 연장하기로 말한 그 통장이었다. 입출금 계좌를 하나 더 만들어야지 왜 용돈 통장에다가 마이너스를 연결했냐고 남편에게 잔소리했던 지난 일떠올랐다. 그 생각이 나자 그때부터  화가 올라왔다.


아니 처음부터, 늘 사용하는 계좌에 마이너스 통장을 연결하면 돈 나가고 들어오는 내역이 섞여서 복잡해지니깐, 따로 만들라고 했었잖아.어느새 나는 생각하던 것을 말하고 있었다. 아마 그 쯔음부터 내 표정도 말투도 나빠졌나보다.


긴 육아휴직 이후 복직을 한 이후로 내 월급은 "내 급"이라는 이유로 저축을 다. 난 복직도 하기 전부터 퇴사를 해야겠다 생각다. 그러려면 내 시간과 맞바꾼 급여를 그냥 지출하고 싶지 않았다. 복직 초기에는 카드값이 많이 나와 그것을 몇 번 메꾸기도 했지만 이제는 남편 급여로 생활을 하고, 대출 이자를 내고, 거기서 일부를 남겨 저축까지 하는 것이 자리가 잡혀가고 있는 중이었다.


직장에서 주변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본인의 월급 액수를 와이프에게 정확하게 오픈하지 않기도 했다. 혹여 와이프가 쇼핑을 많이 해서 카드값이 많이 나오면, 차마 말못하고 마이너스통장으로 카드값을 메꾸는 모습도 보았다. 그에 비해 우리는 서로 급여를 오픈하고 공동으로 관리왔다.



왜 나한테 말을 안하고 마음대로 한걸까?  

내가 그렇게 내 마음대로이고 말이 안통했나?

몇번 투자문제로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투기도 한 일 떠오르며 화가 나면서 미웠던 마음이 어느새 서운함으로 번져갔다. 불과 한 달도 채 안된 일이라곤 하지만, 남편이 제법 큰 돈으로 주식을 사면서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니.


더이상 다투는건 의미가 없었다. 내 이름으로 된 예금 통장 하나를 깨서 남편의 마이너스 통장 천만원을 갚았다. 식의 향방은 남편에게 맡겼다. 이 일의 원인을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남편의 원하는 투자 방향과 내가 바라는 바가 온전히 일치하지 않았다. 주식투자를 더 원하는 남편. 시간이 걸리더라도 먼저 목돈을 모은 후 안정 자산 투자를 원하는 나. 온전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목돈을 위해 저축을 했던 내 선택을 우리가 합의한 결과라고 오해를 했음을 깨달았다. 어쩌면 지금껏 부부의 급여통장 "관리업무"를 한다는 이유로 otp를 손에 들고 더 많은 것을 내 마음대로 해온걸지도 모르겠다.




올해 읽은 책 [존리의 부자되기습관] , [돈의 속성] 내용을 떠올려본다. 사실 나도 그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주식투자를 길게 해보겠다 마음먹기도 했다. 소액이지만 동학개미대열에 합류했고. 주식은 사고 파는게 아니라 돈이 생길때 마다 사 모으는 거라 책에서 말했지. 그래 내가 남편의 모든 것을 어떻게 알겠나. 서로 모르는 면이 있는건 당연한거지. 다음엔 안그러기로 약속을 했고, 나도 남편에게 매월 투자금을 급여에서 지급하기로 합의했으니.



울렁이는 마음을 잔잔하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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