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담 May 29. 2021

비트코인으로 남편과 합의를 보았다.

여전히 돈과 투자로 투닥거리는 부부

눈에 보이는 안정자산에 관심이 많은 나.

느려도 눈에 보이는 게 확실하고 좋았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게다가 빠르게 변한다면 더 불안했다.


vs


시시각각 달라지는 주식을 바라보며

경제공부를 겸하며 재미있어하는 남편


몇 년 묵혀야 결과가 보이는 부동산 대신

오늘 사고 내일 오르는 주식에 푹 빠졌다.

물론 오늘 사고 내일 내리는 일이 더 많지만.






주식투자 비중 문제로 긴 시간 부딪혔다. 원래 투자는 그렇게 해야 하는 거라면서 자꾸만 주식 투자의 비중을 늘리길 원했고 나는 왜 상한을 지키지 않느냐며 반발하곤 했다. 맞벌이 부부의 수입 중 남편의 급여는 우리 생활이나 경조사 비상금에 주로 쓰였고, 내 급여분이 대체로 여윳돈으로 남아 저축하는 돈 쪽이었다. 어차피 하나로 합쳐질 돈이었지만 묘하게 쓰임새가 그러했다. 그러다 보니 여윳돈을 저축하느냐 투자하느냐에 대한 의견은 내 입김이 조금 더 강했다. 남편 입장에서는 못내 억울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연유로 남편이 마이너스통장을 몰래 일부 사용했다가, 실토하여 예금 하나를 해지하여 상환한 적도 있었다.


어디 가서 투자를 했다고 말하기에는 매우 부끄러운 초보 투자자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부동산에 매력을 느꼈다. 눈에 보이는 것, 실물로 보이는 것, 그리고 실제로도 토지를 지분 몇 평이라도 가지고 있긴 하고 말이다. 당장 떨어지는 수익이 없고 변화를 시시각각 체크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길게 보면 분명 가격의 변화와 흐름은 있는 터였다. 난 그러한 미래의 투자를 위해 계속해서 종잣돈을 모으기를 원했다.


갈 곳 없이 예금 입출금통장에 제법 쌓여가는 목돈을 보며 남편은 그게 못내 아쉬웠나 보다. 충분히 공감이 되기는 했다. 내가 생각해도 입출금통장에 몇 달이고 돈을 묵혀두는 것은 미련한 행동이 맞으니까.


그렇지만 우리는 나의 급여는 종잣돈을 위해 계속 모아가고 남편의 급여에서 남는 돈은 남편이 원하는 주식투자를 하는 것으로 1차 합의를 보았다. 남편의 급여로 생활비며 대출이자,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 아이 교육비까지 모두 충당하니 당연히 남편 급여에서 남는 돈의 액수는 크지 않았다. 그래도 예전엔 남편 급여에서 카드값 내고 나면 남는 것도 없었는데, 불필요한 카드 지출을 나름대로 애써가며 줄여온 결과와 자연스레 시간이 지나며 연봉 인상분이 더해지면서 이제 남편 급여에서는 작게는 50만 원이 남고, 많을 때는 140만 원이 남기도 한다. 문득 적고 보니 생활비와 고정비를 더 줄여야겠단 생각이 다시 들지만... 현재는 그렇게 투자의 일정 부분을 남편과 나 분리하여 진행중이다.



내가 블로그에 올린 남편과의 비트코인 투자 쟁탈전 포스팅의 날짜를 확인해보았다. 1월 중순. 포스팅을 하기 한참 전부터 남편은 코인 투자를 해봐야 한다며 은근히 내게 이야기하곤 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나의 입장은 코인 투자는 절대 안 된다. 싫다.로 반대 의견이 굳건했다. 정 하겠다면 주식투자 비중을 줄여서 해라, 나는 코인 투자에까지 돈을 더 넣기는 싫다. 였다.



그러던 중 남편 카톡으로 툭 건네 온 유튜브 링크가 하나 있었다.

달러는 가짜. 비트코인 사라- 라는 번역 자막이 붙은 로버트 기요사키의 영상이었다.


마침 나는 오래된 책,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겠다 마음먹고 책을 들춰보고 있던 터라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기요사키라 함은 아주 오래전부터 직장인들의 돈에 대한 프레임을 깨어주고 자본주의를 제대로 알려주고자 애써오던 이가 아니던가. 나는 얼마전 까지도 그런 부자아빠 가난한아빠나, 부의추월차선과 같은 책들을 제대로 읽지도 않았었고 그렇게 그 책들을 멀리하고 마음을 닫고 지나온 과거의 세월들이 무척 아쉽기도 한 즈음이었다. 그런 기요사키가 코인을 말한다고?


영상의 썸네일에는 비트코인 사라- 라고 자극적으로 붙어있었지만 그 영상의 이야기는 꼭 코인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었다. 1971년 미국의 금본위제도 폐지 이후 달러의 가치는 지속 하락하고 있으며 코로나로 인한 양적완화가 상상 이상으로 많은 액수라는 이야기를 덧붙이는 "달러(현금)의 가치 하락"에 대한 경고였다.


사람들은 투자가 두려워 안전하게 돈을 지키기 위해 은행에 예금을 하여 예치하지만 그것이 결코 안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지난 수년간의 경험으로 깨달았다. 현금과 실물 자산과의 격차가 빠르게 벌어질수록 아니 어쩌면 실물 자산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 이전에 이미 현금의 가치 하락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돈이 가치가 있으려면 희소해야 하는데 그 희소성은 계속 떨어지고 있었고 희소성 있는 자산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오를 수 밖에 없는 지금이기도 했다.


희소성있는 자산을 실물 확인이 되는 부동산으로 보고 있었다. 남편은 주식이었고. 영상 속 기요사키는 비트코인 역시 그러한 자산이 있음을 말하긴 했다. 어쨌든 비트코인은 채굴량이 정해져있으니 마구 찍어낼 수 있는 달러보다야 희소성 측면에서는 가치가 있는 것은 맞았기에. 환급성은 또다른 문제이지만.




그럼 우리 비트코인 한번 사보는 걸로 할까?



우리 부부는 주식투자 1차 합의에 이은 2차 합의를 보았다.

그러면 천만원으로 비트코인을 사보자고.

대신 한 명이 천만원을 들고 있진 말고 남편과 내가 5백씩 나눠서 들고 가보자고 말이다.



얄궂기도 하지. 역시 여기저기서 떠들고 모두가 관심을 가지는 시점은 이미 늦었던 것일까. 내가, 또 남편이 비트코인을 처음 매수했던 가격은 6400만원이었다. 더 정확히는 나는 비트코인을 매수했고 남편은 여러 가지 종류의 알트코인을 매수했다. 비트코인은 그후 8천만원까지도 잠시 오르기도 했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대체로 플러스 5% 정도 의 수익률에 머물렀고 어쩌다 간혹 마이너스 5%가 되기도 했었지만 다른 알트코인에 비해서는 가격 변화가 무척 안정적이었다. 역시 비트코인은 화폐로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걸까? 정말 1억까지 가는걸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뉴스가 터지고 폭락장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나는 그때 프로젝트 독서모임이며 블로그 1일 1포를 비롯 사이드잡으로 너무 바빴다. 아이들도 못챙기고 있었으니 코인 가격은 커녕 주요 뉴스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던 때였다. 몇달간 큰 변화가 없던 가격은 한번  빠지기 시작하자 속도가 붙은 듯 점점  빠르게 내려갔다. 그야말로 숫자가 파란색 미끄럼틀을 타 미끄러지고 있었다. 잠시 정신차린 사이 비트 코인 가격은 4천8백만원었다. 심상치 않은 큰 폭락에 가격이 5천만원 위로 오를 때를 봐서 일부를 매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매도 예약을 걸려고 했는데 가격과 수량을 몇번 조작하다가 그만 현재가로 일부 수량이 버튼을 누르자마자 매도 체결이 되어버렸다. 아.... 어느 이름 모를 거래소 앱 개발자에게 화가 치솟던 그 순간. 내가 매도 수량을 고치는 사이 입력해두었던 매도가격이 현재가로 리셋이 된 것이었다.  그렇게 의도치않게 일부 손절을 했다. 남은 수량은 거기서 더 떨어진 가격으로 보유하고 있고 말이다.


폭락장의 순간을 눈으로 바라 보는데 숫자가 내려가는 속도가 그렇게 빠를 수가 없었다. 이렇게까지 빠르게 가격 변화가 이뤄지려면 거래소 앱의 체결 프로그래밍 로직은 도대체 어떤 방법인걸까, 가격을 얼마나 빠르게 업데이트를 할 수 있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떠올랐다.  스마트 폰에 보이는 숫자가 그렇게 빨리 변하면서 업데이트가 될 수 있다는 것 역시 놀라웠다. 매도 버튼 누르려고 머뭇거리는 사이에 5% 10% 가격이 더 내려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남편과 나 딱 5백만원씩만 했으면 좋았을 걸, 남편은 본인의 용돈을 털어서 거기서 몇백을 더 산 모양이었다. 사실 나도 2백만원을 슬쩍 더 끼어넣어보기도 했다. 우리 부부에게 지금 당장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거래 경험 삼아 코인에 넣어보자 판단한 돈은 천만원이었다. 지금 천만원을 다 날린 건 아니지만 나는 150만원 정도 손해를 보고 있고 남편은 아마도 그 이상의 손해를 보고 있을 터이다.

한참 오를 땐 거래소 앱을 수시로 켜고 들여다 보고 싶더니, 폭락한 이후로는 들여다 보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다시 생각해보았다. 욕심을 부려 코인에 수천만원, 혹은 1억을 투자했더라면 지금 폭락장을 바라보며 기분이 어땠을 지를. 천만원도 매우 큰 돈이지만 당장 우리 부부 삶에 타격을 줄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금액을 상한으로 잡은 것이기도 했다. 당장 천만원이 사라진다면 마음은 너무 쓰라리겠지만. 욕심내지 않고 무리하지 않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코인은 올라도 아쉽고 내려도 아쉽기 마련이다. 오를 때 워낙 빠른 시간에 훅 치솟다보니, 아 조금만 더 살걸, 너무 조금 샀나? 내가 소심하게 왜그랬지- 여윳돈 있는 것좀 더 넣을걸- 하는 아쉬움이 턱까지 차오른다. 내릴 때야 설명 할 필요도 없이 아쉬운 것이고.


장류진 작가의 신작 소설, '달까지 간다' 속 세 주인공들이 더 오래도록 긴 시간 욕심내지 않고 빠르게 엑싯을 선택한 것이 참 다행이네- 그런 생각을 했다. 돈은 곧 사람들의 욕망이었다. 그 욕망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돈을 벌 수 있지만 욕망에 사로잡혀 내 마음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수익을 내는 것이 어렵다. 돈이 많은 사람이 돈을 더 벌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재산 1억이 있는 사람이 1억을 주식이나 코인으로 냉정하게 거래하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지만, 10억이 있는 사람은 1억 아니 2억을 더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수익을 만들어 내는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 약한 돈, 강한 돈으로 비유되기도 했다. 1억이 숫자만 같다하여 같은 돈이 아니었다.


실물 자산의 상승. 그리고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직장인의 급여. 그로 인한 격차가 자꾸만 벌어지고 있었다. 비트코인, 요즘의 알트코인의 가격에 달까지 갈 수 있기를 바라며 어딘지 모를 탈출구를 찾고자 하였던 사람들의 바램이자 욕망이 투영되었을 것이었다. 코인투자자는 주식투자자보다도 더 어린 세대라고 뉴스에서 본 것 같다. 요즘 젊은 직장인들은 미국주식으로 투자를 시작하고 더 어린 세대는 코인으로 투자를 시작한다 들었다. 코인 투자자들이 '달까지 간다' 소설 속 주인공들 처럼 꽤 오른 가격에 빠르게 엑싯하였기를. 우리 부부가지고 있던 현금에서 마이너스가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편이 나 몰래 빚을 내어 주식을 살 줄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