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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민 Jun 01. 2020

여유로운 하루

에세이#3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 시간을 봤을 때 6시가 되기 10분 전일 때. 항상 몸에 녹아 있던 피곤함이 그날따라 유독 씻겨져 내려간 그런 아침.

 묵직한 향을 내미는 원두를 그라인더에 갈 때 코끝으로 향이 스며들 때. 그 커피를 마시며 밝아지는 창밖을 가만히 응시하는 시간. 작은 생물들이 하나둘씩 눈을 뜨고 활동을 하며 고개를 내미는 그런.

 전날에 담아뒀던 지치고 고달픈 피로를 샤워하며 씻어 내릴 때. 그러므로 새롭게 태어난 듯한 느낌을 받을 때.

 

 따사로운 햇볕을 맞으며 길거리를 하염없이 걸어 다니는 그런 하루를 보낼 때. 내리쬐는 햇빛과 소소한 다툼을 하듯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뺨을 간질일 때. 바람에 살랑거리는 나뭇잎이 내 머리 같은 그런 길목.


 지나가다가 보이는 아무 카페에서 마신 커피가 입에서 맴돌 때.

 구석 자리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어 올렸을 때, 마침 책을 읽고 있던 카페 사장님과 눈이 마주친 그런 순간.

 창밖으로 비가 서서히 내리는 순간을 볼 때. 비가 내리는 순간을 나의 시간과 공존하며 느낄 때. 우산이 없는데 어떡하지라고, 찰나에 생각 들 때.

 집에 가려고 카페를 나선 순간 비가 그치고 물웅덩이만이 고여있는 그런 어두워지는 시간일 때. 주황빛 노을이 웅덩이에 비쳐 밤바다를 보고 있는 기분이 들 때.




 아침. 6시. 커피. 햇살. 식물, 새. 샤워.


 햇빛. 골목. 고양이. 바람. 나무.


 카페. 책. 비. 물웅덩이. 주황색. 노을. 밤바다.


 각자의 여유를 문장으로 정리할 때.

 단어를 적었을 때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그런 것.


 나의 여유. 여유로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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