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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감 Feb 11. 2019

“강간 아이고 간강”. – 지방차별 1탄

Brave Yi의 찾아가는 영화관 뒷 이야기 - 지방

  찾아가는 영화관은 전국의 영화관이 없거나, 문화 소외지역에 찾아가 영화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좋은 취지에 더 좋은 점은 국가에서 무료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찾가영 2년. 13만km가 넘게 전국을 돌며 먹고, 보고, 느낀 여러 가지 점을 공유하려 Brave Yi의 찾아가는 영화관 뒷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아, 제 이름이 ‘이용감’이라 Brave Yi입니다.      


  ‘덴띠또야’. 어릴 적 게임을 위해 편을 가를 때 썼던 말입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엎어라 뒤집어라’ 등으로도 부르더군요.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트위터에서 ‘편가르기 전국지도’를 작성한 이가 있었습니다. 같은 경상도라고 해도 부산과 대구가 달랐고, 경상도와 전라도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링크 첨부합니다. 문제가 된다면 이야기해주세요. https://twitter.com/ELF_Gurumi/status/1085150408748630017


  작년 초 한창 ‘사투리 권력’에 대한 이야기가 트위터를 달궜습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남자’는 날 때부터 사회적인 권력을 지니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저작권 문제로 링크 첨부합니다. http://news.donga.com/3/all/20180102/87998252/1 

  트위터로 돌아가겠습니다. 당시 ‘영남 방언’, 즉 경상도 사투리가 권력의 언어라며 싸움이 났던 이유는 아래 신문 기사가 시발점이 됐습니다. 기사의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 역대 대통령 출신지역 기사 링크를 타고 들어가시면 됩니다. (기사 제목 : [데이터 비키니] 경상도 남성은 왜 표준어를 ‘거부’할까. 2018. 1. 2 동아일보)    


  기사는 역대 대통령 중 영남 출신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전라도 방언이 받은 피해를 언급하며, 여성보다는 남성이 사투리를 고치지 않는데, 이는 언어학적 문제도 있으며, 결론적으로 효율적인 대화를 위해서 표준어를 구사하는 게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고 있습니다. 

  글쎄요... 대통령 출신 지역과 여성이 사투리를 더 잘 고치며, 전라도 말을 쓴다는 이유로 사회적 차별을 받고, 경상도 사투리를 고치기 어려운 언어학적 이유까지는 공감합니다. 특히 사투리를 고치기 어려운 언어학적 이유는 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한 예로, 여자 친구가 제 발음을 두고 놀릴 때 항상 사용하는 예시가 ‘관광’에 대한 발음입니다. 제목처럼 저는 ‘관광’을 ‘간강’으로 발음하거나 ‘강간’으로 말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는 ‘관광’ 대신 ‘Tour’라고 말한다는 슬픈 일이... 쨌든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저는 관광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합니다. 제 부산 친구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가 기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건 ‘표준어를 구사’하자고 주장하는 부분입니다. ‘사투리는 수준이 낮은 언어’가 아니라며 항변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표준어 구사를 독려 할 이유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사투리를 쓰는 지방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경상도는 문경을 경계로 동남쪽 경상도 전체, 전라도는 고창 이남, 강원도는 대관령을 넘어 영동지방(강릉, 속초 등)에 가야 겨우 사투리가 나오고, 충청도는 전체 면적의 3/1 정도인 서해안 지역으로 가야만 ‘~~유’로 끝나는 말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군’ 단위는 읍내, ‘시’ 단위는 도심지역에서 사투리가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했습니다. 

  겨우 경상도 사투리가 명맥을 유지 할 정도입니다. 처음 싸움의 이유처럼 그나마 명맥이라도 유지하니 ‘경상도 사투리 – 권력’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전라도 사투리가 피해를 받아서 전라도 방언을 들을 수 없다고 항변한다면, 딱히 문제가 없던 충청도와 강원도 사투리는 왜 들을 수 없을까요? 

  그리고 기자님에게 묻습니다. 옛날처럼 지방 간 이동에 하루가 걸리는 시기가 지났고, 인터넷 망을 통해 일초도 걸리지 않고서 팔도 사람들을 만나는 시대에 사투리 때문에 의사소통이 어렵다고요? 

  기자는 나이가 있는 분들과 의사소통이 어려울 수 있다고 항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찾아가는 영화관 때문에 팔도를 돌아다니다 보면, 전남 진도에 가든 강원도 고성에 가든 의사소통이 어려워 ‘표준어를 구사’ 해야 할 정도로 어려움을 느낀 경우는 결단코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나이든 분들과 의사소통을 할 때 느낀 어려움은 ‘사투리’ 보다는 ‘말의 리듬과 호흡’입니다. 리듬을 늦추고, 호흡을 길게 하면 나이든 분들이 표준어를 구사하지 않아도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나마 의사 소통에 문제가 있다면, 제일 위에 언급했듯 ‘덴띠 또야’ 인지 ‘엎어라 뒤집어라’ 인지 등 아주 미세한 부분입니다.      

  오히려 수도권에 사는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나라, 젊은이들 특히 젊은 여성을 구경조차도 못하고 인구 재생산이 사라져 지방자치단체에서 ‘국제결혼 미팅’을 주선하는 등의 헤프닝이 생겨나는 시대에 의사소통의 문제 때문에 사투리 대신 표준어를 구사해야 한다는 말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 생각합니다. 

  향후 10년만 지나면 표준어를 구사하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3분의 2가 될 겁니다. 마찬가지로 향후 10년 이내에 ‘지역 차별’은 사라지고 ‘지방 차별’ 구호를 내건 ‘나쁜 정치인’들이 등장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고로 지방 사람들이 표준어를 구사하기 보다는 사투리를 보존해야 한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1탄 글을 마치려니 뭔가 아쉽습니다. 제가 1탄에서 고의적으로 누락한 ‘경상도 사투리 – 권력’에 대한 부분이 남아 있어서 그렇습니다. 

  다음 글에서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주민들은 영화관에 가려고 전라도 구례시로 넘어갑니다. 그만큼 경상도–전라도는 가까운 거리입니다. 결국 경상도-전라도의 지역감정은 거리와 험준한 지리산 때문에 생긴 게 아니라 사람이 문제였습니다. 정치적인 목적의 편 가르기로 이익을 얻는 사람들, ‘나쁜 정치인’이 만든 겁니다. 위에서 언급한 미래의 ‘나쁜 정치인’들은 과거 지역감정을 만든 ‘나쁜 정치인’들과 비슷하게 선동을 시작할 겁니다. 

  미리 결론을 내리자면 (이제는) 경상도 사투리가 권력의 언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 경상도 – 전라도뿐만 아니라 강원도 그리고 서울에 대해서 이야기 할 근거가 많습니다. 과거로는 1967년 영화 <팔도강산>에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그리고 새롭게 떠오르는 ‘MGGA(Make 경인지역 Great Again, 트럼프 대통령의 Make America Great Again을 패러디)’를 통해 ‘경상도 사투리가 권력의 언어’라는 논제에서 출발해 ‘지방 차별’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다음 글 기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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