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즐거웠어

by 모네


경남을 떠나게 되었다.

연고지로 다시 발령이 났기 때문이다. 처음, 창원이라는 잘 알지 못하는 먼 곳으로 발령이 났을 때는 정말 많이 울고 원망했다. 왜 나야, 하고. 나는 서서히 창원에, 경남지사에, 내 일에, 새로운 사람들에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헤어지기 정말 싫을 때 다시 떠나야 했다. 내 인생은 왜 항상 이런 걸까.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고 감정이 정리가 안 된 채 마음속 켜켜이 쌓여 급변하는 환경에 놓이게 되면 꿈인지 현실인지, 과거인지 현재인지 정신없고 몽롱하다. 보고 싶지만 볼 수 없어 그립고, 그리움이 너무 진하면서도 옅어져 더 이상 기억이 안 난다는 사실은 너무 슬프다. 과거가 있었던 사실인지도 모르겠을 때는 가슴이 답답하다.


새로운 일터에서 새로이 만나고 스치는 사람들의 눈빛에서 다양한 표정을 읽는다. 부정적인 무관심, 긍정적인 무관심, 견제, 의심, 관심, 호의, 계산, 가면, 의례, 동정, 선의, 당황, 신기함, 존중, 놀라움 등.



창원을 떠나게 되어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노예 마인드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했다. 지난 주말 동안 마음 정리를 했다. 혼자 미리 알게 된 것이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큰 슬픔과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거야. 지난 4개월 간, 글래머러스한 억양들 속에 단출한 내가 비집고 들어가서 하나의 풍경을 이루었다. 나를 처음부터 환영해준 사람도 있었고, 서서히 받아준 사람도 있었다. 나는 매일 사람들에게 찾아가 일하는 것을 구경도 하고 말도 걸고 장난도 치고 애교도 피웠다. 나를 항상 받아줘서 고마웠다. 분명 055인데 서울 말씨를 쓰는 내 목소리를 맞닥뜨린 고객들은 가끔 거기 경남지사가 맞아예? 하고 물었다. 진심을 가득 담아 감사를 표하는 고객은 내 마음을 하루 종일 따뜻해지게 했다.


주말 동안 집에 올라왔었다. 원래 살던 동네의 풍경을 지난 몇 달간 한 달에 한 번씩만 보아 낯설다가 다시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래, 여기가 내가 있어야 할 자리구나, 제 자리로 돌아오는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갈 거야. 본가에 와있는 동안은 경남을 아예 잊고 지냈다. 이러한 날이 계속 지속되다가 결국에 잊게 될 거야 나는. 그렇게 즐거웠던 시간도 장소도 나는 빨리 잊고 다른 곳에 적응할 사람이야. 그 사실이 너무나 싫었다.


동료들과 하루라도 더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야겠다고 다짐하고 출근을 했다. 한 끼, 두 끼, 매일매일 순간순간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상이 귀중했다. 계속 여기 있고 싶어요. 떠나기 싫어요. 동료들이 일하는 모습, 살던 아파트, 마지막 출근길을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담았다. 까먹을 때, 생각날 때, 웃고 싶을 때 보려고 찍었는데 왠지 보기가 싫다. 메신저 자주 들어와요! 벚꽃 피면 진해 갈게요. 3월에 서울 놀러 갈게요 만나요! 제가 전화하면 받아주세요! 악수하고 포옹하고 헤어졌다.


캐리어 하나 끌고 창원에 내려갔던 나는 부모님 차 한 가득 짐을 싣고 돌아왔다. 4시간 동안 두 갈래 차선은 네 갈래로 커졌고, 라디오 주파수가 달라졌고, 055에서 031로 바뀌었다. 네이버 지도는 여전히 창원 시내를 잡고 있었고, 날씨 앱과 미세먼지 앱은 성산구 상남동을 가리키고 있다. 영화를 예매하려고 보니 cgv 창원에 별표가 쳐져있다. 이제 지워야겠네. 경상도야 진짜로 안녕.


이번 주는 거의 매일 경남지사 동료들과 메신저로 대화를 했다. 떨어져있어도 같은 직장이니 그래도 완전히 헤어진 느낌은 아니었다. 오늘은 금요일이니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자야겠다.

계속 하늘을 올려다보며 집까지 걸어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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