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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Sep 11. 2022

몽실이란 이름의 돌고래

괌 돌핀투어

상층부는  연한 회남색, 하층부는 쨍한 파란색의 하늘에 3D 입체 화면으로 떠 있는 구름을 보면 비행기를 타고 돌며 아주 거대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 같다.  비행기 밖에서는 작은 창 안에서 아주 큰 희열을 느끼며 활짝 웃는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멀리 제우스 신이 나올 거 같은 풍성하고 비현실적인 그림체의 구름 풍경이 보이는가 하면 눈앞엔 유독 빠르게 지나가는 구름이 있다. 비행기에 타 있으니 30분에 한 번씩 무지개를 본다. 처음엔 귀하다며 사진을 찍다 계속 보니 적응이 된다.


예전에 비행기를 자주 타던 때에는 별 감흥이 없었던 것 같다. 3년 반 만에 비행기를 타니 밖을 내다보는 게 정말 재밌다. 자연 미술관에 온 것이다. 그것도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모양도 색깔도 다 다르다. 특히 저녁 7시-8시에 비행기에 타 있으면 노을을 볼 수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산, 도로, 집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착륙하기 전 괌이라는 곳을 미리 하늘에서 본다. 바다에 둘러싸여 있고 속에는 야트막한 산이 있고 높은 건물이 없네. 집도 사람도 별로 없는 작은 섬이다.

괌 공항

괌 풍경은 제주도랑 비슷하다. 언뜻 보면 제주도 같다. 괌은 바다보다 해수면이 낮은가 싶을 정도로 멀리 있는 바다가 높게 보인다. 찾아보니 해수면보다 얼마 높지 않은 것 같은데 정확한 건 모르겠다. 지진이 잦은 곳이라고 하더니 괌에 있을 때 지진을 느꼈다. 호텔방에 있을 때였는데, 침대가 좌우로 흔들리는 느낌이 나더니 건물 옆에 엄청나게 큰 비행기나 헬리콥터가 지나가는 우두두두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방의 공간이 사방으로 흔들리더니 그 강도에 누가 문을 다급하게 두드리는 소리처럼 문이 세게 흔들린다. 그렇게 커다란 소리와 진동이 지나가고, 이제 또 그럴 일은 없겠지, 하고 계속 티비를 봤다. 검색해보니 그 시간에 12km 반경에 규모 4.6의 지진이 있었다고 한다.


비행기로 4시간 떨어져 있는 괌, 미국령이라는 호기심에 왔지만 바다가 가까운 여주 아울렛 같다. 물가는 너무 비싸서 10분 택시를 타는데 4만 원이 들고, 둘이 밥을 먹으면 제일 싼 걸 시켜도 팀 포함 5만 원 정도가 나오는데 퀄리티도 안 좋다. 음식이 정말 짜다. 그래도 스테이크는 한국보다 저렴하고 퀄리티가 좋았다. 스테이크 전문점에 갔었는데, 다양한 부위를 선택해서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한국인이 점령한? 도시답게 한국 메뉴판과 한국어 응대가 가능한 직원들이 있다. 외국에 갈 때는 우리나라와 다른 낯선 느낌을 받고 싶어서 가는 건데, 셔틀버스를 타도 앞 뒤 양 옆이 다 한국인이고, 식당에도 한국인밖에 없고 쇼핑몰에도 한국어를 쓰는 직원이 따라붙으니 영어 쓸 일도 잘 없다. 외국 여행을 하는 기분보다는, 미국 제품을 싸게 사고 바다에서 놀다 오기에 좋은 곳이다.


호텔만 예약하고 와서 쇼핑만 하다가 심심해서 쇼핑몰에 있는 한인 여행사에서 돌핀 투어를 신청했다. 현지 여행사를 만나 여러 국적 사람들이 섞인 투어면 좋았을 텐데, 한국인끼리 하는 투어였다. 2시에 출발하는 건데 지금은 12시 반 정도라 시간이 있었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투어를 신청하고, 호텔에 가서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배를 타고 나가서 돌고래를 보고 스노클링도 하는 코스였다. 투어를 위한 버스가 1시 40분에 호텔 앞으로 오기로 했다. 각 호텔을 돌며 승객들을 싣는다. 버스를 타고 창 밖을 보는 것도 재밌다.

저 멀리 구름 속에 비가 오는 것이라고 하는데, 맞나? 신기하다

배를 타고 나가니 기분이 상쾌했다. 어느 지점에서는 비가 내리기도 했다. 비가 튀어 배 안으로 들어와 얼굴과 몸에 튀겼다. 시원하다. 한국어를 재미있게 구사하는 현지인 가이드가 배에 올라타 소개를 해주었다. 자기는 한국인 허니문 팀이 너무 귀엽다고 했다. 어머~ 자기야~ 하는 말투를 따라 하며 허니문 커플을 볼 때마다 사랑스럽다고 한다. 우리 배에는 유치원생, 초등학생 아이를 데려온 부부, 부모님을 모시고 온 부부, 커플 등 연령이 다양했다.

몽실아, 같이 놀자~~~~~

드디어 돌고래 포인트에 왔다. 앞선 투어 배가 지나가는 길마다 하얀 물길이 생가고 돌고래들이 우르르 따라가는 게 귀여웠다. 등은 매끈하고 작고 귀여운 돌고래들이 떼 지어 수영했다.


가이드 아저씨는 유창한 한국어로, “우리 한국 손님들 돌고래 이름이 있어요. 몽실이예요. 몽쉴이는 큰 소리로 불러야 나와요. 다 같이 몽실아, 노올자~~~ 하고 소리 쳐봐요. 자, 하나 둘,” 하면 배에 탄 사람들은 사람 부르듯이 몽실아~ 하면서 돌고래를 부른다. 몽실이는 조금 뒤에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들은 일제히 우와~~ 하면서 감탄한다. “캬캬캬 한국 사람들 우와~~~ 할 때 너무 귀여워요.” 가이드가 말한다.


사람을 좋아하는 똑똑한 돌고래와 친구가 되고 싶다. 미소 짓는 얼굴을 보며 껴안아 주고 싶다. 청록색 바다에서 뛰어다니는 야생 돌고래들을 보니 신기하고 귀엽다. 멀리까지 뻗은 바다와 뭉게구름이 가득한 하늘이 있는 대 자연 속에서 엄청난 힐링이 된다. 사람은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해야해. 아무 생각이 안드니 정말 좋다. 몽실이는 바닷속에서 행복하게 뛰어놀고 있겠지? 앞으로 영영 보지 못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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