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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Sep 02. 2022

해를 따라가고 싶어

괌 해변

투몬비치, 괌

해가 지는 시시각각의 하늘색을 보면 마음이 정화된다. 지는 해를 따라 더 깊은 바다로 헤엄쳐 본다. 주황색 빛을 따라 바다가 반짝반짝 빛난다. 에메랄드 바다가 점점 진한 청남색이 된다.


파도가 치지 않는 따뜻한 괌 바다에 몸을 담근다. 꽤 깊이 들어가도 발이 닿아 안정적이다. 연한 황토색 모래가 굉장히 곱고 부드럽다. 부드러운 콩고물 같다. 발을 계속 문지르고 싶다. 기분이 좋다.


점점 더 어둑어둑해진다. 왼쪽 상단에는 내가 좋아하는 날카로운 모양의 달이 떴다. 저 달 이름을 뭐라고 하더라. 등을 대고 바다에 누워 고개를 젖힌다. 몸이 뜬다. 가라앉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귀까지 담그고 달과 별이 뜬 하늘을 바라본다. 거대한 작품 속에 들어온 것 같다. 거대한 공간의 한가운데 누워있다. 해가진 방향으로 계속 가다 보면 세상 끝까지 갈 것 같다.


내가 이토록 물속에서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일 줄 몰랐다. 스트레스, 걱정, 짜증은 하나도 없고 오직 물속에서 호흡하는 나만 있다. 스노클링 장비를 끼고 호흡을 내뱉으면 오직 내 숨소리와 바닷속 미지의 세계만 보인다. 물고기가 사는 깊고 투명한 바닷속을 내려다보니 잠깐이지만 엄청난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있다. 호흡만 된다면 깊이깊이 내려가고 싶다.


물고기가 닿을까 순간 두려운 마음도 잠시, 물고기들은 알아서 피해 간다. 물고기와 눈도 마주친다. 잡아보려고 해 봤자 도망간다. 열대어 무리들은 색이 화려하다. 특히 입에 길고 뾰족한 부리가 달린 한 뼘 정도 되는 크기의 파란색 물고기가 신비로웠다. 아주 깨끗하고 투명한 파란색인데, 움직일 때 은색도 빤짝빤짝하게 느껴진다. 바다 한가운데 두둥실 떠서 물속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으면 진짜 세상의 일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내가 살던 세계도, 나도 없는 것 같다.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덧 해가 지고 깜깜해질 때까지 바다에 홀로 남아 수영을 하는데, 한국인 청년들이 지나가다가 얼굴을 내밀고 헤엄치는 나를 가리키며, “어! 저기 강아지가 있어!”라고 했다. 개헤엄을 개 못지않게 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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