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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Oct 03. 2022

괌에선 하와이 물을 마셔요

괌 쇼핑 후기

괌에 갔던 8월 말보다 환율이 100원이나 올랐다. 이러다 1400원 가는 거 아니야? 하니 1400원이 훌쩍 넘었고, 이대로라면 1500원도 뚫을 태세다. 그때도 1350원은 말이 안 되는 환율이라 생각했다. 7월 초만 해도 1200원대였고, 더 떨어지면 사야지, 하다가 1300원대를 가뿐히 넘어 계속 올라갔다. 1300원에 환전을 한건 지혜로운 행동이었다. 그래도 우리 카드에서 8월 말까지 1280원 고정 환율로 3만 원까지 캐시백해주는 이벤트를 신청해서 얼마 전에 3만 원을 돌려받았다. 1200달러 정도만 환전을 해가고 예기치 않은 건 카드를 쓰자했는데 결과적으로는 1000달러 정도를 더 환전해가는 게 훨씬 나을 뻔했다.


숙소비도 결제해야 했고, 에르메스 벨트도 사게 되었다. 벨트를 사려고 티 갤러리아라는 면세점인 백화점을 돌아다녔다. 1180원 고정환율로 적용해주는 매장도 있어서 잘 이용하면 한국보다 저렴하게 명품을 살 수 있다. 그런데 관세도 내야 하므로 요즘엔 어지간해서는 한국에서 사는 게 더 낫다. 카드사 할인으로 백화점 할인을 이용하면 진짜 사고 싶은 건 한국에서 사는 게 맘 편할 듯하다.

나는 루이뷔통, 구찌, 보테가 정도를 사고 싶어서 보다가 영 원하는 걸 만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에르메스에서 원하는 스타일의 벨트를 여러 개 보게 되었고, 이름에 H가 들어가는 나는 에르메스를 사는 데 마음이 기울게 되었다. 처음엔 금색 로고에 마음이 가다가, 계속 보니 은색이 세련되고 우아해 보였다. 정장 바지를 자주 입으니 벨트를 사고 싶었기에 잘 됐다 싶었다. 리버서블로 검은색, 그리고 스티치가 예쁘게 된 베이지색과 회색이 섞인 오묘한 오트밀 색으로 이루어져 유용해 보였다.


나에게 벨트를 판매한 날렵한 외모의 흑인 여성도 리버서블이어서 아주 합리적인 가격일뿐더러 유용할 거라고 이 색 조합을 추천해주었는데 마음에 든다. 신상품이라고 하던데 공식 홈페이지에는 아직 나오지 않아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모델을 산거야, 잘 샀어, 돈 버는데 이 정도도 못사? 하고 스스로 소비를 정당화했다. 내가 사는 곳 주변에는 에르메스가 없기도 해서 사려면 서울로 가야 하는데 줄도 안 서고 쉽게 사잖아? 사실 가장 사고 싶었던 건 샤넬 벨트였는데, 괌에는 샤넬이 없었고 홈페이지를 보니 샤넬은 160만 원 정도여서 내 월급에 쉽게 사기엔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튼을 탁! 하고 눌러야 잠시 후 신호등이 변한다.

괌은 물가가 비싸다. 10분 안 되는 거리에 15달러를 받는다. 하루 중에 이동할 일이 많으면 렌트를 하는 게 더 싸겠다. 특히 호텔과 공항을 오갈 때는 다른 교통수단이 없는데, 첫날은 공항 앞에서 아무 택시를 잡아탔더니 30달러가 나왔다. 보통 20달러면 가는 거리라 바가지를 썼다. 택시 기사가 길을 돌아 돌아간 것 같다. 사실 10여 분 정도의 거리에 20달러도 너무 비싸다. 식당도 비싸다. 둘이 가면 팁까지 5만 원은 쉽게 나온다. 그렇다고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5만 원어치 사 먹었을 때만큼 맛이 있지도 않은 게 짜증 나는 포인트다. 음식이 대체로 너무 짰다. 결국 피자 한 판(20달러)을 포장해와서 둘이 바닷가에서 먹거나, 햄버거를 사서 바닷가에서 먹는 식으로 해결했다. 결과적으로는 해 지는 바다를 보며 먹으니 낭만이 있어 좋았지만.

그래도 좋았다
과자가 너무 짜고 달고 별로지만 바나나칩은 맛있다
여기서 피자를 사서,
걸어서 5분인 투몬 비치에서

한국에 오자마자 인천공항 지하에서 돈가스와 김치찌개를 사 먹는데 둘이 2만 원대라니 그렇게 싸고 맛있을 수가 없다. 역시 한국이 최고야, 하고 허겁지겁 먹는다. 한국에 돌아오니 모든 음식이 싸고 맛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약 한 달 동안은 습관적으로 달러 환율이 궁금해 네이버를 켜서 달러, 하고 검색했다. 그리고 식당, 카페를 가고 장을 볼 때도 이게 달러로는 얼마지, 하고 계산을 해보고 와! 정말 싸다, 하고 생각한다. 한국 물가도 싼 게 아니고 장바구니 물가는 북유럽 수준으로 비싼 편인데도 말이다.


차가 없어서 큰 마트를 가기가 어려웠다. 호텔 근처에는 ABC 마트가 있어 간단한 먹을거리를 살 수 있었지만 아침 식사 거리를 사기엔 부실했다. 결국 떠나기 전날 택시비를 들여 k마트에 갔다. 스트롤 괌이라는 택시 어플로 부르면 좀 싸다고 해서 더플라자 앞에서 ~13 USD로 뜨는 택시를 불렀다. 막상 도착했을 땐 15달러가 조금 넘었다. 그래도 뭐, 택시비가 비싸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으니까.

로스에서 19달러에 산 dkny원피스는 막 입기 좋다
레이스 김맛 과자는 무조건 사야해


마트엔 과일 같은 건 잘 없지만 옷, 스노클링 장비부터 샴푸, 생리대, 치실, 온갖 먹을 게 다 있다. 스팸 맛이 다양하다고 해서 스팸을 샀고, 스팸은 오는 날 찾아보니 통조림 햄도 세관신고를 해야 한대서 적어서 냈다.그런데 아무도 검사하고 물어보는 이는 없었다. 여행 가면 그 나라 물을 마셔보는 걸 좋아하게 되어 괌 물을 찾는데 찾기 어려웠다. 대만 물이 제일 쌌고, 한국 물도 삼다수와 아이시스가 있고 피지 에비앙처럼 한국에서 흔히 보는 물도 있다. 그중에 “울트라 퓨어”하다고 쓰여있는 하와이 물을 발견했다. 청정지역인 하와이의 엄청나게 깨끗한 화산암반수라고 소개되어 있다. 가격도 이중에선 가장 싼 대만 물을 제외하면 같아서 남은 일정 동안이라도 하와이 물을 사서 먹기로 했다.


미네랄이 풍부한 좋은 생수를 먹는 게 좋다고 해서 집에서는 피지 물을 종종 주문해서 먹는다. 검색해 보니 한국에서 하와이 워터를 주문해서 먹으려면 1리터에 4500원 꼴이다. 괌에서 가격도 3000원 대 여서 싼 건 아니지만 괌에서는 어차피 물가가 비싸니 이정도는 살만 하다. 그렇지만 한국은 훨씬 저렴한 물이 있는데 하와이 물을 매일 일상적으로 마실 물로 사기엔 너무 비싸서 아쉽다.


스팸은 선물로 줄 것 외에는 한 개만 사 왔는데 먹어보니 담백하고 맛있어서 더 사 올 걸, 하고 후회했다. 다음에 괌을 가게 되면 마트부터 들려서 물과 스팸, 요거트, 과자, 음료수 등을 잔뜩 사놓고 시작하리라. 타미 힐피거에서 니트 가디건을 사고 싶었는데 내가 갔을 때는 여름 제품만 있었다. 타미는 세일 중인데 추가 세일도 많이 해서 팬티는 4달러 정도, 원피스는 31달러로  정말 싸고 좋은 게 있었다. 로스라는 옷이며 수영복, 신발, 캐리어, 가정용품 등을 엄청나게 득템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5.99달러에 슬리퍼 모양의 엄청 귀엽고 유머러스한 파리채를 선물로 샀고, 유기농 히비스커스 티백 티도 2달러 대에, 10만 원이 넘는 시세이도 세럼을 29달러에, 마이클 코어스 청바지와 dkny 원피스를 19.99 달러에 샀다. 청바지는 미국 브랜드들이 사이즈별로 분류되어 있는데, 내 사이즈만 잘 파악하면 괜찮은 걸 잘 건질 수 있다. 나는 8 사이즈여서 8~10에서 보고 괜찮은 걸 입어봤는데, 부츠컷부터 핫팬츠 등 색깔과 종류가 다양하다.

타미 원피스 @제주도
4만원 대 타미 원피스
바닷가에서 입으려고 로스에서 산 청원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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