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어 방랑기(1)

수능, 내신 영어 뽀개기 & 교환학생 준비하기

by 모네


먼저 나는 여행을 제외하고 영어권 국가 체류 경험이 없으며
초등학교 3-4학년 때 처음 Apple, Cow 등을 읽는 법을 배우기 시작하였다는 점을 밝힌다.


다만 나는 언어를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금방 습득하는 편이긴 했다. 물론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으므로 이들에 비해 영어를 잘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회사에서 맡고 있는 것이 영어업무이다 보니 직원들에게 너무도 당연하게 원어민급이라는 큰 오해를 받고 있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므로 평생 노력해야 하는 큰 산인 것 같다. 평균적인 직장인들은 나에게 영어를 잘한다고 말하지만 '잘한다'는 말은 상대적으로 콩글리쉬가 아닌 조금 더 영어적으로 표현하고 영어적 표현이 되도록 좀 더 감각적이고 빠르게 '찾아볼 수 있는' 정도라고 말하고 싶다.



최근에 공인 영어 성적이 필요해서 토익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점수 발표 날 토익 게시판 같은 곳에 들어갔다가


토익 900점대는 영어권 국가에 오래 살다온 사람만이 가능하다거나,
국내파라면 몇 개월 이상, 심지어 몇 년 동안 토익에만 매달려야 가능한 점수가 아니냐

는 푸념 섞인 글을 보았고,


무심결에 검색창에 모교를 검색했다가 우리 지역 자녀 교육을 고민하는 엄마들 카페 같은 곳에서

중학교 때는 반에서 1등 하던 아이인데 이런 애들만 모여있어 내신을 받기 어려운 이 학교 내신 준비를 어떻게 시켜야 하나, 영어 수학은 어떤 학원을 보내야 하나

이런 고민을 보고,


국내파로서 학원을 거의 다니지 않고도 좋은 성적을 받았던 나의 공부 경험을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나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거리가 있지 않을까 싶어 겸사겸사 글을 쓰게 되었다.

물론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다(알려줄 정도의 영어 고수나 전문가가 아니다).





대략 나의 영어 공부 경험을 다음과 같은 시간 순으로 나누어 적어 보았다.


1. 고등학교: 수능/내신 영어
2. 대학교 1, 2학년 : 토플
3. 대학교 3학년 교환학생: 대학 전공 영어
4. 대학교 4학년 및 졸업 이후



자습으로 1등급 받기


학원비로 문제집을 많이 사서 풀고, 강의 시간 대신 자습시간 늘리기


나는 상위권 학생이라면 학교 중간, 기말고사를 잘 보기 위한 목적이라면 학원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학원은 학교 수업만으로 교과과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이 다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학종'이라는 요즘 평가 방식에서 발표와 토론, 글쓰기 능력 등 종합적으로 영어 실력을 평가한다면 발표 스크립트를 짜주고 글 쓴 것을 첨삭해주는 선생님이 필요할 거 같긴 하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교과서를 충실히 보고 선생님 말씀만 잘 들어도 영어의 기본을 닦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뜻이다. 정상적으로 고등학교까지 학교 수업만 잘 들었으면 토익 "최소" 600점대는 무리 없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물론 학교 선생님의 교육 방식으로 감을 못 잡겠다면 EBS 강의를 들어도 될 것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 유일하게 돈 주고 들었던 인터넷 강의가 <김기훈의 어법 끝>이었고 지문들이 좋은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어 유익했고 뼈대를 잡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외에는 학교 선생님의 수업과 8교시 및 방학 특강을 활용하였다. 우리 학교 영어 선생님들은 단어와 구문을 강조하였는데, 매 시간 단어 시험을 보고 수행평가에 반영하였고, 구문 정리만을 모아놓은 문제집으로 특강을 하기도 하셨다.


구문이 잡히면 내용이 지나치게 난해한 문장이 아닌 이상 어떠한 지문을 봐도 기본적인 독해력으로 이해가 가능하다. 나는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뜻과 예문을 찾아보고 발음을 꼭 확인하였고, 모르는 단어만을 써 놓은 정말 두툼해진 단어장의 단어들을 쉬는 시간 5분, 점심시간 15분 정도를 활용하여 틈틈이 외웠다. 수능 모의고사를 풀 때 모르는 단어가 없는 정도로 말이다.


학원을 다니지 않는 대신 시중의 문제집을 최대한 많이 사서 풀어보고 모르는 단어를 정리하며 수능 영어 유형에 익숙해졌다. 틀린 문제나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해답지가 잘되어 있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이 가능했고, 정말 난해한 것은 영어권에 살다 온 친구에게 묻는 정도로 해결했는데 이러한 경험도 역시 손에 꼽는다. 물론 나도 학창 시절 영어학원을 다녀본 적이 있지만 공부방법을 충분히 배웠고 딱히 선생님의 강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되었다. 다른 학생들이 학원으로 이동하고 강의를 듣는 시간을 확보한 나는 차라리 야자 시간에 스스로 문제를 풀고 정리, 분석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또는 입시 영어가 아닌 영어 그 자체를 배우고 싶어 취미 생활로 주말마다 한두 시간씩 원어민 회화 과외를 하거나 영어 쓰기 과외를 받은 적은 있다.


수능보다 어려운 내신 영어 대비


우리 학교 내신은 수능보다 어려웠다. 반에서 30등 정도를 해도 모의고사 영어 2등급 정도는 받으니 내신 100등이 넘어가도 전국 4% 안에 들었다. 즉, 모의고사에서 영어 1등급을 받는 실력을 가져도 내신 등급제 상 전교 16등 안에 드는 것이 더 어려웠고, 선생님들은 전교생의 줄을 '예쁘게' 세우기 위하여 교과서 밖의 광범위한 범위에서 출제를 했다. 그래서 까다로운 문제가 많았다. 평균 5-60점이 되도록 어렵게 출제되었고, 평균이 70점대 초반이면 너무 쉽게 출제하여 등급이 무너졌다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따로 수능을 준비한다기보다 내신을 준비하는 것이 곧 수능 준비에 도움이 되었다.


영어 내신의 범위는 교과서, 시험 전까지의 올해 모의고사 2-3회 분, 작년 모의고사 2-3회 분, 교과서 외 수업 자료였다. 1년의 마지막 모의고사는 그 해 있었던 모의고사 전 범위에서 풀제되었다. 이미 지문이 공개되었으니 이 안에서 분석하여 내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여러 지문이 복합적으로 변형되어 나오므로 내용 파악은 물론이고, 파생 단어, 영영 풀이 등 출제자의 입장에서 문장들을 뜯어보았다.

'아 이 지문에서는 that/what 선택하는 게 나올 수도 있겠다, of/for/about/on 등 전치사를 뚫어 놓을 수도 있겠다, 주제를 물어볼 수도 있겠다, 중심 문장을 지워놓고 알맞은 문장을 고르라고 나올 수도 있겠다, 흐름 순서를 물어볼 수도 있겠다, 본문에서 쓰인 전치사의 용법과 같이 쓰인 보기를 고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등을 스스로 분석해 대비했다. 수 백개의 지문을 계속 읽어보며 문장을 눈과 입으로 익숙하게 했고, 직접 써보며 내 것으로 익혔다. 변별력을 위해 시험 범위 밖에서 응용해서 나오는 문제들도 많았으나 시험 기간 외에 쌓은 기본 실력으로 응용하여 풀 수 있었다.


<영어 회화> 과목도 있었는데, 이 과목도 중간/기말이 있었다. 영어 회화도 필기로 측정해야 하므로 영어 회화 책의 dialogue들이 나온 대본이 시험 범위였다. 나는 10시에 야자가 끝나고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dialogue를 계속 읽으며 거의 외울 정도로 입에 붙였다. 영어를 좋아했기에 시험공부라기보다는 쉬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일상 회화이므로 재미있었다. 몇 번 하니 책을 덮고 줄줄 읊을 정도가 되었다. 시험 시간에 나는 10분도 안 되어 다 풀었고 100점을 맞거나 실수로 한 개 틀리는 정도였다. 물론 넉넉하게 1등급이 나왔다. dialogue니까 쉽겠지 하고 대충 공부하면 이 것도 맞는 것 같고 저 것도 맞는 것 같아 굉장히 헷갈릴 문제가 많았지만 시험 출제 근거는 교과서이기 때문에 나는 교과서에서 외운대로 답을 빨리 체크할 수 있었고, 내가 암기한 것과 다른 것이 너무 쉽게 툭툭 걸렸다.


내가 사교육을 많이 받은 날고 기는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내신 영어 1등급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성실함이었다. 시험에 나올만한 것을 과외교사가 집어 주었다면 더 시간을 절약하고 수월했을 수 있겠으나 혼자 읽고 고민하면서 더 내 것으로 만들고 수능까지 가는데 밑바탕을 만들 수 있었다고 본다. 내가 공부하는 것을 즐기는 학생이었기에 이러한 과정이 힘들지도, 하기 싫지도 않았다. 내신으로 대학에 갈 생각이 없었음에도 사교육 없이 7과목 정도에서 1등급을 받았고 나머지는 2등급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좋은 결과를 받자 자습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담임선생님도 나의 사례를 얘기하고 다니셨고, 학원을 끊고 학교 자습실로 돌아온 친구들도 생겼다.


물론 나는 이러한 우리나라의 영어 공부법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식하게 많은 양을 공부하고 암기하는 시간에 외국처럼 패션쇼나 요리를 하며 영어를 배우거나 실질적으로 영어로 생각하고 소통할 수 있는 영어를 배웠으면 어떨까 싶다. 한국 고등학교를 마쳐도 대학교에서 영어로 발표하거나 에세이를 쓰고 외국인과 쉽게 소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제도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고, 가고 싶은 대학교에 가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할 기회를 얻기 위해 제도에 순응하며 최대한 효율을 내야 했다.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여 끈덕지게 단어를 정리하고 외우고(그렇다고 한 번도 밤새워 공부해본 적은 없다. 꿀잠의 중요성!), 벅찬 분량의 10여 개 과목의 시험 범위를 스스로 소화하고 준비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에서 공부한 영어는 이 후 영어 실력을 확장하는 데 충분히 기초가 되어주었다고 생각한다.




교환학생 준비: 토플 공부, 기초 영어 실력 쌓기


다행히 대학교 1학년 때는 전공 수업을 듣거나 영어로 전공 수업을 듣는 일이 없었다. 새내기 때 인사를 하면 외고 출신이 많고 어릴 때 외국에서 살다온 사람들도 많아서 이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면 학점을 따기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대신 대학에서 영어를 쓰고 발표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필수 교양 수업이 있어서 좋았다. 도움이 되었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엄마가 대학교에 가면 교환학생을 꼭 가라고 조언해주었고, 교환학생이 뭔지도 모른 채 그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교내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알아보며 준비하였다. 교환학생은 어려운 외국 대학 입학 과정을 거치지 않고 대학을 다닐 수 있고 외국 대학생들과 동등하게 한 수업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제도였다.


교내 교환학생을 지원하려면 최소 토플 80점을 넘어야 했다. 이는 외국 대학을 입학하는 기준이 되기도 했다. 토플은 어려웠다. 듣기, 쓰기, 말하기, 읽기 모두 봐야 했는데, 고등학교에서 말하기 쓰기는 거의 배운 적이 없고 듣기 역시 내가 관심이 없는 과학, 기술 등등 전 범위의 대학 강의 내용이 나와 생소했다. 이 중 말하기가 가장 어려워 30점 만점에 20점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었다. 나는 생소한 토플에 대한 공부법과 노하우를 얻기 위하여 1학년 여름방학 중 한 달을 강남 해커스에서 보냈다. 그곳에서 얻은 노하우를 통하여 겨울 방학에 시험을 보고 지원 기준인 80점을 넘겼다.


듣기 선생님은 토플 듣기 파일을 들으며 쉐도잉을 하라고 했다. 실제로 이 경험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대화나 대학 강의 같은 내용인데 원어민이 어디서 끊어 읽는지를 파악하고 똑같이 따라 읽어 보는 것이다. 이것을 하면서 발음과 억양이 좋아졌다.


3학기를 마쳐야 교환학생에 지원할 수 있었다.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여름 방학에 교환학생에 지원하였다. 유럽에서 영어로 수업을 듣는 과정이었고 우리 학교에만 학비를 내면 되어 좋았다. 유럽 각국, 각 지역마다 협정이 맺어져 있어서 어느 학교를 갈까 어느 수업을 들을까 지원 전에 학교마다 들어가서 살펴보며 정말 설렜다.


교환학생은 3학기 동안의 성적과 영어 인터뷰 성적으로 선발했다. 다행히 기준 점수만 넘으면 토플이 고득점이 아니어도 되었다. 고득점 순이었다면 나는 기회가 없었을지 모른다. 나는 교수님이라면 우리 학교 학생이 외국에 가서 수업에도 잘 임하고 학교 생활을 적극적으로 하며 친구와 이웃도 잘 사귀어 우리 학교의 이미지, 나아가 우리나라의 긍정적인 이미지에도 기여할 학생을 뽑고 싶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지원한 학교의 프로그램, 학생 활동 등을 열심히 알아보고 그곳 수업에서 무엇을 배우고 활용할지, 어떤 학생이 될지 포부를 열심히 구성하여 미리 영어로 써서 외우고 갔다. 물론 써서 달달 외운 게 무슨 실력이겠나 싶지만 이것을 쓰기 위해 알아보는 과정, 쓰는 과정에서 영어 공부가 되고 외운 것도 결국 내 것이 된다. 이외에 영어 질문과 간단한 토론이 있기도 했다.


다행히 나는 1년 동안 파견 교환학생으로 선발되었고, 학점이 4.0을 넘지 않았기에 영어 인터뷰를 잘 보아서 가능했다고 생각했다. 3학년 1학기로 파견되기 전까지 교내 어학원에서 공강 시간에 제공하는 저렴한 영어 회화 수업을 신청하였다.

새로운 사람과 나에 대하여, 어떤 주제에 대하여 영어로 얘기할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유익했다. 여전히 나는 영어로 말하는 게 어색했고 자신감이 없었다. 내가 확실한 말만 하니까 언뜻 보면 영어를 잘 해 보이기는 하지만 내가 말하는 것이 틀림없이 콩글리쉬이고 어법도 다 틀릴 것 같아 내뱉는 것이 두려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면접관들이여, 면접자의 마음을 잡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