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직의 린치핀인가

by 모네

톱니바퀴 돌아가듯 나는 조직에서 수동적으로 주어진 일을 평범하게 수행하며 살고 있진 않은가. 대다수가 그렇다. 세스 고딘에 따르면 이 평범한 사람을 가지고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남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은 대체될 수 있으며 조직에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다. 미래 가치가 높은 조직으로 변모하려면 조직에 린치핀을 키워야 한다. 린치핀들은 시키는 대로만 하지 않으며 예술적 감성으로 새로운 생각을 하고 적극적으로 일하며 성과를 내고 조직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예술성을 삶 속에서, 일상에서 발현시키는 사람은 가치가 있다. 세상을 다른 관점으로 보고 효율적으로 만든다고 한다.


직원들이 스스로 예술가가 될 수 있도록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놓으면 미처 상상하지도 못한 성과를 뽑아내디 시작할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한낱 기계의 톱니바퀴가 아니며 쉽게 대체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고 느낄 때, 힘든 일에 자발적으로 도전하고 스스로 성장한다.
린치핀으로 거듭난 직원들은 조직에서 지급하는 보수보다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해 낸다. 자신이 받는 임금 이상으로 많은 일을 자발적으로 해낸다.

린치핀은 독특한 재능을 지니며 고유한 창의성을 발휘한다. 직원들에게 영감을 주며 고객을 이끈다. 고유하다는 말은 창의성에 초점과 통찰력이 있다는 뜻이다.
-세스 고딘, <린치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생각하는 인간이다. 그저 시키는 일 딱 그만큼만 수동적으로 해내는 인간은 발전이 없다. 당장의 그 일을 처리해 줄 부속품이라는 데서 가치가 없지는 않다. 어쨌든 최소한으로나마 그 일은 해결이 되었으니까. 그런데 린치핀이 그 일을 맡았다면?


나보고 인간 애자일이래

“00 대리가 인간 애자일이다. 00 대리는 진짜 애자일 경영을 해.” 기획 업무를 하던 대리 시절 부장이 다른 사람의 업무에 답답해하며 공중에 대고 큰 소리로 말했다. 기준이 높고 충족시키기 어려운 사람으로 정평이 나있는 사람에게 인정을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나는 우리 부서 사람들이 인정하는 우리 부장의 기준을 충족시키며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인사 평가 전 면담에서 부장은 자기가 쓴 나에 대한 평가문을 보여주었다. 자기 업무에 오너십이 강하고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하는 사람이라고 적혀있다.



나는 어떻게 일하는가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라고 평가를 받는 사람의 일하는 방식은 어떨까. 기본을 충실히한다. 사소한 일도 정성들여하고 무언가 한 끗의 차이를 만든다.


나는 내가 맡은 업무에 책임감이 강하다. 이는 민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성격에서 기인하기도 하고 돈을 받고 일하는 만큼 책임을 지고 실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며 성과를 잘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부재중일 때 업무를 대체하기 어려운 업무가 섞여있어 아파도 휴가를 거의 내지 않았다. 2박 3일 재택교육 중에도 꼭 해서 넘겨야 할 일이 있으면 5시에 교육이 끝나고 회사에 출근해서 저녁까지 일을 하고 갔다.


과제 관리 업무를 한다고 하면, 사실 정부 부처에서 과제를 정해준다. 그렇게 정해진 게 우리 기관은 세 개이고 이 세 과제만 관리하고 자료 작성해서 부처에 내면 된다. 시키는 일을 수동적으로 한다면 그렇다. 그런데 나는 이게 부족하다고 느낀다. 먼저 정부 국정과제를 인쇄해서 제본기기에서 제본을 한다. 제본은 상당히 귀찮은 일이다. 그리고 우리가 맡은 국정과제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형광펜을 치며 살펴본다. 한글을 띄워 표를 만든다. 국정과제 번호와 명, 타 부처 국정과제지만 우리가 하는 일 혹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나는 대로 러프하게 적는다. 적다 보니 한 50-60개 정도가 된다. 우리가 이렇게 확장해서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인쇄해서 부장에게 가져간다. 부장은 만족스러워하며 시키지도 않은 일을 어떻게 이렇게 했냐며 아이구 이쁘다, 하고 등을 토닥여준다. 너무 잘 뽑아냈다며 이것을 어떤 부서에서 하면 좋을지 줄을 한 칸 추가해서 써보라 한다. 그리고 옆에서 듣던 팀장이 자기도 공유해 달라고 한다. 보고서를 쓰는 사람에게 공유되어 경영평가 보고서에 녹여지고 조금 더 입체적인 보고서를 만드는데 기여한다. 내 보고서에 곳곳에도 녹여 풍부하게 만든다는게 보람있다.


공공기관은 기재부에 10월 말까지 기관의 중장기 전략을 짜서 계획을 내야 한다. 부장은 중장기계획을 맡은 담당자가 시간적 여력이 안되니 내부역량 진단을 위한 설문조사를 나보고 맡으라고 한다. 혁신의지, 핵심가치 인지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문항을 만들고 분석 결과를 가져다준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해보니 점수가 떨어졌다. 부장은 보더니 점수가 높아졌다고 보고서에 쓰려고 했는데 점수가 낮아 한 걱정이다. 나는 그들에게 말한다. “아니, 점수가 높아지기 위한 노력은 하나도 안 하고 높아지길 바라는 게 이상한 거 아니에요? 핵심가치 인지도를 높이려면 높이려는 노력을 하면 되잖아요. 핵심가치에 맞게 일하는 우수한 직원들 주변에 많은데 그런 사례를 카드뉴스로 만들어서 띄우면 어때요? “ 하고 말한다. 부장은 “대리님 말이 맞다. 우리가 노력이 부족했네. 우리 부서 잘못이네. 핵심가치만 만들어 놓고 홍보를 안 했잖아. 그래 대리님 생각 좋다 한번 만들어서 올려보자.” 하고 말한다. 항상 내가 하는 거에 자율성을 주니까(이것도 관리자와 궁합이 맞아야한다) 나는 이번엔 트로피칼 느낌으로 카드뉴스를 디자인하고 핵심가치별로 잘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물어물어 자료를 받아 한 장짜리로 만들어 가져간다. 화려한 색감에 잠깐 놀란듯하지만 평소 문화 예술에 조예가 깊은 부장은 공공기관 색채와 다른 이 디자인을 허용해 준다.



문학 읽기와 N들의 가치

기민하고 눈치 있게 일한다고 평가받는 내가 평소에 하는 건 문학 읽기다. 문학을 읽으면 곧바로 막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는 건 아니지만 캐릭터의 특성과 생각, 다양한 문화권과 시대의 생각과 맥락을 이해하는 게 계속 쌓인다. 그 사람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맥락상 이걸 원하는구나, 이 뜻이구나 큰 그림에서 이런 상황 속에서 이루어진 일이구나가 빨리 파악이 된다. 일의 우선순위, 경중을 빠르게 파악하고 행한다. 빨리빨리 결정을 해서 처리하다 보면 시간과 여유가 남아 생각한 것을 실천하며 적극적인 행정이 가능하다.


소설을 읽는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욱 커다란 존재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잠시나마 타자의 삶을 살아 보았기에 보다 폭넓은 인식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 올가 토카르추크, <다정한 서술자>


눈치도 지능이고 살아남고 인정받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눈치 없는 직원은 부서장뿐 아니라 동료들도 답답하다. 한 번 말했으면 아 이렇게 하기를 바라는구나, 하고 의중을 파악하고 움직여야지 똑같은 말을 두 번 세 번 해야 그때서야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 꼭 이걸 몇 시까지 해서 가져와, 라고 말해야만 그 일을 하는 동료가 있었다. 부장은 두번째에는 그 일을 알아서 해서 가져올 때까지 기다리다 지친 나머지 다른 사람에게 그 일을 시킨다. 그 사람은 계속해서 일에서 배제되고 인정도 받지 못한다. 부장이 오죽 답답하면 다른 사람의 뜻을 파악하는 학원이라도 다니라고 말한다. 반면 부장은 다른 부장에게 나를 소개할 때 자기가 말하기 전에 자기 마음을 읽고 먼저 행동하는 직원이라 소개한다.


자신만의 틀과 생각에 갇혀 있는 사람은 문학을 읽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문학을 목적의식 없이 즐거움으로 읽지만 읽다 보니 결과적으로 얻는 게 너무 많다.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세계관 속에서만 생각하는 버릇이 있는, 예를 들면 S 유형의 사람들은 새로운 생각을 하기 위해 문학을 읽어 다른 세계관을 접하거나 예술을 즐기면 좋다. 내가 느끼기에 S들은 생각하는 게 한정적이다. 실용적이긴 하나 평범하고 무난하다. S 상사와 N 상사는 나의 생각을 받아주는 게 다르다. 내가 해간 디자인에 대해 S 상사는 평범한 색과 폰트로 바꿔오라고 지시하고 N 상사는 색다르다고 잘했다고 한다. 내가 이 생각 저 생각 말하는 과정에서 생각을 섞고 얹고 논의하다가 새로운 무언가가 탄생한다.

NT들과 이야기하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의 눈으로는 터무니없어 보이는 얘기도 하다 보면 현실과 접점을 찾게 된다. 우리는 보고서도 잘 쓴다. 전임자들이 써 놓은 틀과 보고서를 갈아 엎었고 백지에서 나만의 구상으로 틀을 새로 쓴다. 이 사례 저 사례를 잘 엮어서 입체적으로 만든다. 우리는 새로운 틀을 구상하고 만드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주어진 법규에 따라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것보다 전략을 짜고 기획하는 일이 잘 맞다. 실행하는 것보다 논리적으로 잘 짜서 사람들이 따르게 하는게 더 재미있다. N들은 기존의 틀을 답습하기보다 새로운 생각을 하고 제안을 하고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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