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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Jun 11. 2022

왜 해야 되는지 물으면 싸가지가 없다 해요

“오! 대리님이세요? 신기해요! 연예인 본 것처럼! 그런데 대.. 대리님 좀 사차원 같아요.” 전화로만 통화하다 처음 얼굴을 보게 된 동료가 조심스러워하며 말했다. 나보다 일 년 먼저 입사한 여자 대리이다.

“제 옆자리 과장님도 우리 회사에서 본 사람 중 제일 특이하대요. 근데 전 특이한 제 자신이 좋아요! 전 사장한테도 지금처럼 똑같이 대하거든요. 근데 제가 별 말을 안 했는데, 어디가 특이하다고 느끼신 거지..” 하고 말했다.

“그냥 엄청 특이하신데. 근데 전 좋은 것 같아요. 우리 회사에 이런 사람이 있다니 좋아요. 계속 이런 모습으로 남아주세요!” 하며 호의있는 눈빛과 태도로 나를 계속 대했다.


요즘 전국 지사 교육을 다니는 중인데, 나 역시 조직도로만 만나던 동료들을 실제로 만나니 정말 신기하다. 조직도 사진은 입사를 위한 명함 사진 같은 것이 대부분이어서 실제 모습도 많이 달랐고, 사번에 비해 나이가 많이 어려 보이기도, 의외로 많아 보이기도 했다. 얼굴과 이름이 매치가 안 되는 사람도 있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는 게 즐겁지만 한번 지방 출장을 갔다 오면 진이 빠진다. 지난주에 창원에 갔다 온 것이 아직도 회복이 안된 데다 출장으로 인한 야근도 많아서 이번 주 내내 좀비 상태로 다녔다.


“하.. 너무 피곤해요. 처음엔 전국 출장 간다고 여행 가는 기분으로 좋아했는데, 너무 피곤해요.” 하면 운전도 안 하면서 뭐가 피곤하냐, 퇴근하면 집에서 맨날 누워있는다면서 뭐가 피곤하냐, 30대가 벌써부터 그러면 어떡하냐, 하고 다들 한 마디씩 했다.


같이 지내는 사람들은 나를 겪으면서 특이하다고 느끼긴 하겠지만 만나서 대화를 몇 분 안 했는데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게 신기했다. 나를 처음 보는 지사 사람들은 눈빛에 신기함을 가지고 대했다. 그래도 나를 재미있어하고 호감으로 느끼는 게 보였다.


@부산 서면, 오프커스

“넌 진짜 이상한 거 같아.” 옆자리 과장과 같이 차를 타고 가며 얘기를 나눴다.

“왜요.”

“넌 진짜 이상해. 우리 회사의 인사 실패 같아. 너 같은 애를 뽑았다니.”

“과장님이 더 이상해요. 반말하라고 한 적도 없는데 왜 너라고 하면서 반말해요?” 하고 말했다. 항상 톡 쏘는 반응이 재밌어서 나는 괜히 자극하면서 말한다. 사실 다른 사람들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거나 친해져서 반말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도 대리님, 하고는 부른다.

“회사에서 할 말이 있고 말아야 될 말이 있고, 학교에서 할 말이 있고 아닌 말이 있는데. 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잖아. 그게 문제야.”

“회사에서 할 말은 누가 정하는데요? 전 할 말을 100중에 10 밖에 안 한 거라고요! 제가 얼마나 비밀을 안고 사는지 아세요? 그리고 그게 왜 문제라고 생각하세요? 흠, 사람들이 저 엄청 좋아하는데! 과장님 빼고 다 저를 좋아하는 거 같아요!” 라고 말했다. 참고로 과장은 완벽히 나쁜 남자 유형의 사람이다. 예를 들면, 차를 과격하게 운전해서 쿨렁해서 멀미 나요, 하면 걸어갈래?라고 말한다. 착한 남자들은 어, 미안.이라고 한다. 나보고 너 하나도 안 어려, 안 어려 보여,라고 말한다. 부장님이 나랑 같이 가라고 보내면서 맛있는 거 사주라고 했는데, 뭐 돈 맡겨놨나,라고 한다든지. 돈이 없으신 것 같은데 제가 살게요, 하면 너보단 많아, 하면서 그래도 사주긴 사준다.


나를 키운 우리 엄마도 나를 별종이라고 말한다. 공부 잘해서 큰 속은 안 썩였지만 친구도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친구 사귀면 되지, 하고 딱 끊어버리고 어른이 시키면 해야지 쪼끄만 게 왜 해야 되냐고 해서 싸가지가 없다고 했다. 예를 들면 초등학생 때 평소 우리 집과 친하게 지내고 서로 자주 놀러 가며 지낸 21층 아줌마가 8시쯤 전화해서 자기 딸이 연락이 안 돼서 걱정된다며 좀 올라가 봐달라고 했다고 한다. 근데 엄마 말이 내가 그때 씻고 잠옷도 다 갈아입었고 하루 일과가 끝나서 못 가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른이 시키는데 얼른 옷 갈아입고 가서 해야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지금도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아니, 어른이 시키면 뭐 사람 때리라고 해도 때려야 돼? 그리고 나의 상황을 고려해야지, 난 한번 씻으면 안 나가는 애였는데. 난 그 집 딸이 사라지건 상관도 없는 사람인데 자기가 그럼 딸하고 떨어져 있지를 말든가, 떨어져도 연락할 수 있는 뭔가를 미리 만들어놨든가. 부탁하는 입장에서 내가 움직일 만큼 설득력 있게 말을 안 했겠지. 내가 굳이 왜 옷까지 갈아입고 21층을 가야 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는데.” 하니 엄마는 한숨을 쉬며 싸가지 없는 년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근데 나는 특이한 내 자신이 좋다. 특별하게 느껴진다. 평범한 게 싫고 평균적인 사람은 따분하다. 다르게 생각하는 게 좋고 다른 사람과 관점이 다르다는 평을 들으면 너무 좋다.


나는 누가 시켜서 하는 걸 싫어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부탁을 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누가 나를 시키더라도 그 사람이 시켜서 내가 해야 되는 구조와 이유가 납득이 가면 또 빨리 착수해서 열심히 해준다. 내가 이걸 왜 해야 되는지 납득이 돼야 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냥 당연하게 시키거나 하면 왜 해야 되냐고 묻는 편이다. 내가 해야 될 일이 아니라 자기가 해야 되는 일인데 나를 시키는 거면 이러이러해서 내가 할 수 없는데 좀 부탁한다고 하면 기꺼이 해줄 텐데, 설명 없이 이것 좀, 하면서 시키면 왜 직접 안 하시냐, 제가 왜 해야 되냐고  묻는다. 주로 차장-대리들의 갈등이 심화되는 지점이다.


40대 중반~50대 초반 차장들은 자기들도 저연차때 차장이 시키면 당연히 했고, 자기들도 관리자는 아니지만 관리자급 나이가 되니 우체국을 가거나 시덥지 않은 일은 자기 업무분장의 일이어도 저연차 직원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시킨다. 신입직원들은 자기가 맡은 일도 버거운데 부장도 아닌 사람이 자꾸 업무 지시를 하니 참다 참다 폭발한다. 서로에 대해 오해만 쌓인다. 정으로 해줄 수 있는 것도 칼 같이 선을 긋게 된다. 서로 대화가 단절되고 조직 문화가 경직된다. 상명하복이 강한 시절과 달라졌는데, 차장들은 자기들이 시킬 수 있는 입장이라고 생각해서 저연차 직원들이 불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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