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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Apr 28. 2023

4월의 생각과 근황

- 겨울이 지나고 살이 5킬로나 쪘다. 입었던 옷들이 안 맞는 지경이다. 신경안정제의 부작용 같다. 뱃살을 빼고 싶다.


- 주 2~3회 필라테스를 하고 있다. 근육운동이 힘들지만 보람이 있다.


- 시간 외 근무를 하지 않는다. 본사보다 지사 업무가 확실히 스트레스와 노동 강도가 낮다. 스트레스가 없고 마음이 편하다. 스트레스 주는 사람도 없다.


- 징수의 달인, 체납처분의 달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징수 업무 맡은 지 한 달 만에 예금 압류를 하다니 다들 무서운 사람이라고 놀란다. 심지어 우리 지사 역사상 예금 압류한 사람은 내가 처음이다. 나는 가차 없다.

“세 달 동안 연체하셔서 고용청에 체납처분 승인받았고요. 4천만 원 정도 되시는데 언제 납부하실 거예요? 담당자분, 계속 전화도 피하시고 예금 압류는 안 하려고 계속 전화드리고 기회 드리려는데, 이번주에 예금압류하겠습니다.” 하면 자기돈도 아닌데 왜 이리 열심히 받아내냐고 주변에서 놀란다. 옆부서 부장님이 지나가면서 진짜 무서운 사람이라고 한다. 자기도 예금 압류 여태까지 딱 두 번밖에 안 해봤다고. 나를 분노케 하지 마라. 지적하고 추궁하는 게 체질에 맞는 것 같기도 하다.


- 벚꽃보다 푸르른 여름 나무가 좋다.


- 원지의하루 유튜브에 빠져있다.


- 내년에 휴직하고 대학원에 가려고 영어 시험을 등록했다. 오랜만에 영어 공부를 하니 재밌다. 까먹고 살던 단어들의 뜻이 생각나면 뭔가 희열이 있다. 일정 정도만 나오면 크게 점수 욕심은 없어서 스트레스는 없다.

옆자리 과장이 듣더니 대리님은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사람이냐고 가만히 애기 낳고 사는 삶을 살면 현타올 거 같다고 말하며, 대리님은 외조해 줄 수 있는 남자랑 결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고 말한다. 휴직을 하는 만큼 돈을 못 벌고 공부를 하는 것이어서 막상 석사 휴직제도가 있어도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야간이나 주말대학원, 방통대 등을 활용한다. 근데 나는 제대로 공부를 하고 싶어서 휴직을 하려고 한다. 겸사겸사 방학에 장거리 여행도 가고 휴식이 필요하기도 해서다.


-최근에 사기업을 다니다 아이비리그 대학원 4개 합격한 친구 소식을 들으며 30대에 퇴사하고 유학길에 오른 친구의 용기와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감, 우리가 대학생 때 꾸던 꿈을 현실화하도록 한발짝 더 나아간 것, 미국 유학길에 오를 수 있는 여유가 부러웠다.


-목표의식을 가지면 효율적인 방법으로 가장 적은 힘을 들이고 성취하려는 스타일이다. 어떤 목표의식을 가지고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사는 유형이 전혀 아니다. 항상 나태하고 게으르다. 매일 누워있는 걸 좋아한다. 근데 사람들이 보기에 계획성 있고, 빠릿빠릿하고, 성과와 실적을 잘 내는 건 효율성을 추구하고 민폐 끼치는 걸 싫어하고 책임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대학원도 이걸 발판 삼아 이직을 해야지, 뭐를 해야지, 하는 구체적 계획도 없다. 그냥 하다 보면 새로운 기회가 생기겠지, 하면서 사는 편이다. 현실적인 주변의 가족, 동료, 친구들과 비교하면 거의 허황된 소리,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을 많이 하는 이상주의자이다. 근데 생각을 하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어찌 됐건 새로운 삶이 펼쳐진다. 삶에 조급할 필요가 없다.


- 휴가, 휴직 눈치 안 보고 쓰는 사내 문화가 좋다. 아침에 지각할 거 같으면 30분 휴가 올리는 게 꿀이다. 우리 부서에도 육아 휴직자가 두 명이고, 그중에 한 명은 남자다. 몇 주후에는 옆자리 남자 과장이 아내의 출산휴가를 2주간 떠난다. 업무를 좀 더 부담해야 하겠지만 크게 부담 없다. 처음 입사했을 땐 한 아이당 3년까지 자유롭게 쓰는 문화가 충격적이었다. 아이가 2명이면 6년을 쉰다. 기간을 아껴뒀다가 아이가 조금 크면 같이 외국을 나가서 살다와도 좋겠다.


- 다음 주 황금연휴엔 휴가를 내고 베트남에 간다. 쌀국수도 먹고, 약간 라오스 까오삐약 식감으로 기대되는 분보도 먹고, 망고도 많이 먹고, 넴느엉도 먹고, 베트남 옷 입고 사진도 찍고, 야시장 쇼핑도 하고, 테라스 있는 방에서 자고, 힐링되는 자연 뷰 카페에서 휴식을 할 생각을 하니 설렌다. 관리자가 5월에 휴가들을 많이 쓰라고 권하길래 전 다음 주에 베트남가요~~~라고 말했다. 어어 그려? 잘했네. 잘 갔다 와. 대신 일은 다 해놓고 가고. 하고 농담을 한다.


-햇볕이 따뜻하고 미세먼지도 없고 바람이 살랑 부는 행복한 금요일이다. 오늘은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간단하게 먹고 혼자 공원을 산책하는 중이다. 초록초록하고 포근하고 맑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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