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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May 29. 2018

나의 영어 방랑기(4)

나에게 영어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


일하며 만나는 영어 틈틈이 정리하기

 

요즘엔 양이 많아져 엑셀로 정리중이지만 손으로 적어놓는 맛이있다.



일하면서 자주 쓰이는 표현

나중에 작문할 일이 있을 때 쓸만한 표현

한-영 영-한이 자유롭게 되어야 일처리에 효율적인 표현

처음 보는 단어

글쓴이만의 표현 중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표현


이 있다면 일하는 중간중간 적어놓는다. 물론 내가 영어 공부하는 시간이 아니므로 이것이 주가 될 수 없기에 책상 위에 놔둔 노트에 빠르게 흘겨 적어놓는다.


이렇게 적어 놓는 것은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 그 표현이 생각이 안날 때 노트를 펼쳐 찾아보고 활용한다.

사실 눈 앞에 닥친 시험이 없어 이렇게 써 놓고도 열심히 들여다 보거나 하고 있지는 않다. 그냥 언젠가 찾아보고 싶을 때를 위해 적게 되는 것 같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혹시나 토플을 보게 될 때 단기간 Writing 고득점을 위해 표현을 좀 더 풍부하게 하고 싶어서 문구와 문장들도 틈틈이 모으는 편이다. 평소에 영어를 안 쓰다가 영어 능력 증명을 위한 시험을 볼 때 제대로 안 써질 것이 뻔하다.


이렇게 평소에 틈틈히 영어를 정리해 놓고 공공기관 영어작문 시험 전 하루 이틀 보고 갔는데 필기에 합격했다.



영어 스터디 모임은 그다지 도움이 안 되었다


재외국민 전형으로 대학을 들어온 한 후배는 학창 시절을 미국에서 보내거나 국제학교에서 보내서 영어를 한국어만큼 잘하는 것 같았다. 그 후배가 아르바이트로 페이스북에도 간간히 뜨는 영어 스터디 모임에서 리더를 하며 돈을 번다고 했다. 마침 나도 전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영어를 전혀 쓸 일이 없어 영어에 노출되고 싶었고 비는 시간에 뭐라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후배가 알려준 스터디 모임 사이트에서 집에서 가까운 곳을 신청했다.


결과적으로 스터디 모임을 통해 영어가 향상된다는 느낌이 없었다.


쉴 수 있는 토요일 오후에 괜히 자기계발 한답시고 돈 버리고 시간 버린 꼴이 되었다. 엉뚱한 얘기를 계속 쏟아내는 사람 얘기를 들어주기도 피곤하고 결국에는 대인관계가 피곤해서 나가기 싫게 되었다. 현재 미국대학교에 다니는데 방학이어서인지 한국에 나와있는 여학생도 있었는데, 미국대학교를 다닌다면서 어떻게 영어를 저렇게 못하는지 속으로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리더는 영어를 굉장히 잘하는 사람이었다. 원어민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매주 영어 단어와 표현을 정리해서 알려주고, 주제별로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기에 아무것도 안할 때 보다는 분명 영어에 노출되고 있었다. 하지만 리더의 역량 문제였는지, 구성원들의 문제였는지, 아니면 내가 그냥 하기 싫어서였는지 몰라도 그다지 도움이 된다는 느낌이 없었다. 중간중간 계속 한국어를 섞어 쓰고 이상한 영어를 구사하면서 또 잘난 척과 허세는 부리며 대화 분위기를 이상하게 끌고 가는 사람을 참아주는 게 짜증날 뿐이었다.



외국인 친구와의 채팅


나는 나의 일상과 생각을 털어놓을 친한 외국인 친구가 많다. 페이스북 메시지, 위챗, 왓츠앱, 또는 가끔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외국인 친구와 영어로 내가 원할 때 언제든 대화한다. 국적도 다양하고 하고 싶은 얘기도 다르다. 한국인하고 보다 더 깊은 얘기를 하기도 한다. 우리의 소통 매개가 영어이기 때문에 나는 그냥 내 지금의 생각을 그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영어를 사용한다. 내 영어를 평가하는 사람도 없고, 편한 친구 앞에서 완벽한 영어를 구사할 필요도 없으니 스트레스 없이 던진다.

친구를 이용하여 영어를 쓰기 위해 말을 걸어본 적은 전혀 없지만 영어로 다양한 얘기를 나누는 상황은 부수적인 이점이 된다. 나보다 영어를 잘하는 친구에게서 얻는 이점도 있고, 나보다 영어가 익숙하지 못한 친구와의 대화에서 얻는 것도 있다.


친구와 대화를 하며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고, 서로의 근황을 나누거나 재밌었던 일 혹은 그냥 지금 떠올라 하고 싶은 말, 나의 내밀한 생각과 감정, 계획 등을 나누는 것이다. 계획을 나누다가 서로의 나라에 놀러 가거나 같이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계획을 짜게 되기도 한다. 내가 '자발적으로' 나누고 싶은 것이기에 깊은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


얘기하다가 내가 업무나 공부하면서 궁금했던 그 나라 정치, 경제 얘기를 묻기도 하고 나도 질문을 많이 받는다. 책이나 검색을 통해 이해하는 것보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여러 나라의 친구들과 교류하다 보면 우리나라에 뉴스에서는 길게는 몇 개월 뒤에나 보도되는 그 나라 소식을 미리 접하기도 하고 가령 시민들의 시위가 일어난다거나 테러, 큰 정치적 이슈가 있으면 현지인의 다양한 관점으로 접하게 된다는 매력이 있다. 가령 몇 년 전 우크라이나 사태는 그 태동기 때부터 현지인의 업데이트를 받아보며 사태를 지켜봤던 기억이 있다.


외국에서 오래 산 경험이 있거나 지금도 살고 있는 한국인들 중에 내가 다양한 외국인 친구들과 오래도록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신기해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를 잘 한다고, 그 나라에 오래 살아 그 나라에 익숙하다고 친구를 잘 사귀는 것은 아니다. 물론 영어를 못 하면 대화가 진행되지 않기에 서로가 엄청나게 답답하고 다른 한쪽의 인내심과 관용에 기대는 인간관계가 되어버려 친구가 되기 어렵긴 하다.



외국인 친구 맞이하기

오사카에서 만난 아코


해마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 친구가 꾸준히 있다.

친했던 친구도 있고 친하진 않았지만 오게 되었다고 연락 온 사람도 있다.  내가 사는 일상 속으로 들어온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정말 반갑다.


중국, 일본은 나도 친구를 직접 만나러 몇 번 갔다. 혼자 가기도 하고 가족과 함께 가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만나거나 같이 서울을 다니면서 원치 않게 통역할 일이 많이 생긴다. 돈을 받고 하는 것도 아니고 실수해도 괜찮기 때문에 이러한 비공식적 통역 기회는 부담 없으면서 괜찮은, 단조로웠던 일상에 새로운 경험이 된다.


외국인 친구가 서울에 교환학생으로 오게 되면 그 친구의 다른 외국인 친구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고 그들도 나를 통해 현지인을 다양하게 만나게 된다. 나는 그들에게 영어를 배울 사람들을 연결해주기도 했다.



토익 책 펴지 않고 토익 900점대 받기


우리나라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토익은 필수 코스가 되어버렸다.


각자 자신의 목표가 있을 것이다.

업무에 영어가 전혀 필요하지 않은 직종이라 기관에서 요구하는 토익 점수만 넘고자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가능한 더 높은 점수를 받아 스펙으로 활용하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영어가 필요한 업무를 하고 싶어 토익 점수 이상의 영어 실력을 갖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토익이 아니더라도 영어를 공부하는 목적이 영어 점수 그 자체인 사람도,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거나 원어로 읽고 싶은 소설책을 읽거나 외국에서 공부하기 위한 수단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면접을 볼 때 내가 써낸 토익 점수를 보고

"이 점수보다 영어를 잘 하시죠?"

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영어 점수 외에 내가 써낸 경험과 경력이 영어를 잘해야 가능하거나 잘하는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는 토익 공부를 하지 않고 준비 없이 그냥 당일 날 가서 시험을 봤고 문과생에게 기대하는 900점 정도만 넘으면 몇 점 더 받으려고 시험을 더 보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그 점수를 썼다고 얘기한다. 성격이 급하고 덜렁대는 편이라 어느 시험을 봐도 만점을 잘 못 받는 편이기도 하다.


물론 문제를 몇 세트 풀어보며 유형을 익히고 문제 풀이 전략을 좀 세우고 시험장에 들어가면 당연히 그냥 볼 때보다는 오르긴 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고등학교 때 징하게 공부했던 경험 때문에 더 이상 수험용 영어를 들고 파고 싶지가 않다. 몇 점 더 올리는데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싶지도 않다.


토익을 봤을 때 느낌을 말하자면, 과거에 공부하였던 토플과 텝스보다 훨씬 쉬운 느낌이긴 했다. 듣기는 다음 몇 문제를 미리 읽어 볼 시간이 충분했고, 어휘와 문법은 크게 고민 없이 바로바로 빈칸에 들어갈 것이 감각적으로 들어왔다. 독해는 어차피 어느 언어든 글 자체를 빨리 읽는 편이어서 요령 없이 그냥 전체 지문을 다 읽으면서 풀었다.


토익을 위한 공부가 아니어도 이전에 영어를 공부하거나 접하면서 익혔던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또, 중고등학교 때 '글 읽는 법'에 대한 기본기를 정말 잘 배우고 쌓았던 것도 외국어로 글 읽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중고등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거나 영어 공부에 들인 노력이 부족했다면 토익 점수를 올리기 위한 공부를 하는 김에 영어를 공부할 수 있겠다. 어느 방법을 통한 영어 공부이든 토익 점수를 올릴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데, 불안해서 따라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자기 목표 점수를 받는 사람을 보며 단순히 살다와서 영어를 잘한다고 푸념하기보다 본인도 다른 사람이 들인 만큼의 절대적인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며 실력을 쌓는 편이 낫겠다.


토익에 대한 회의감도 든다. Nice to meet you 정도밖에 못하는, 오히려 7-800점대 보다 말도 못 하고 글도 못쓰는 900점대도 꽤 봤다. 토익 900점대여서 영어 업무를 하는 일에 뽑혔지만 회사가 기대한 실력에 부응하기 어려워 자신에게 맞는 다른 일을 찾아 퇴사한 경우도 몇 번 봤다.

휴학까지 하면서 토익 학원을 열심히 다니고 매달 토익 시험을 봐서 언젠가 고득점을 한들 실력과 내공이 없다면 남은 게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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