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어 방랑기(3)

한국에 돌아와 영어 공부하기

by 모네


한국 대학교에서 전공 수업 영어로 듣기


유럽에서 교환학생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니 4학년이 되었다.

영어 환경이 순식간에 한국어 환경이 되었다. 처음에는 눈 뜨자마자 한국어 환경이 되어 버린 것이 너무도 어색했고 벗어나고 싶기까지 했다. 아마도 꿈같은 유럽 생활이 끝나 치열하게 생활해야 하는 한국의 청년으로 돌아와서 그런 듯 싶기도 하다. 나는 한 학기에 두 과목 정도는 전공을 영어로 들었다. 굳이 영어로 듣기 위한 전공을 찾았다기보다는 마침 개설된 과목 중 듣고 싶은 과목이 영어로 제공되었다.


4학년이 되니 내 시간표 전부가 전공 심화 과목이었다. 한국에서 영어로 전공 수업을 하는 교수님들도 미국, 유럽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강의도 하셨던 분들 이어서 전형적인 한국식 강의 수업은 아니어서 좋았다. 수업에서는 미국 3-4학년이 보는 전공 교과서를 선택해서 보았다. 교과서가 여러 권이거나 읽어야 할 내용이 많지 않아서 부담이 적었다. 대신 교과서 1권을 꼼꼼히 파헤치면서 각 팀별로 한 챕터를 맡아 발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팀 발표를 준비하면서 꽤 놀랐다. 팀장과 팀원들이 우리 팀에게 주어진 교과서 챕터를 나누어 한국어로 다 번역해서 돌려 보자는 것이다. 영어 전공 수업에서 자주 이런 식으로 준비가 이루어진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황당했다. 어설픈 번역투 문장보다 영어를 그대로 읽고 이해하는 게 훨씬 쉬울 것인데, 또 굳이 번역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는 게 이해가 안 갔다.

또, 우리는 자기가 조사한 부분을 중심으로 발제문을 나누어서 썼는데 팀원들이 올린 발제문을 보니 경악할만한 콩글리쉬 문장으로 가득했다. 누가 봐도 한국어의 어떤 문장을 옮겨 쓴 것인지 알겠는 문장들이었다. 전체를 다 뒤엎어야 할 것 같았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랐지만 눈에 띄는 비문과 어설픈 문장들을 수정해서 다시 올렸다. 내 글 역시 부족할 테지만 원래 자신의 글의 오류는 잘 안 보이는 법이다. 그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수업에서 나랑 비슷하거나 고학번이었는데, 듣기로는 졸업반의 문과생이라면 다들 토익 점수도 높을 것 같은데 내가 기대한 것보다 영어 실력이 낮아 적지 않게 충격에 빠졌었다.


10명이 안 되는 소규모 전공 수업을 영어로 듣기도 했다. 이 수업은 교수님과 나랑 둘이 대화하는 시간이었다. 은퇴를 앞둔 60대 교수님이셨는데 미국 유학파셔서 거의 오류 없고 자연스러우며 유머러스한 영어를 구사하셨다. 내가 질문에 대답도 잘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니까 교수님은 거의 나에게만 말을 거셨다. 다른 학우들은 영어 능력이 부족하다기보다는 손들고 얘기를 하고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을 하는 수업 방식을 매우 어색해하는 것 같았다.

나는 수업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교수님이 자꾸 말을 거셔서 일상을 영어로 나누었고, 수업 도중에도 교수님은 나의 일상과 졸업 후 포부를 학생들 있는데 자꾸 물어보셔서 민망했다.



자막 있는 영화 보며 필요한 표현만 얻기


영화 프란시스 하
영화 아델라인

나는 자막 없이 스트레스 받으며 영화를 보지 않는다. 왠지 영어 공부를 위해서는 자막 없이 보아야 할 것 같지만 그러면 내용 파악도 제대로 안 되어 재미도 없고 영어 습득도 잘 안된다고 느꼈다. 그 문화권이 아니면 이해가 안 가는 내용을 굳이 자막 없이 답답하게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한국어를 잘 하는 외국인이어도 급식체나 한국인들만 알아듣는 문화 속 맥락에 관한 대화를 이해하기 어렵듯이 말이다. 그래서 그냥 내가 보고 싶은 영화로 선택해서 '공부한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한글 자막을 보면서 편안하게 영화 보듯이 보는 편이다.


언젠가 네덜란드의 한 대학 부설 어학원에서 강의를 하는, 영국인과 결혼한 네덜란드인에게 자신도 영국 드라마를 볼 때 노트와 펜을 준비한 채 자막을 보면서 본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문장을 적으면서 본다고 했다. 원어민처럼 영어를 하고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이라 당연히 자막 없이 볼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나도 영화를 보면서 들리는 것은 들리는 채로 두고, 말이 빠르거나 안 들리는 장면은 자막을 보면서 본다. 또한 내가 평생에 닥치지 않을 것 같은 상황과 표현은 과감하게 포기한다. 대신 내가 맞닥뜨리기 쉬운 상황인 장면일 때는 그 주인공이 나에게 말을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몰입해서 본다. 그 상대방이 어떻게 대응하는 지도 유심히 본다.


나중에 영화가 다 끝난 뒤 인상 깊었던 몇몇 장면과 다시 듣고 싶은 영어 표현이 나오는 장면을 찾아가 다시 들어보거나 영어 자막을 틀어 확인한다. 요즘에는 왓챠 플레이가 영어 자막을 제공하는 영화가 많은 것 같아 쉬는 시간에 영화를 보며 활용하고 있다.


괜찮은 표현은 따로 적어둔다. 아무리 화려한 표현도 내 성격과 다르거나 내 생각이 아니면 튀어나오지 않기 때문에 미련 없이 포기한다. 따로 써 놓을 때는

내가 영어로 대화할 때 자주 썼던 표현인데 요즘에는 잘 안 써서 영화를 통해 다시 보게 된 것

내 성격과 생각을 담는 표현

그 상황과 문맥에 적합하고 괜찮다 싶은 표현

을 주로 남겨 놓는 것 같다.

물론 캡쳐해 놓은 저 문장들은 읽으면 누구나 해석이 가능한 쉬운 그런 표현들인데 막상 그 상황에서 입 밖에는 못 내는 사람들이 많다. Absolutely/Totally/Definitely! 가 무슨 뜻인지는 알지만 대화에서 풍부하게 활용하지 못한다. 한국인들이 리딩 점수만 높은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원치 않게 외국인과 대화하는 상황에 닥치면 Yes/OK/Really로만 대화하며 성급하게 자리를 뜨려고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가끔 영어 표현을 비영어권 사람들에게 쓸 때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약속을 미뤄야 할 때

Can I take a rain check? 과 같은 표현이다. 한국 중고등학교 교과서 대화에도 자주 나오는 표현인데, 교육을 많이 받은 영어를 잘 하는 유럽 친구들한테 썼다가 뭐가?? 비가 온다고??? 체크하라고??? 라며 대화에 지장이 생긴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미국인 친구한테 물어보았더니 자기네들은 쓰는 표현이지만 비영어권 사람들은 모를 수 있다고 했다. 주로 비영어권 사람과 영어로 소통하는 사람이 미드를 보며 미국식 슬랭을 잔뜩 외워서 쓰는 것은 소통에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다.


한편, 나도 비영어권 친구가 내게

"You made it(니가 해냈구나)!!"이라고 말하는 것을 처음 접했을 때 뉘앙스로는 알아들었지만 정확한 뜻이 뭔지 궁금해서

make it을 찾아봤던 기억이 있다.


텝스 공부


대학 졸업 시기 혹시 나중에 대학원을 가게 될까 싶어 텝스 준비를 했었던 적이 있다. 대학원을 지원할 때 쓰이는 토플은 대학 때 경험해보니 영역도 4개나 돼서 부담스럽고 전형료도 20만 원 정도로 비싸서 텝스를 해보기로 했다. 물론 토익으로만 대학원 진학이 가능한 대학도 있었으나 내가 국내 대학원을 간다면 가고 싶었던 대학은 토익은 인정이 안된다고 했다. 물론 지금은 가게 된다면 국외 대학원을 가고 싶어 결국 토플을 보긴 해야 할 것 같다.


일단 나는 텝스 800점을 넘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텝스 800점대는 토익 900점 대도 넘기 힘들다는 명성답게 어려웠다. 단기간 공부로 극복하기 어려운 시험 같았고 따로 마킹 시간이 없었다. 3번을 봤는데 점수 폭이 5-60점으로 널뛰었다. 두 번째 시험에서 목표 점수를 넘어 세 번째에 등록한 날은 편안하게 봤는데 점수가 오히려 현저히 떨어진 것을 보고 황당했다. 주어진 영역 시간에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그 문항에 대한 마킹을 끝내야 해서 요령이 먹히지 않는 시험 같았고, 일정 점수 범위 내에서는 당일의 빠릿빠릿한 행동과 운도 좀 작용하는 것 같았다.


텝스 책을 사서 풀어보기는 했는데 이는 유형에 익숙해지는 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확실히 기본 영어 능력을 향상시켜야 점수를 크게 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껴졌다. 텝스 900점 근처의 고득점자들은 어릴 때부터 영어로 해리포터 같은 소설을 취미로 읽거나 영어를 자주 접한 사람들이라는 글을 읽게 되었다.


어차피 똑같은 문제가 나오지도 않을 거 지루하게 텝스 예상 문제를 계속 풀어보기보다는 그냥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공부를 하기로 했다. 영어만 나오는 말이 빠른 팟캐스트를 귀에 꽂고 계속 이동 중에 듣고, 책 한 권으로 대충 유형을 익힌 뒤에는 독해 문제를 풀기보다는 그냥 관심사를 영어로 읽으며 영어식 표현에 노출시켰다.


물론 "from scratch"와 같은 관용? 표현들과 act on, put out, build on, rule on, get by, hold out against 등 동사나 명사 다음에 on/to/of/out 와 같은 것들 중 무엇이 오며 뜻은 어떻게 되는지는 계속 예문을 보며 익숙해졌다. 이는 업무를 하며 기사나 자료를 볼 때에도 자주 나오므로 익히면 유용하다. 어휘는 <Teps 달인의 Vocabulary>라는 유용한 책을 만나게 되었는데, 텝스 시험에 국한되지 않고 누구나 영어 전반에 걸쳐 익히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영어로 소설 읽기


암스테르담 플리마켓
런던 플리마켓

외국에서는 교통수단에서 많은 사람들이 책을 붙잡고 읽는 것이 인상 깊었다.

나는 여행하면서 서점과 플리마켓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영어로 되어 읽을 수 있는 책 중 재미있어 보이는 책이 있으면 자주 사는 편이었다. 외국 책은 종이의 질이 우리나라보다 안 좋고 글자도 빼곡한 대신 두꺼워도 가벼워서 가지고 다니며 읽기 좋다.


소설은 쉽고 재밌어 보이는 것으로 고른다. 한글로 써있는 책도 중도 포기한 책이 많은데 외국어로 써있는 책이면 더더욱 그냥 내던져 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삐삐 롱스타킹처럼 동화책도 좋다.


사실 영화, 드라마보다 소설을 읽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

소설은 눈으로 읽는 거니까 내 속도에 맞출 수 있다.


대화가 많은 소설은 구어체를 익히는 데 정말 좋다. 내가 2/3 가량 읽은 책은 10대 후반 소녀의 고3시기 성장기인데, 소녀의 말투와 생각이 어렵지도 않고 톡톡 튀어서 재미있었다. 내용이 평이해 모르는 단어도 거의 없었기에 술술 읽혔다.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책을 집긴 했으나 읽을 때는 그저 내용만 생각하면서 보다 보면 어느새 빠져 든다. 그냥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게 스트레스도 덜 받고 좋은 것 같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