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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Feb 15. 2018

라트비아라는 나라의 수도 리가

라트비아인 친구와 보낸 새해


내가 해외에서 처음 새해를 맞이한 나라는 라트비아이다.


교환학생 중에 라트비아인 친구 두 명과 친해졌다. 처음에 그들이

"I am from Lativa" 라고 할 때 나는 랕비아하는 소리를 대충 리투아니아로 생각했다.

그들은 자기 나라를 아는 것을 놀라며

 "Oh, do you know Latvia?" 라고 물었다.

"Ah..LA..T..VIA?"

라트비아는 발트 3국이라고 불리는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중 하나이다.

이상하게 리투아니아와 에스토니아는 많이 들어봤는 데 라트비아는 생소하다.


라트비아 친구가 생긴 뒤로는 대통령이 라트비아와 정상회담을 가졌다는 뉴스를 괜히 클릭해보거나, 북유럽 여행한다는 지인이 생기면 발트 3국도 꼭 들려보라고 권하게 되었다.


두 명의 라트비아 친구 중 리에나가 초대 해주어 리에나 친구들과 리가에서 한 시간 거리인 마을로 가서 하루 지내며 새해를 맞이하였고, 그 다음 이틀은 리가로 돌아와 리에나와 그의 언니 마리테가 사는 집에서 지냈다.


리에나는 영어를 잘 하는 편은 아니어서 내가 페이스북 메세지를 보낼 때 항상 질문에 적게 답한다던가, 내가 보낸 문장 속에 모르는 단어를 사전을 찾아가며 답을 해야 한다며 채팅이 늦었다. 내가 리가 공항에 도착했을 때 당황했던 것도 소통이 부족해서다. 나 말고 다른 친구들도 있었던 것이다.


헝가리에서 온 한 커플과 독일에서 온 여자와 네덜란드에서 온 남자였다. 이들은 마리테가 이탈리아 대학 수업에서 친해진 친구들로 그들은 이탈리아어로 말했다. 물론 그들은 영어를 잘했지만 이탈리아에서 이탈리아어가 늘어야 했기에 이탈리아어로만 말하던 습관이 있어서 그들끼리는 여전히 이탈리아어로 대화했고, 그 중에 끼어있던 나에게도 습관적으로 이탈리아어로 썼다.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이들도 입버릇처럼  Si, Si 하니까 하루만 더 있었으면 나도 Si 라고 대답할 뻔 했다.


처음 리에나의 언니 마리테를 봤을 때 너무 예뻐서 한참 쳐다보았다. 뭔가 한가인 닮게 생겼다. 아무리 사진을 찍어도 아름다움이 잘 담기지 않아 안타까웠다. 예쁜 여자는 뭔가 새침할 것 같은데 굉장히 털털해서 놀랐고 내가 리가에서 버스를 타고 탈린으로 여행을 떠난 날 새벽에 일어나서 언니처럼 버스에서 먹을 간식을 직접 만들어서 챙겨주었다.  


헝가리 커플도 재미있다. 한 명은 에니코라는 보자마자 손담비 닮았다고 생각한 아름다운 여성이다. 성격도 참하고 따뜻하며 리에나 친구로 혼자온 나에게도 항상 배려해주었다. 지금은 그의 남편이 된 가보르는 보면 볼수록 오지호를 닮았다. 가끔 외국 친구에게서 한국인의 얼굴을 찾을때면 너무 재밌다. 예전에 바이블 스터디에서 만난 미국인 친구는 김숙을 닮아서 엄마에게 김숙 닮은 미국인이라고 그 친구 사진을 보여주었던 기억이 난다.


기차에서 꾸미는 중

위에서 언급한 이들에 아나스타샤라는 러시아계 라트비아인 친구를 포함하여 다같이 기차를 타고 시골다라는 마을에 갔다.  


어느 한 시골마을에 굉장히 소련스러운 별장같은 곳에 라트비아인 몇십 명이 모여있었다.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모인 것이라고 했다. 술을 마시고 놀며 떠들석하게 보내는 분위기였다. 이들은 차에 줄을 매달려 타는 썰매를 탄다. 나도 타보라고 태워주다가 너무 빨리 달려서 스타킹에 구멍이 나고 난리가 났었다. 다들 유일한 동양인인 나를 너무 신기해서 계속 말을 걸었다.


새해 카운트 다운을 하려고 모두가 별장 밖으로 나갔다.  공기가 시원했고, 눈과 별은 아름다웠다.

 

다음 날 일어나 기차역으로 향하는 길. 우리가 어제 이런 길을 지나왔던가. 황량하면서도 가슴 뻥 뚫리게 시원하게 펼쳐진 눈길과 얕은 수풀들, 간간히 있는 나무들 사이로 햇빛이 비치니 너무 아름다웠다.


내가 라트비아의 이름 모를 마을에서 새해를 보내다니. 이렇게 처음 보는 사람들과.


리에나와 소통이 잘 안되던 탓에 나는 일정을 모르고 따르기만 했다. 심지어 리에나의 쌍둥이 남동생을 처음 만나보기도 했다. 모델 활동을 했던 리에나의 쌍둥이답게 키가 아주 컸다.


다음날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고 우리는 시골다라는 마을로 향했다. 리에나의 사촌의 가족이 사는 마을이었다. 리에나의 사촌의 집은 나무로 된, 굉장히 큰 2층집이었다. 가서 뜨끈하게 샤워도 하고 맛있는 저녁도 대접받았다. 그 사촌 차 두대를 나눠타고 우리는 모험단처럼 시골다의 동굴과 성곽 탐험을 나섰다. 동굴에는 관광객들이 많았다. 관광객들이 쓰는 러시아어에 귀를 쫑긋했다.

다음 날 리가로 돌아와 리에나와 함께 또 다른 라트비아 친구인 엘비라를 만났다. 엘비라는 어머니가 카잔분이시라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했고, 라트비아 태생이기 때문에 라트비아어도 썼다. 엘비라는 라트비아에서 제일 좋은 대학교를 나왔고, 석사를 공부하고 있었고 라트비아어, 러시아어, 체코어, 영어를 거의 완벽하게 구사했다. 외모도 아름다워서 엘비라가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을 때 전 교환학생 남자들이 통곡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내가 러시아어를 배우기 때문에 가끔 러시아어를 써보려고 러시아어로 페이스북 메세지를 보내면 너무 상냥하고 인내심있게 내 채팅을 기다려주고 답장을 잘 해주어 너무 고마웠다.


처음 유학을 시작했을 때는 그 나라 고유의 억양이 있는 영어를 듣는 게 힘들었고, 나도 말하는 게 어색했다. 종종 셋이 같이 다닐 때 엘비라가 뭐라 뭐라 빨리 말해도 억양 때문에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리가에서 만났을 때는 나도 어느정도 다양한 영어 억양에 익숙해졌고, 영어 실력도 더 향상 되었을 때라 대화하는 것이 너무 재밌었다. 엘비라는 교환학생을 더 일찍 끝내고 돌아갔기 때문에 거의 7-8개월만에 보는 것이어서 너무 보고싶고 반가웠다.


엘비라가 데려간 레스토랑에서 먹은 식사와 발효된 라트비아식의 무알콜 술은 너무 맛있었다. 레스토랑은 테이블마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으로 가득찬 느낌이었다. 레스토랑의 약간 어둑한 분위기도 좋았다. 밥을 먹고 우리는 회포를 풀다가 서로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주소를 적어주기로 했다. 메모지가 없어 휴지위에 써주었다. 우리는 너무 로맨틱하다며 웃었다.


리에나는 매년 내 생일, 크리스마스, 새해를 기념하여 유치원 선생님 답게 직접만든 아기자기한 카드와, 가끔은 말린 단풍잎을 코팅해서 보내준다. 가끔 편지함에 깜짝 편지로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할 때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   


에스토니아에서 돌아온 다음날은 내가 교환학생 중인 나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날이었다. 전 날 리에나는 나에게 간곡하게 부탁할 일이 있다며, 오후 비행기로 떠나기 전 오전에 자기가 다니는 유치원에 꼭 좀 같이 가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나는 오히려 내가 가볼 수 없겠냐고 부탁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언제 라트비아에 있는 유치원에서 라트비아 아기들을 만나겠는가.



라트비아 공립 유치원은 굉장히 컸다. 건물 자체의 규모도 크고, 시설도 좋았다. 아이들이 낮잠을 잘 수 있도록 이층 침대가 되어 있었고, 나이별로 낮잠을 자는 공간도 달랐다. 교실마다 다른 용도의 공간은 인테리어도 달라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밖에서 창문으로 자는 아이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빈 교실을 들어가 구경해보기도 하였다.


리에나 반 아이들과 만나게 되었을 때, 그들의 천사같고 너무 귀여운 모습에 어찌할 줄 몰랐다. 리에나가 통역해주기를, 어린이들에게는 그림책에서만 보던 까만머리의 동양인이 실물로 걸어들어오니 너무 신세계라고 했다. 그들은 내가 온 기념으로 나에게 줄 선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꼬물꼬물 나를 보며 그리는 데 너무 귀여웠다. 내가 그날 입은 파란색 니트와 빨간색 털모자를 그린 아이도 있었고, 이 색을 활용한 그림부터 크리스마스 트리, 하트, 꽃, 나비, 눈 다양한 그림과 자기 이름을 쓴 아이도 있었다. 나는 전에 러시아인 교수님에게 한글로 러시아어 이름을 써주었더니 너무 좋아하던 일을 떠올려, 한 명 한 명 줄 서 있는 아이들에게 이름을 한글로 써주고 안아주었다.



헤어질 때 아이들이 자기들이 아는 영어 노래는 "Happy birthday to you"라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고, 헤어질 때 부르는 노래를 율동과 함께 보여주는 데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라트비아의 관광지는 제대로 가보지 못하였다. 리가 구시가지를 가보긴 했는데 그마저도 밤에 봤고 여럿이 구경하느라 제대로 못보았다. 라트비아 엽서와 마그넷 사는 게 가장 여행자스러운 일 이었다.




보고 싶은 친구가 있는 도시에 가서 친구의 삶 속에 들어가 보는 것.
친구의 일상을 함께 해보는 것.
계획하지 않은 어떤 일을 같이 해보는 것.
예기치 않은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해보는 것.
이를 통한 낯선 감정을 느껴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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