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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May 16. 2024

30개국 여행 중 식은땀 나는 에피소드들

지금까지 여행한 나라를 생각나는 대로 메모장에 쓰다 보니 대략 31개국 70개 도시 정도 여행했다. 사실 여러번 간 나라가 많아서 여행 횟수로 치면 더 된다.


직업이 여행가도 아니고 작정하고 한 달 이상 여행을 떠난 적도 없지만 가본 도시가 상대적으로 많은 건 교환학생을 유럽에서 해서가 크다. 그마저도 나는 다른 한국학생들보다 체류 중에 여행을 거의 안 한 편이다. 한국 학생들은 학교를 빠지면서 까지 유럽 일주를 돈다. 교환학생이니 한국에다만 학비를 내면 되지만, 어쨌든 나의 신분은 공부를 하는 학생이니 비싼 돈 내고(여기 온다고 비행기값에 노트북도 새로 사고 이것저것 준비비용도 많이 나갔다) 이렇게 오기도 힘든 곳에 왔는데 학업에 열중하고 싶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새로운 나라와 문화에 노출되는 게 너무 흥미로워서 수입이 없어도 용돈을 모아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여행을 했다. 그렇게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여행을 하게 되었고 30대가 돼서는 코로나가 터져 거의 못하고 작년부터 여행을 많이 했다. 나는 사회생활도 늦게 시작해서 모은 돈이 많지도 않고 원래 부잣집 딸도 아니고 또래 친구들처럼 집도 차도 없다. 그냥 가치를 두는 게 사람마다 다른 것이다. 집은 있는데 매달 은행에 이자를 내고  옷도 싸구려를 입고(근데 프라다 가방은 12개월로 사고) 해외 여행도 못나가는 사람들 보단 지금의 내가 좋다.


유럽은 저가항공이 발달해서 싸게는 만 원 이만 원대에 왕복 항공권을 살 수 있다. 그리고 국경이 열려있기 때문에 버스, 기차로 주변 도시 여행이 쉽고 간단하다. 돈이 없는 우리 같은 대학생들은 싼 항공권을 끊고 만원 안쪽인 호스텔(거의 혼성 도미토리)에 묵는다. 대신 짐을 부칠 수 없고 가방 사이즈도 엄격하게 본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가방이 좀 튀어나와 빠꾸 먹은 친구는 부피 큰 수면바지를 목도리처럼 두르고 들어간, 지금 생각해도 웃긴 에피소드도 있다.


지금은 절대 도미토리에서 자기 싫지만 도미토리의 낭만도 있다. 도미토리에서 같은 방을 쓰거나 주방에서 만난 외국 여행자와 대화도 나누고 같이 여행도 할 수 있다. 처음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근교로 수학여행 같은 걸 갔었는데 남녀 혼성으로 한 방에서 같이 자는 게 정말 충격이었다. 여자애들은 끈나시 브라만 입고 다니고 남자애들은 나체에 허리춤에 수건만 두르고 방에서 돌아다닌다. 그런 상태로 나에게 말을 거는데 정말 아무렇지 않아 하는 것이다. 나중엔 너무 적응이 돼서 방 전체에 나 혼자 여자인데도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유럽 체류 중 만 얼마에 라이언에어와 이지젯을 타고 런던과 파리를 여행했다. 크리스마스 주간에 런던에 5박을 하는데 항공과 숙소 합쳐서 7만 원 안쪽이라니. 사전엔 알지 못했지만 런던 미술관은 무료입장이어서 더 얼마 안 들고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빠니보틀이라는 유튜버가 아프리카에서 소매치기당한 장면을 보면서 여행을 많이 한 그가 한 얘기는 이미 돈을 털린 건 어쩔 수 없고 여기서 멘탈이 안 나가는 게 중요하단 것이 공감이 많이 갔다. 나도 여행하면서 갑자기 잘되던 카드(한 장 밖에 안 가져갔고 학생이라 신용카드도 없다)가 먹통이 되고, 소지품이 갑자기 있어야 할 곳에 없거나 길가는 도중 데이터가 먹통이 될 때, 공항에서 나와 친구를 찾는 안내 방송이 나올 때와 같이 작은 일에도 당황스러운 기억이 있다. 그래도 다른 교환학생들처럼 스페인에서 갤럭시 폰을 잃어버렸다거나 투어 버스가 자기를 안 태우고 떠났다거나하는 강도 높은 패닉 상태는 아니었지만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만나는 건 더 당황스러움이 크다. 그리고 한국처럼 안전하고 경찰이 친절하고 빠릿빠릿하게 도움을 주지 않는다. 지금이라면 카톡으로 연락해서 기다리라고 연락하겠지만 스마트폰이 막 보급되던 시기여서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이 더 많았고 현지 번호도 없는데 미술관에서 나를 놓고 투어 버스가 떠났다고 생각해 보라.


그나마 멘붕(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진 않지만) 상황이었던 에피소드를 떠올려봤다.


(방비엥) 카드도 없는데 현금이 털림

(모스크바) 폭설로 비행기가 연착되어 환승 실패

(파리) 집 문이 죽어도 안 열림

(런던) 입국 거절 위기

(바르셀로나) 공항 가야 하는데 버스 미운행


1. (방비엥) 카드도 없는데 현금이 털림

퇴사 후 라오스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 중에 라오스에서 가까운 중국 도시에 사는 중국인 친구 샤오를 불러서 방비엥과 루앙프라방을 여행하는 중이었다. 지금은 중국 자본으로 삐까뻔쩍한 고속 열차가 생겼지만 그때는 고속도로도 없고 도시 간  4-5시간 꿀렁대는 길을 미니밴을 타고 이동을 해야 했다. 산길을 따라 도로가 안 깔린 길을 굽이굽이 넘다 미니밴이 추락해서 한국인이 사망했다는 뉴스를 가끔 들어봤을 것이다. 저녁에 밖이 깜깜해져서 잘 안 보이는데 질주하는 미니밴을 타고 있느니 무섭긴 했다.


미니밴 위에 짐을 실어주는데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내가 가진 현금 전부를 가방에 넣어놨고 집 나가는 가방 형태의 그 가방엔 지퍼도 한 개여서 열면 현금 봉투가 보였다. 라오스인 여러 명이 붙어 짐을 받아 올려줬는데 결론적으로 그 사람에게 현금을 도둑맞았다. 달러만 가져가고 소액의 라오스 돈은 남아있었다. 샤오는 캐리어에 분산한다고 넣어 둔 위안화가 다 없어졌다.


결과적으로 같이 여행하는 친구에게 달러가 여유 있게 있어서 돈을 빌리고 어찌어찌 한국인을 만나 빌려서 갚았지만 돈이 없어져 멘탈이 나가고 자책감이 계속 따라다녔다.


자세한 에피소드는 여기에!


2. (모스크바) 폭설로 비행기가 연착되어 환승 실패


그간 경유 경험이 없던 터라 모스크바 경유는 내 일생의 첫 경유가 되었다. 갈 때는 세 시간 정도 환승 여유 시간이 있는데, 올 때는 1시간, 그것도 탑승 마감 시간 20분 전인 것과 도착 후 비행기 대기 시간을 생각하면 빨라도 30분 정도 시간밖에 없다고 생각되어 바르셀로나에서 모스크바 가는 여정에 지연이라도 될까 초조했다. 환승이 되니까 왕복표를 팔겠지, 하고 가격만 보고 멋모르고 예약을 했던 게 후회된다.


문제는 오는 길이었다. 우려되어 검색을 미리 해보는데 전날과 전전날 모두 바르셀로나-모스크바행 비행기가 1시간 이상 지연되어 내가 타야 되는 서울행 탑승시간을 훌쩍 넘었다.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체크인하며 짐을 부칠 때 그래서 1시간도 채 안 되는 환승 일정 때문에 걱정이 된다, 혹시나 연착되면 나는 어떻게 해야 되냐, 이미 전날 전전날 너희 항공이 연착되지 않았느냐고 물어보았지만 현지 직원은 걱정할 것 없다며 연착될 거면 지금 미리 연락을 주었을 거라며 문제없으니 걱정하지 말고 타라고 말했다.


환승에 실패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긴 했는데 역시나 폭설로 모스크바 공항 근처에서 비행기가 착륙을 못하고 빙빙 돌더니 결국 도착 시간을 넘어섰다. 다음 비행기 시간이 8시 40분이 탑승 시간인데 8시 30분쯤 되었다. 반 포기 상태였지만 그래도 최대한 노력해보려 하였다. 다음 비행기 표를 보여주며 환승이 시급하다고 승무원에게 말했지만 퍼스트 클래스를 버스로 터미널까지 다 실어 보낸 후 그다음 버스를 타야 한다고 제지당했다. 항공기 지연 시 환승이 시급한 손님을 배려하여 먼저 내리게 해주는 대한항공과는 달랐다.


그래도 서둘러 내렸지만, 터미널까지 실어 나르는 버스에 사람이 다 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8시 36분. 포기했다. 터미널에 도착하여 환승/도착으로 나누어지는 구간에 승무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베이징행/인천행을 A4지에 써서 들고 더 빠르게 환승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한국 사람 몇 명이 뛰길래 덩달아 단체로 뛰기 시작했다. 이대로 뛰면 환승할 수 있을까? 목에서 쇠맛이 나도록 뛰었지만 역시나 문을 열어주지는 않았다. 쓸데없이 최선을 다했다. 하긴 우리로 인해 연착되는 손님이 있으면 그것도 피해겠지.


경유 경험이 없어 다음 항공기를 놓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한다는 노하우가 없었다. 계획적인 사람들은 미리 다 대처방법을 알아 오니? 너무 당황스럽다. 내 짐은 어딜 가야 찾을 수 있지? 다음 표는 돈을 많이 내고 타야 할까?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연착되어 항의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니 처리를 해준다. 줄이 엄청 긴데 무질서하다. 처리해 주는 직원도 한 명이다. 줄을 서며 멀리서 다른 사람의 처리 과정을 보니 다행히 다음날 항공권을 새로 끊어주는 것 같고 호텔도 제공해 준다. 그런데 내 앞 앞에서 내일 인천 가는 항공권이 끝났다. 내 앞 팀은 같은 회사 사람들인 거 같은데 나리타를 경유하는 거라도 받아서 예약했다. 백수였던 나는 무려 한번 더 경유표를 준다는 게 거기선 미안한 일일테니 밑져야 본전으로 그럼 이틀 뒤 직항 항공권을 달라고 제안했고, 이틀 뒤 대한항공에 호텔 2박, 세끼 식사권을 받았다.


이 뒤에도 울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다. 환승에서 출국 터미널로 나가는데 빠꾸 당하기도 하고(이유도 안 알려주고 러시아어로 소리친다), 그래서 항공권을 다시 끊어준 항공사 직원 만나서 다다다다 따졌다. 아니, 내 잘못으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닌데 왜 이렇게 사람을 번거롭게 하고 똥개훈련 시키냐. 저 사람이 나 나가지도 못하게 한다 어쩌라는 거냐. 짐 찾기도 여러 부스를 돌며 겨우 찾고(믿을 수 없는 러시아.. 내 짐을 찾을 수 있을까? 유럽에서 쇼핑한 게 많은데ㅠㅠ) 호텔권을 받으러는 또 어디로 가야 하는 거야. 영어도 잘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생존을 위해 내가 아쉬우니 초급 러시아어를 떠듬떠듬 해야했다. 거의 3-4시간이 흘렀다. 과정 과정이 당황스러웠지만 다행이었고 모스크바를 여행한다는 기쁨에 약간 좋았다. 과정은 한겨울에 땀범벅에 지옥이었지만 결국엔 오히려 좋아로.


3. (파리) 집 문이 죽어도 안 열림


이 이후엔 그래도 앞 보단 상대적으로 가벼운 에피소드다.


내 글에 종종 등장하는 중국인 언니 송린과 파리 여행을 갔었다. 이지젯에 파리로 가는 저가 항공이 떠서 같이 가자고 예약했다. 그때는 여름이었는데 내 인생 처음으로 카우치서핑을 했다. 카우치서핑은 돈을 안 받고 손님을 초대하여 거실 소파 등에서 재워주는 것이다. 다른 중국인 친구는 거실 소파가 아니라 스페인 소도시의 궁궐 같은 집에서 화장실 딸린 방을 받았다고 한다. 그 호스트는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해서 중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우리를 받아줬다. 세련되고 화려한 지역은 아니고 중국 식당이 많은 동네의 플랫이었다. 프랑스 식 건물에 엄청나게 두꺼운 나무문을 열쇠로 따고 들어가야 한다.


문제는 공항으로 떠나기 전에 마지막 날 맡겨 둔 가방을 찾으러 갔는데 열쇠를 열고 들어가려는데 아무리 열쇠를 이리저리 돌려도 죽어도 안 열리는 것이다. 내가 했다가 송린이 했다가 아무리 해도 그 딱딱한 문은 절대 안 열렸다. 저 안에 짐이 있는데 어떡하지. 우리는 짐을 찾을 수 있을까. 호스트는 일하러 가서 없었고 우리가 뭘 잘 못한 것도 아닌데 문이 안 열려 우리가 고장 낸 것 같고 죄책감과 억울함이 들었다.


진작에 호스트에게 송린이 전화를 걸어 상황을 말했지만 열쇠공이 도착하려면 두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한다.

다급해진 나는 옆집을 두들겨 도와달라고 했다. 다행히 프랑스인 가족이 있었는데 아줌마가 키를 줘보라며 자기가 돌려보았다. 당연히 안 열린다. 다른 층 사람들도 몰려와 구경하기 시작한다. 너무 조급하고 당황스럽고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옆집의 큰아들 같은 젊은 남자가 와서 여러 번 열쇠를 돌려보더니 자기도 안 된다며, 그러면 자기가 창문을 넘어서 그 집 발코니로 뛰어 들어가 문을 열어보겠다고 한다. 결국 성공하여 안에서 문을 열어주었고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그렇게 식은땀 나는 일화가 무사히 마무리된다.


4. (런던) 입국 거절 위기


봄학기, 가을학기 다른 나라에서 교환학생을 한 나는 각 학기별로 거주허가증(비자)을 받았다. 첫 학기 비자는 7월 중순에 만료되었고 다음 학기 거주 허가까지 한 달 정도가 시간이 떴다. 유럽은 다른 나라로 넘어갈 때 육로로는 여권 확인도 안 하고 거주 허가 끝나도 한국인은 3개월 무비자니까 괜찮겠지 하고 그냥 유럽에 있으면서 여행을 하다 다음 나라로 넘어갔다. 한국 가는 왕복 비행기표 이백만 원 가까이하는데 그 돈이면 여기서 여행을 하지, 하는 생각이었고 우리 대학교 학생은 기숙사비도 무료여서 더 머물 수 있었다.


그렇게 다음 나라로 넘어가고 아무 문제없었다. 그런데 학기가 끝나고 한국에 가기 전 친구와 런던 여행을 하는데 입국이 안될 뻔했다. 내가 비자 없이 한 달 동안 유럽에 체류한 게 문제가 된 것이다. 비자 두 개를 꼼꼼히 보며 비는 시간을 찾아낸 것이다. 입국 목적이 뭐냐고 물었는데 나는 별생각 없이 비행기표가 싸서 왔다, 여행하려고 왔다, 하고 말했더니 엄청 꼬치꼬치 물었다. 아무 여행계획을 안 짜고 지도 한 번 안 보고 온 나는 “뭐 샴푸 사러 왔는데?” 하고 의심스러운 답변을 했다. 진짜다. 영국은 러쉬가 싸다길래 러쉬 고체 샴푸 사러 왔다.. 그랬더니 뭐? 샴푸? 하면서 인상을 찌푸리고 무슨 샴푸냐 어디서 살거냐 묻더니(그건 알아서 뭐하게 짜샤, 라고 생각하며 나도 찌푸림. 20대 초반이라 혈기 왕성함) 여행을 어딜 갈 건지 구체적으로 말하라고 한다. 대충 런던을 떠올리며 상식을 동원해서 뭐 여기도 가면 좋겠고 여기도 가면 좋겠지? 하고 더듬더듬 생각을 쫓아 대답했다. 어릴 때 패키지로 한 번 갔을 때 해롯 백화점에서 곰인형 산게 생각나서 해롯백화점에 쇼핑하러 가겠다 했더니 더 이상하게 보는 것 같았다. 이미 통과해서 친구는 나가있는데 의심 가득한 채 엄격한 목소리로 계속 추가 질문을 하니 당황스러웠다. 입국이 거절될 거란 생각은 못하고 왔는데 그러면서도 나는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몰라. 그냥 런던 가는 거지. 가서 보고 돌아다니지 나는 런던에 그닥 관심 없어.”라고.


아니 니네 영국이 뭐가 그리 대단한데 내 계획을 꼬치꼬치 물어? 지네가 되게 뭐 가고 싶은 이상향의 나란 줄 아나봐. 가기전에 막 치밀하게 계획짜고 알아보고 해야되나? 불법 체류라도 한다는 말이야? 난 런던에 관심 하나도 없는데 무슨 의심하고 난리야.  비행기값 싸서 동네 마실나가듯 온거구만. 나는 한국인이다. 국경 넘을 때 의심을 받은적이 없고 여권을 제대로 본 적도 없다. 오히려 비엔나 국경 넘을 때 한 번 무슨 이슈가 있는지 버스에 누가 타더니 모두의 신분증을 꼼꼼히 보고 짐 검사도 꼼꼼히 하는데 여권 겉면에 한국 써있는 것만 보고 열어보지도 않고 패스한 한국인인데. 내 짐 검사는 심지어 하지도 않고 지나간다. 유럽인들과 앞에 중국인들은 버스 밑에 실은 짐을 다 꺼내라고 해서 보고 치열한 수색을 당했다. 내가 뭐가 아쉬워서 니네 나라에 불법 체류자 되려고 입국하냐. 하고 혼자 짜증 가득하게 투덜댔다. 예비 범죄자 취급하는 언행에 기분이 나빴다. 결국 인쇄해 간(스마트폰 없던 시절. 아 나는 있긴 했는데 엄청 후진 거여서 거의 무용지물한) 돌아오는 항공표를 보여주며 난 교환학생이다, 돌아갈 나라가 있고 한국 갈 항공권도 있다고 말하며 한참 뒤에야 입국했다.


물론 내가 잘못이었다. 까다로운 입국 심사를 하는 건 그 나라 주권이고 나는 양국 비자 사이에 영국을 찍고 오든지 했어야 한다.


5. (바르셀로나) 공항 가야 하는데 버스 미운행


모스크바 공항에서 울기 직전의 상황에 앞서 5-6시간 전 바르셀로나에선 공항에 못 갈 뻔한 위기 상황이 있었다. 공항에 가야 되는데 공항버스 정류장에 미운행한다는 표시가 뜨는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택시라도 타야겠지만 택시마저도 어제부터 파업이다. 그 어제 길거리에 택시가 쫙 가로막고 있어 버스가 운영을 못하는 것이다. 택시가 길에 있는 거 보고 신기하다고 택시 배경으로 사진까지 찍고 했는데 나에게 미칠 영향은 상상도 못 했다. 한국까지 가는 비행기를 놓칠 순 없다. 무거운 짐은 끌고, 남은 유로도 얼마 없고 데이터도 거의 다 써서 지도가 안 뜬다.


다행히 다른 여행자들도 많았고 다른 정류장에서는 운행을 해서 공항을 가려는 다른 여행자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공항까지 왔다. 주변에 아무도 없고 혼자였으면 너무 막막했을 것 같다.


자세한 에피소드는 여기에!


지금은 나이도 더 있고 여러 경험과 노하우가 생겨 위기 상황에 조금더 침착하고 결국엔 잘 해결될 거란 믿음이 쌓였다. 스마트폰도 발달해서 금방 검색하고 연락할 수 있고 언어가 안 통해도 번역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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