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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Jun 21. 2018

돌, 바람, 여자

반짝이는 6월의 제주


               이것이 워라밸이여


제주 바다와 숲을 넋 놓고 바라보며 평일 낮에 이게 웬 호사인가 싶었다.

매일 컴퓨터 조명을 쐬던 내 눈도 촉촉하고 건강한 느낌이 들었다.

서울에 돌아오니 다시 건조해진 내 눈.


휴가를 내서 가까운 일본에 갈까, 블라디보스톡을 또 갈까 행복한 고민을 하다가 앞으로 더 쌓일 가능성도 없는 채 방치되어 있는 마일리지, 이번 기회에 그냥 제주도에 써버리자 싶어 6월, 제주도에 다녀왔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이후 첫 제주도.

신비감을 주는 야자수, 청록색으로 반짝이는 바다, 건강한 공기를 내뿜는 초록색 숲,

카잔차키스 표현을 빌리자면 파도가 관능적으로 찰랑대는 모습에 아름다움과 행복을 느꼈다.

상업화된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관광지인데 어쩔 수 있으랴.



     보기만 해도 정화되는

    제주 바다와 풍경,

    어디에서든 바람이 분다.


제주 시내 용두암 근처 해안을 달리면 나오는 포토 스팟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던 주상절리대. 하와이에 온 것만 같다
외돌개. 그 바다가 그 바다인 것 같아도 풍경이 다 다르다.
용머리 해안 하멜 상선 기념관. 바람에 날아 갈 것만 같다.
웅장했던 바위
쇠소깍 근처 해변. 수온이 적당히 시원하면서 따뜻하다.
커다란 창으로 바다가 보이는 카페
청량하고 투명한 초록빛 바닷물이 햇빛에 반짝인다.
바람이 시원하게 휘몰아치는 용머리해안 근처. 파도가 쎄서 용머리해안은 들어갈 수 없었다.
길거리에 심어진 야자수 나무가 좋았다.
제주도에 왔음을 알리는 제주 국제 공항



    제주의 먹거리:

     또 먹고 싶은 음식



제주 몸국  별 다섯 개

용두암 근처 6천 원.

몸국이라는 것을 처음 들어봐서 새로워 몸국이라는 간판을 보자 '이건 왠지 먹어봐야 돼!' 싶어서 배부른데도 들어가서 먹었다.

모자반이라는 해조류인데 항산화 작용을 해 피부 미용에 좋다고 써있다.

별 기대 안 했는데 국물은 부드러우면서 아주 약하게 매콤해서 좋았고, 모자반의 식감이 쫄깃하고 고소해서 맛있었다. 개인적으로 미역보다 맛있는 것 같다.

집, 회사 근처와 같은 일상에 몸국을 판다면 자주 사 먹을 것 같다.




생 전복, 해삼 별 다섯 개

용두암 근처 바위틈 해변. 2만 원

해녀가 물질해서 온 해산물을 직접 잘라준다.

예상 가능한 맛이나 즉석에서 잘라주고 몇 걸음 건너면 바로 파도가 치는 바다를 보며 먹으니 더 맛있다.

전복, 해삼, 멍게, 소라, 문어가 있다.




모둠회(고등어, 갈치, 참돔, 광어) 별 다섯 개

서귀포 올레 시장 中 3만 원


개인적으로 고등어회 갈치회를 처음 먹어보는데, 실제로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

참돔이 더 귀하고 비싼 것 같은데 내 입에는 광어가 더 맛있었다.

막장과 주먹밥을 같이 주는데 같이 쌈 싸 먹으면 정말 고소하고 맛있다.

그냥 들어왔는데 알고 보니 맛집.



꽁치김밥  별 세 개 반

서귀포 올레시장 3천 원


꽁치 뼈를 제거하고 둘둘 말아주는 것 같다.

잔가시가 가끔 씹히나 의외로 너무 고소하다. 꽁치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도 괜찮았다.

꽁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좋아할 맛이다.




우도땅콩 만두 별 네 개

서귀포 올레 시장 4개 5천 원 


핑크색과 조명, 고소해 보이는 땅콩이라는 글자가 발걸음을 붙잡았다.

이 곳은 기본적으로 대기를 많이 하여야 한다. 항상 예약을 하고 40분에서 1시간 뒤에 와서 찾아야 했다. 그래서 물어보고 그냥 가는 사람도 많다. 나도 처음에는 40분 뒤에 와야 한다고 해서 '뭐 얼마나 맛있길래 그렇게 기다려'하고 발걸음을 돌렸으나 이왕 왔으니 먹어보지 하고 예약 카드를 받고 다른 데를 돌아다녔다.


결국엔 맛있어서 두 번을 사 먹었다.

김치, 고기만두 두 종류인데 두 종류 모두 맛있다. 아주머니가 포장해 준 일회용 도시락을 열자마자 고소한 향이 가득하다. 모양도 땅콩모양이다.

다만 만두피가 쫄깃하지는 않고 흐물흐물하다. 좀 더 쫄깃하면 맛있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제주감귤 별 네 개

1kg 만원

시장에서 할머니가 소쿠리에 담아 파는 작은 하우스 귤. 정말 달고 맛있다.

예측 가능한 맛이나 동네 대형마트에서 비싼 가격에 그물망에 몇 개 안 들어있는 걸 생각해보면 현지에서 더 싸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안타까운 것은 모든 것이 시장보다 근처 농협 하나로마트가 더 저렴했다는 것이다.

관광객이 많이 찾다 보니 시장 전체가 가격 담합이라도 한 것 같다.





수제버거 별 네 개

애월 해안 2만 2천 원


1인분, 2인분, 4인분으로 나누어 팔았는데 둘이 먹기에 양이 많았다.

소스가 정말 맛있었고, 패티가 어느 수제버거 집보다 두꺼웠는데 부드럽고 촉촉했다.

패티는 돼지고기는 흑돼지는 아니고 제주돼지, 소고기는 수입산을 쓴다고 한다. 우리는 우연히 10시쯤 장사를 시작할 즈음에 가서 사람이 없었는데 알고 보니 항상 줄을 서는 곳이라고 한다. 어쩐지 일련의 코스처럼 사진 찍고 싶으면 먼저 찍으라고 시간을 준 뒤 먹기 좋게 해체를 해준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빵이 식감이 없고 다른 재료와 같이 먹었을 때 눅눅하며 별 맛이 안 난다.  빵의 식감이 좀 더 바삭하면 정말 맛있을 것 같다.


한라봉 주스를 시켜 같이 먹었는데 버거 자체가 헤비한 데다 주스도 꾸덕꾸덕해서 잘 안 마시게 된다. 물이면 충분했을 것 같다.

2인에 2만 2천 원이고 이와 같은 맛과 양이면 서울에서 친구들과 자주 가서 먹겠다.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 별 4개

중문 시내 면세점 4천 원


시장에서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을 먹어보고 싶었는데 배가 불러서 못 먹었다. 시내 면세점을 들렀다가 크라제버거에서 함께 파는 것을 보고 주문해서 먹었는데 맛있었다. 아이스크림 자체에서 땅콩 맛이 났고, 뿌려 준 땅콩 가루와 작게 잘린 덩어리들이 같이 씹혀 조화로웠다. 또 사 먹고 싶은 맛이다.  

시장에서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 가격은 4,000원에서 5,500원까지 천차만별이었던 것 같다. 가격 4천 원이면 카페에서 다른 음료 가격과 비교할 때 훌륭하다.


수제 요거트 별 세 개 반

마트 각 5,000원


하나로마트에서 두 개 모두 샀는데, 우측이 더 맛있다. 왼쪽은 액상과당이, 오른쪽은 유기농 설탕이 들어있다고 한다. 제주 청정지역에서 뛰놀던 젖소에서 나온 우유라니 건강할 것 같은 느낌. 단 맛이 돈다. 따르면 두 컵 가득 나온다.



    제주의 먹거리:

  나쁘진 않지만 한 번으로 족한 음식



고기 국수 별 세 개 반

중문 8천 원


제주도를 검색하면 항상 고기 국수를 만나서 고기 국수를 먹어보기로 했다. 고기 국숫집은 쉽게 발견할 수 있어서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고 차를 타고 가다가 길거리에서 만난 곳에서 먹었다.

관광지인 제주도의 높은 물가답게 고기 국수가 일정 중 거의 가장 저렴한 식사 메뉴에 속했다.


국물은 뽀얗고 구수했다. 일본 라멘 국물보다는 덜 짜고 덜 느끼한 맛이었고 면은 직접 만든 생면이라고 써있다시피 쫀득하고 탱글했다. 국물은 제주산이었는데 위에 올라가는 돼지고기는 두툼하고 양이 적지 않았는데, 수입산이었다. 양이 많았다.

한 끼 식사로 먹어보기 무난했다. 가격은 6,000원 정도면 괜찮을 것 같다.




모둠 물회 별 두 개

제주 공항 근처 횟집 15,000원


제주 공항에 도착해서 첫 끼니로 횟집에서 먹은 물회.

모둠 물회로 전복, 멍게, 회 등이 들어갔는데, 서울에서 같은 가격에 먹은 것보다 맛이 없었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맵고 짰다.

횟집이 여러 개 모여있는 곳에 있던 큰 횟집이었는데 사람이 없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흑돼지 고로케 별 세 개 반

서귀포 올레 시장 2,500원


왠지 한 번은 먹어보고 싶은 이름, '흑돼지 고로케.'

흑돼지가 들어갔다고 맛이 별 반 다른 것은 없지만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제주도에 여행 온 관광객으로서 한 번은 사 먹게 되는 것 같다.

소스로 돼지를 그려주며 건네 준 고로케 속에는 고기가 꽉 차 있었고 고기 맛이 풍부했다.

맛있었다.

엄청난 맛은 아니지만 먹어보기를 권한다.



전복 김밥 별 세 개

서귀포점

김밥 5,500원

오징어무침 4,500원

컵밥 6,500원


제주도 여행을 기대하면서 검색하면 자주 나왔던 이름 전복 김밥.

별 기대는 안 했는데 역시나 엄청난 맛은 아니었다.


김밥은 한 번 사 먹어 본 데 족했다. 5,500원이라는 가격 대비 별다른 맛이 없었다. 크기도 커서 한 입에 먹기 부담스러웠다. 입에 가득 넣으면 목이 메어 제대로 씹지 않고 삼켜져 먹을 때마다 매번 목에 걸릴 것 같은 위기를 넘기며 먹는 크기였다. 다시는 사 먹지 않을 것 같다.

오징어무침은 무난했고, 그나마 컵밥이 나았던 것 같은데 특별히 맛있지도 않았다.


서귀포점 근처에 바다가 있었고, 앉아서 먹을 만한 벤치가 있어 바다를 보며 먹었다는 점이 좋았을 뿐이다.



우도 땅콩 별 세 개

시장 한 봉지 만 원


땅콩을 좋아하는 나는 우도 땅콩이니 먹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샀는데,

집 근처 땅콩 트럭 아저씨가 다른 지역의 국내산 땅콩을 떼다 볶아서 파는 것과 비교할 때 특별한 맛이 없었다. 오히려 동네 트럭 아저씨 땅콩이 막 따끈따끈하게 볶아 줘서 더 맛있다.


이 역시 우도 땅콩이라는 게 있구나 하며 한 번 먹어본 데 족하다.


돌문어 비빔면 별 세 개

중문 13,000원


고기 국숫집에서 같이 파는 돌문어 비빔면. 소스도 적당히 매우며 맛있고 생면도 쫄깃하고 탱탱하여 맛있었다.

면을 다 먹고 나면 밑에 깔려있는 밥과 콩나물, 김가루를 섞어 비벼먹을 수 있게 되어있다. 양이 많다.


다만 문어가 질겨서 한참 씹어야 해서 한 번 사 먹어본 데 족하다.

문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질긴 것을 즐기며 맛있게 먹을 것 같다.




     바위 뒤의 새로운 세상:

    해녀 어벤저스


용두암. 공항에서 가까워서 가기 좋다.



용두암 근처에 가까이 가서 사진을 많이들 찍는다.

나도 사진을 찍으려고 근처에 갔는데, 한 중년의 부부가 바위틈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얼마나 대단한 사진을 찍으려고. 위험하게.'


그러나 그 근처에 가보니 틈을 지나 들어가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할머니들이 해산물을 썰어 팔고 있는 것이다!

해녀 할머니들이 물질해서 따온 것을 바로 먹는데 오늘은 파도가 세서 못 들어갔다고 했다.  

자리를 잡고 자연산 활전복과 해삼을 먹었다.


파도가 시원하게 치고 그물막을 쳐서 바람도 먹기에 방해가 안될정도로 알맞게 들어왔다.

어느 식당, 카페보다도 좋았다.

분위기로 두 번 맛있었다.


우리에게도 문어를 권했던 할머니들은 한 전라도 말씨를 쓰는 다섯 식구가 다가와 관심을 보이자 이들에게도 문어를 바로 권했다. 문어를 파는 게 목표이신가 보다! 재미있어서 지켜봤다.

제주 말씨를 쓰면서 수다를 떨며 늦은 점심을 차려 먹는 그들의 일상을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할머니들처럼 보여도 다 같은 할머니가 아니었다. 나름 막내가 있고, 언니가 있었다.


전라도 말씨의 식구들이 오자 할머니들은 밥 먹다 말고 일사불란하게 자리를 챙겨주고 주문을 유도했다.

"문어 좋은데. 이거 막 삶은 거야 진짜 맛있어."

"그럼 소라랑 문어랑 주세요."

"여기 소주도 주세요!"

할머니가 참이슬을 가져다준다.


"제주도 술은 없어요?"

"있지! 올레 소주 있어."

하면서 쿨하게 제주산 소주를 한 병 가져다준 뒤 자른 해산물을 차려서 가져다준다. 할머니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점심상은 제주인의 일상 식탁 같아보였는데 먹음직스러웠다  


할머니의 입에서 나온 '올레'라는 단어는 우리 입에 오르내리는 올레의 어감과 다르게 느껴졌다. 평생을 그 고장에서 산 사람의 주인의식이 느껴졌달까. 마치 우리가 외국인에게 한국음식을 소개할 때 그들과 우리를 구분시켜주는 음식에 대한 소속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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