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네 Jun 28. 2018

알려지지 않은 체코의 소도시 Třebíč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있는


           발음하기도 어려운 Třebíč 


Counterterrorism(대테러)이라는 과목을 듣다가 친해진 체코인 친구 이베타는 Třebíč  출신이다. 나보다 두 살 정도 많은 이베타는 안보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이었고 대학원 수업으로 수강신청을 잘못한 나는 수강 변경이 귀찮아 결국 그냥 대학원생들과 수업을 듣게 되었다.


이 수업을 같이 들었던 친구들이 지금은 자국에서 외교관이 되기도 하고, 유럽 의회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고, 박사 후 유럽의 한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친구도 있다. 나만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발음도 어려운 Třebíč라는 고향마을로 나를 초대해준 이베타도 열심히 박사를 마치고 NATO에서도 일하고, 미국연구소에서 인턴을 하기도 하며 최근엔 대테러 관련 전문서를 출간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Třebíč의 한국어 표기는 트르제비치이지만 이와 전혀 다른 발음이다.  ř 발음은 가르치기도 배우기도 어려운 발음으로, 체코어를 여러 해 배운 사람들도 정확히 내지 못하는 발음이다. 즉, 모국어가 체코어가 아니면 정확하게 발음을 하기가 정말 어려운 발음이다. 내가 듣기에는 러시아어 Р와 Ж가 섞인 듯한 느낌이었고, č 는 취 소리가 난다. 한국어로 표기가 안되지만 어쨌든 이후에는 트르제비치로 표기하겠다.

 


           Třebíč 는 어디?



트르제비치는 모라비아 지방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나는 기차를 타고 갔는데, 기차 창밖으로 보이는 시골 풍경과 풍성한 구름의 조화가 정말 아름다웠다.

 

체코에서 처음 타본 기차였다. 버스보다 기차가 좀 더 다리도 여유 있게 둘 수 있고 같은 칸의 다른 사람들도 관찰할 수 있어 좋다. 체코에서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까지 가는 기차가 있다.


구름만 봐도 좋다
한적한 시골 풍경
트르제비치 기차역 도착




           색감이 예쁜 유대인 지구


유대인 지구로 가는 길
성 프로코피우스 바실리카


유대인 지구(Jewish Quarter)와 성 프로코피우스 바실리카(Bazilika Panny Marie a Sv. Prokopa)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라고 한다.

유대인들이 살던 집들과 시나노그가 있고 작은 박물관도 있다.


색감이 예쁘고 바랜 채로 보존되어있는 유대인 지구 골목 구석구석을 걷는다. 당시 길을 걸을 때 역사나 유대인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다. 유대인(Jewish)이라는 용어도 생소했다.


요즘엔 신문이나 논문이 업데이트해주는 것에 노출되니 이 전보다는 약간 더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 간의 역사, 갈등과 분쟁은 어렵다.


이베타가 유대인 지구가 있는데 가볼래? 해서 따라갔고, 그냥 친구와 함께 처음 보는 색감과 양식의, 매력적인 분위기의 골목을 걸었던 것인데 알고 보니 세계 문화유산 속을 걸었던 것이었다.


성 바실리카는 1200년대에 지어져 유지되고 있어 중세의 시공간에 잠시 빠져들 수 있다.

어느 문화유산을 방문할 때나 그러하듯 먼 옛날에 지어진 장소가 주는 신기함과 신비함이 있다.






           친구네 집에 놀러 가기



우리는 이베타의 집에 잠시 들르기로 했다.

이베타는 부모님과 살고 있었고, 이베타의 언니 마리에 하고는 나중에 비엔나를 같이 여행하기도 하였다.


이베타의 집에 가는 길에 우연히 이베타의 부모님을 길에서 만났다. 이베타의 부모님을 뵙게 되면 소통하는 일이 걱정이었는데, 이베타의 부모님은 구 소련의 지배 시기를 보낸 분들이라 러시아어를 할 줄 안다고 하셨다. 내가 제2외국어로 러시아어를 공부하였다고 하니 나를 만나기 전에 러시아어를 다시 더듬더듬 떠올려 가다듬어야(Brush up) 겠다고 하셨다 했다.


이베타 부모님들은 상냥하고 친절했다. 체코인들의 무뚝뚝함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한국이라는 미지의 세계에서 이 작은 마을에 놀러 온 딸의 친구를 반갑게 맞이했다.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나고 자란 곳을 방문하여 친구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그가 걷고 쉬고 머무는 곳을 밟아본 것은 정말 멋진 경험이고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나무는 한국의 동네 나무 같은데 그 뒤에 보이는 배경은 전혀 다르다


이베타의 집에서 이베타가 키우는 개 Benji를 데리고 나와 산책을 시작했다. 트르제비치를 두루 돌면서 산책했다. 어느 숲길로 올라가 전망을 보기도 하고, 시내를 둘러보기도 했다.


시내는 매우 작고 소박했다. 따지고 보면 별게 없었지만 오늘의 햇살만큼이나 따뜻했고 포근한 시골 마을 같아서 좋았다. 어릴 때 가보아서 잔상으로만 남아있는 캐나다의 평화로운 작은 마을이 떠올랐다.

 

날도 따뜻하고 구름도 뭉게뭉게,

시내 곳곳 발길 닫는 대로 걸으면 예쁜 색감의 빈티지한 주택과 건물이 나왔다.  

촌스럽지만 마음이 정말 편안해져 스르르 녹아내리는 그런 곳이었다.  


"우리 마을 너무 작고 별게 없지?"

"아니!! 나는 너무 좋은데? 정말 평화롭고 좋다~ 이런 한적한 작은 시골 마을 좋아. 여기 더 있고 싶다!!! "   




매거진의 이전글 돌, 바람, 여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