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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Jul 29. 2024

2-3만 원 대 엄청난 가성비 숙소가 가득한 발리

발리(1)

여행하려고 찾아보면 베트남, 태국에도 3-4만 원 대 가성비 숙소가 많지만 발리는 2만 원 초반에도 혼자 독채로 쓰고 넓은 방에 예쁜 데다 맛있는 조식까지 나오는 곳이 많다. 혼자 2주 이상 여행하다 보면 숙소에 드는 비용이 커서 숙소비를 아끼게 된다. 직장을 다니다 3박 4일 휴가 내서 어쩌다 여행을 하면 10만 원 대 숙소를 잡는 것이 큰 부담이 되지 않지만 돈을 안 버는 지금 나와 같은, 그리고 퇴사 여행 중인 또래들은 주로 2만 원대 숙소에 묵는다. 조금 돈을 더 주고 3만 원 초 중반까지 가면 수영장도 있는데 사용하는 사람도 없어서 혼자 수영을 하는 호사를 누릴 수도 있다.


"대리님은 숙소를 항상 예쁘고 괜찮은 곳을 잘 잡는 것 같아요!" 몇 년 전에 차장님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가성비 숙소여도 너무 천편일률적인 호텔보다는 싼 와중에도 예쁜 인테리어랄지 특색 있는 곳을 찾는 것을 좋아한다. 여행지에 가서 전날 다음날 뭘 할지 알아보는 P형 여행자이지만 그래도 숙소는 찾아보고 예약해 간다. 대신 무료취소 가능한 곳으로만 예약했는데 귀차니즘이 커서 그냥 과거의 내가 정해준 숙소를 따르기도 했고, 결과적으로 괜찮은 숙소를  잘 잡았다.


나는 숙소를 알아볼 때 트립닷컴과 아고다를 이용한다. 트립닷컴은 아고다보단 아주 약간 비싸긴 한데 자주 이용해서 다이아몬드 회원이 되어서(엄마가 친구들하고 여행할 때 대신 몇 번 예약해줌) 할인 혜택과 때때로 적립된 트립코인 사용혜택이 있고, 비행기를 예약하면 무료 라운지도 돼서 비행기 총액이 만원 안쪽 차이면 트립닷컴으로 예약한다. 게다가 트립닷컴으로 예약하면 실패한 경험이 없어서 좋다. 아고다의 경우 뉴스에도 자주 나오듯이 예약했는데 숙소에는 전달이 안 됐다거나, 아고다 실패 경험들을 간접적으로 접해본 적이 있어 약간 불안해하며 예약한다. 이번에도 아고다 항공이 만원 정도 싸서 자카르타-발리행 항공을 십만 원 정도 주고 예약했었는데(인도네시아 국내선은 나라가 커서 2시간이나 비행해서 그런지 싸지가 않다), 아고다에서는 예약을 했는데 항공사에서 체크인할 때는 조회가 안 되는 번호라고 계속 떠서 너무 불안하고 당황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제대로 예약이 된 것이었고, 항공사의 오류기도 했고 12시간 전에 로그인이 가능했던 것이다. 바로 다음날 비행기를 타는데 항공사에 예약 확인이 안 되면 불안하지 않은가! 아고다에 메일을 보내서 확인을 한 번 더 부탁한다고 했는데 주말이라 별 기대는 안 했다. 그런데 일요일인데도 빠른 응답과 더블체크를 받아 고마움과 신뢰할 만한 곳이라고 느꼈다.


발리 숙소를 예약할 때 내가 필터에 적용한 것은

- 화장실을 공유하지 않고(호스텔이 아닌 곳),

- 헤어드라이기가 있고

- 매번 오토바이를 불러서 타지 않아도 되는 걸어 다니기에 좋은 곳

- 비슷한 가격이면 조식과 수영장을 포함


이렇게 트립닷컴이나 아고다에서 2만 원대에 괜찮은 곳을 추린 다음에 리뷰를 보고, 구글 지도에 검색해서 위치와 리뷰를 본다. 숙박앱 리뷰는 좋은데 구글 리뷰는 안 좋은 곳이 꽤 많다. 그래서 많이 추리고 추려진다. 그중에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괜찮은 곳의 예약 버튼을 눌러 버린다!


1. 사누르(Sanur) 지역의 스바르나 호텔(Svarna Hotel Sanur): 3박 99,891원


이 호텔은 위치가 최고였다. 아이콘 발리 바로 맞은편으로 사누르의 긴 쇼핑 스트릿의 한가운데에 있고 해변까지 접근성도 좋았다. 자연자연한 분위기의 중정 같은 곳이 있고 무엇보다 수영장이 예쁘고 좋다. 작지만 선베드도 있어 시간을 보내기 좋고 주변에 해변이 있고 인피니티풀의 호캉스형 빌라 호텔들이 주변에 많아서 그런지 굳이 이 호텔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이 없다. 한낮에 혼자 수영을 하고 사진을 찍으며 놀기 좋았고, 낮은 집들의 뷰도 좋다. 헤어드라이기가 있다고 해서 고른 호텔인데 헤어드라이기가 없었고, 대신 따로 요청하니 주었다. 헤어드라이기 성능이 좋아서 다행이었다. 옷장도 있어서 쇼핑한 옷을 착착 걸었다. 긴 원피스도 별로 끌리지 않고 걸려서 좋다. 근데 단점으로는 화장실에서 냄새가 너무 난다. 창문을 한동안 열어 놓고 나가고 환기를 시키는데도 냄새가 안 빠진다.


2. 우붓(Ubud) 지역의 Odi Ode Guest house: 3박 945K 80,288원

"조식은 어디 가서 먹는 거예요?"라고 물으니 아침에 직접 가져다준다고 했다. 매일 아침 직접 주방으로 갖다 주는 조식이 환상적이다. 사용하진 않았지만 넓은 주방이 딸려 있다. 한 번은 아침 일찍 나가느라 못 먹었는데 맛있는 과일에다 오믈렛 또는 바나나 팬케이크를 만들어 준다. 아침에 일어나서 지나가는 주인에게 먹겠다고 말하면 만들어서 가져다준다. 독립적인 나의 공간에서 아이패드로 유튜브를 틀어 놓고 천천히 아침을 먹으니 한갓지고 좋다.


택시를 타고 왔는데 처음엔 비슷비슷한 게스트 하우스가 많아서 찾기 힘들었지만 좁은 길을 따라 좁은 문을 통해 들어오는데 그 안에는 놀랍게도 엄청나게 깊고 넓은 방대한 집이 나온다. 우붓의 집들은 이렇다. 눈에 보이는 좁은 골목 그게 다가 아니다. 그리고 보통 집집마다 가족 템플이 있다. "와 이 방이 내 방이라고?" 첫인상은 놀라웠다. 이름이 게스트하우스여서 이렇게 독립적인 넓은 공간과 아름다움을 예상하지 못했다. 밖에서 내 방 안을 보는데 빨리 들어가서 구경해 보고 싶었다. 방 안에서 푸릇푸릇하고 이국적인 발리 가옥의 중정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화장실도 넓고 좋고 사누르와 달리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이곳도 헤어 드라이기도 요청하니까 주었다. 나무 상자 같은 것을 열면 검은색 쓰레기통이 나오고 그곳에 쓰레기를 버리면 된다. 와 20달러 초반에 이런 곳이 있다니! SNS에 올리니 친구들은 이곳에 너무 와보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발리 홍보대사가 된 것 같아!


대신 이곳의 단점은 청소를 해주지 않고 수건을 교체해 주지 않았다. 다행히 수건이 크고 넉넉해서 3박 이용해 충분해서 요청은 하지 않았지만. 무언가 친환경적인 슬로우 라이프를 즐기는 곳 같은 느낌이 든다.


골목을 걸어 나가면 와룽과 주스를 마실 수 있는 저렴한 카페들이 있고 큰 골목으로 나가면 쇼핑 스트릿이 펼쳐져 있다. 위치가 정말 좋다. 내가 너무 만족감을 느꼈던 요가 스튜디오도 걸어서 5분 거리이고 시내 한가운데 한적한 곳에 있다. 첫날 짐을 풀고 나가서 예쁜 팔찌들을 샀다. 진주가 진짜냐고 물었더니 롬복에서 난 진주라고 했다.


3. 스미냑(Seminyak) 지역의 Savvoya Hotel Seminyak: 4박 105,955원

 

사보야 호텔 역시 해변으로 이어지는 스미냑 거리로 가기에 위치가 좋았고(그래도 해변까지는 걸어서 25분 정도 꽤 걸어야 하긴 하지만 가는 길에 이어지는 샵을 구경하다 보면 정신이 없다) 커다랗고 예쁜 수영장이 있다. 객실이 많은 꽤 큰 호텔로 차를 부르기도 좋고 주변에 코인 세탁, 아주 작은 쇼핑몰이 있어 슈퍼 마켓도 가깝다. 망고를 자주 사다가 먹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침대는 넓고 크고 창문 밖으로 보이는 수영장 뷰도 좋다. 헤어드라이기도 구비되어 있지만 손 씻는 비누가 없고 어메니티는 허접하다. 다행히 장기 여행이라 조금 남은 샴푸, 폼클렌징 등을 다 챙겨 와서 문제는 안된다. 화장실에 냄새가 나지 않아서 좋다(언제부터 화장실 냄새가 척도가 되기 시작했는지). 다만 내가 싫어하는 샤워기가 머리에서만 쏟아지는 형태여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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