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2)
Sarinah라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이라는 쇼핑몰로 향한다. 인도네시아 전통 바틱 옷들과 소품 등등을 살 수 있는 곳이고 돌아다녀 보면 곳곳에 괜찮은 예쁜 옷들이 많다. 공항 철도에서 만난 율랴와 내 친구 모두 가보라고 추천해준 곳! 호텔에서 사리나 몰까지는 그랩 오토바이로 한 25분 정도 걸린다. 비가 아주 약간씩 오기 시작하는데 이 정도면 괜찮다. 호텔 앞에서 그랩을 불렀다. 그랩을 부르면 초록색에 그랩이라고 써있는 헬멧을 주는데 나는 항상 잘 못 채워서 그랩 기사에게 얼굴을 내리고 채워달라고 한다. 그랩 기사들은 늘 친절하게 채워주고 풀러 준다.
처음에 그랩 오토바이 뒤에 탈 땐 엄청나게 긴장하고 뻣뻣하게 굳었다. 기사의 옷을 움켜쥐고 탔다. 계속 기사 앞을 너머 펼쳐지는 화면을 기웃 기웃 보면서 제대로 가고 있나, 신경을 쓰면서 달렸다. 으 무서워, 덜컹 하거나 코너를 돌 때 더욱 못생겨지는 표정. 그래도 몇 번 타다보니 긴장이 되지만 시원한 바람과 도로를 달리는 기분에 점점 좋아지기 시작한다. 지나가던 백인 여자가 오토바이 뒤의 손잡이를 꽉 쥐고 타는 것을 본 뒤 다음부터는 그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기 시작한다. 나는 이렇게 불안해 하며 타는데 옆에 지나가는 스쿠터에는 아이 두명과 아기 엄마, 그랩 기사까지 네명이 타고 있다. 와, 저건 뭐야. 점점 익숙해지지만 한편으로 긴장을 놓을 수 없다. 교통 체증이 심해 오토바이로 30분 걸리는 거리는 대중교통이나 차로 한 시간 반씩 걸리니 안 탈 수가 없다.
우기가 아닌데 현지인들도 이상하다고 여길 만큼 7월인데 비가 계속 왔다. 사리나 몰로 향하는 길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내 땡땡이 원피스가 젖기 시작한다. 한참 달리던 그랩 기사는 왼쪽 건물 아래로 들어가더니 재킷? 하며 잠깐 내리라는 시늉을 하며 오토바이 밑을 열어 튼튼한 우비용 재킷과 바지를 꺼내준다. 그리고 자기도 꺼내 입는다. 와 서비스가 좋네. 여긴 비가 많이 오니 이런 걸 준비해 가지고 다니는구나. 아 어차피 바지는 맨다리니 위에만 입어도 되겠다. 바지는 반납하니 진짜 괜찮냐고 묻는다. 결국 후회했다. 도착할 때까지 비가 더 거세져서 다리는 다 젖고 원피스 밑에도 물을 짤 수 있을 만큼 젖었다.
그랩에서 내려 앱으로 자동 계산하고 쇼핑몰 안으로 들아간다. 에어컨을 세게 틀어 실내가 너무 춥다. 친구를 만날 때까지 시간이 남아서 2시간 정도 쇼핑몰을 구경한다. 바틱 스타일 옷을 사고 싶은데 돌아다녀보니 잘 갖추어진 쇼핑몰이라 그런지 가격이 8-10만 원 정도 해서 꽤 비싸다. 3-5만 원 대 괜찮은 옷들도 봤는데 긴팔이라 무거워 그냥 발리에서 더 돌아다녀 보고 다른 옷들을 사기로 한다. 나는 부치는 짐 10kg로 제한되어 있다. 돌아다니다가 수영복 위에 입을 가운 같은 것만 만원 대여서 하나 샀다. 이것저것 거울에 대보다 불그스름한 색깔을 샀다. 붉은색은 잘 못 입으면 중국인 같아서 그렇지 않은지 거울을 봤더니 괜찮다. 소재도 좋아 보인다.
쇼핑을 하고 친구랑 왓츠앱으로 연락을 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차로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처음에 중간 지점에서 보기로 했다가 비가 너무 온다며 그냥 거기서 기다리고 쇼핑몰에서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한 시간 정도 걸린다는데 비도 오고 운전도 힘들텐데 미안하고 고마웠다. 친구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려고 쇼핑몰에서 카페를 찾아 돌아다녔다. 인도네시아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카페인이 부담스럽다. 두 군데 정도 decaf 커피가 있냐고 물어보는데 없다. 알고보니 인도네시아에서는 디카페인 커피를 잘 안판다. 2층으로 올라가 다른 카페에 가서 메뉴판을 보는데 역시나 없다. 흠, 그럼 인도네시아 커피를 먹어 보고 싶은데 추천해 줄 수 있나요? 하고 물으니 까만 히잡을 둘러쓴 밝은 인상의 여자 직원이 친절하게 메뉴판을 보여준다. 인도네시아식 커피인데 먹어보라고. 따뜻하게 먹을 건지 차게 먹을 건지 물어서 뭐가 맛있냐 물으니 따뜻하게 먹어보라고 한다.
커피가 나올 때까지 주변을 둘러본다. 아직 점심시간 전이라 사람이 없고 한가하다. 비가 안 오면 야외에서 먹는 것도 분위기가 괜찮을 것 같다. 잠시 후 히잡을 쓴 소녀 두 명이 옆 옆 자리에 앉았는데 셀카를 열심히 찍는 인도네시아 mz 같다. 무슬림 비율이 높아서 히잡을 쓴 사람이 대부분이다. 내 커피가 나왔다. 한 입 마셔보는데 되게 달달하면서 시나몬 향이 난다. 나는 시나몬 향을 좋아하는데, 약간 씁쓸한 맛도 나는 것이 찾아보니 생강이다. 생강을 안 좋아하는데 아주 옅게 맛이 나서 풍미가 조화롭다. 따뜻하게 몸을 녹여 준다.
“제가 먹는 이 커피 이름이 뭐라고 하셨죠?” 지나가는 직원에게 물었다. bandrek latte라고 했다. bandrek을 챗gpt에게 물으니 다음과 같이 나온다. 이국적인 지방의 사람들이 마시는 음료라니. 색다른 음료를 마셔봐서 기분이 좋았다.
Bandrek latte는 전통 인도네시아 음료인 반드렉(Bandrek)과 라떼의 조합입니다. 반드렉은 서자바 지역에서 유래한 뜨거운 음료로, 주로 생강, 팜 설탕, 계피, 클로브 등의 향신료를 사용해 만듭니다. 이 음료는 따뜻하고 매운 맛이 특징이며, 보통 추운 날씨에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용도로 마십니다.
반드렉 라떼는 이러한 전통 음료에 우유와 커피를 더한 변형된 버전입니다. 라떼의 부드러운 맛과 반드렉의 강한 향신료 맛이 어우러져 독특한 풍미를 자아냅니다. 이 음료는 카페에서 창의적인 음료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특히 독특한 맛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