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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Oct 04. 2024

발리의 한식 맛은 어떨까

발리(5)

“다른 나라에서 먹는 인도 요리는 진짜 엉망이야. 진정한 인도 요리가 아니야.” 하노이에서 만났던 인도 여자가 말했다.


“진짜? 그래도 한국에서 먹었을 때 인도 식당에 인도인 요리사가 있던데! 난 여행할 때 인도요리 자주 사 먹는데, 얼마 전에 쿠알라룸푸르에서도 엄청 맛있었어! 인도인이 해도 그렇게 현지랑 맛이 달라? 구할 수 있는 재료 때문인가. ” 하고 내가 말했다.


“그렇다기보다 그 나라 현지 입맛에 맞게 바뀌고 섞여서 그런 거 같아. “


“그래? 오히려 난 요즘 여행하면서 터키, 헝가리, 인도네시아에서 한식 먹었는데 놀란 게 한국하고 맛이 거의 비슷한 거야! 외국인들은 매운 걸 잘 못 먹는다고 하는데 맵기도 비슷하고. 오히려 미디어로 한식을 접하면서 현지화하지 않은 한국식 요리 그 자체를 좋아해 주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 하고 말했다.



발리에 도착해서 처음 도착한 곳은 사누르. 사누르에서 나시고랭, 이탈리안 파스타를 먹다가 한식을 먹게 되었다. 여행한 지 일주일 정도 되니 한식이 먹고 싶기도 했고 호텔 앞 아이콘 쇼핑몰에서 밥을 먹으려 하는데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건지 아직 식당이 많이 없어서 거의 일식 라멘 같은 것 밖에 없다. 그러다가 지나가는데 한식집이 있어서 호기심 있게 봤다. 입구에서는 분식점처럼 떡볶이를 만들고 있는데 떡볶이를 먹고 싶다! 메뉴가 뭐가 있는지 가격도 얼마 정도인지 보다가 한번 더 돌아보고 오자, 하고 결국 다시 여기로 왔다.


메뉴판을 보는데 한국 물가에 비해서도 비싼 느낌이 있지만 외국에서 먹는 한식만큼 비싸지가 않다. 떡볶이를 먹고 싶은데 김밥하고 같이 시키자니 만원이 넘어서 그럴 바에 밥을 먹자, 하고 제육 백반을 시켰다. 한국인은 없고 인도네시아인 직원들이 서빙을 해 준다. 음악은 블랙핑크 노래가 나온다. 한국인인 나도 블랙핑크 노래를 일부러 유튜브 등에서 찾아서 본 적도 없지만 해외에서 이렇게 유명하고 좋아하다니 신기하다.


마른 인도네시아 청년이 상냥한 미소로 나의 제육 백반을 가져다준다. 한국에서 조달한 건가, 반찬도 맛있고 밥과 국물도 맛있고 제육볶음도 맛있게 먹었다. 고기 부위가 연하고 소스도 맛있고 양파 등 야채가 많이 들어서 조화롭고 맛있다. 하긴 소스 같은 건 직접 안 만들어도 만들어진 걸 구하기가 쉬워진 세상이니 한국 식당에서 파는 맛을 재현하는 게 어렵진 않을 듯.



다음 한식당은 우붓에서 갔다. 김밥이 먹고 싶어서 지도에서 korean food, 하고 치니 이곳이 그나마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우붓의 메인 거리 부근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다. 김밥만 먹기 아쉬워서 남기더라도 다른 걸 하나 더 시켜서 맛보자, 하고 비빔국수를 시켰다. 젊은 인도네시아 청년들이 신나게 일하고 있는 곳이다.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에 떠들썩하니 손님도 많다. 바 테이블 같은 곳에 앉아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렸다.


김밥이 도착했는데 이렇게 썰려서 플레이팅 된 김밥이라니, 너무 재밌잖아! 하고 사진을 찍었다. 두껍게 썰린 덩어리씩 한 덩어리 당 상추잎이 꽃처럼 피어난 형태인데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지? 하고 호기심이 생겼다. 한 입 먹어보는데 와, 너무 맛있다! 한국 김밥 맛하고 거의 비슷하다.


김밥을 거의 다 먹어갈 무렵 비빔국수가 나왔다. 비빔국수를 가져다준 직원에게, “와, 김밥 너무 맛있어요. 그리고 생김새가 너무 창의적이에요! 한국인이 만든 건가요?” 하고 물으니 인도네시아인인 젊은 여자 직원이 기뻐하며 고맙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 요리사들 중 한국인은 없다고 했다.


비빔국수를 한 입 먹어보는데 소스는 괜찮은데 국수의 삶기가 영 아니다. 참고 먹어보는데 도저히 못 먹겠다. 딱 삶고 나서 찬물에 바득바득 씻지 않고 뜨거운 채로 소스를 부은 느낌. 아쉬운 마음에 피드백을 주기로 했다. 오해가 생길까 봐 번역기에, 국수를 찬물에 더 오래 씻고서 만들면 더 맛있어질 거예요. 다음번에는 그렇게 해 보세요,라고 써서 화면을 보여주었다. 여자 직원은 주방에 전달을 하더니 내가 컴플레인을 하는 줄 알고 다시 해주겠다고 했다. ”아 아니요, 괜찮아요! “ 하고 조금 먹다가 계산할 때 여자는 한 번 더 음식이 맛이 없었으니 비빔국수 값은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 아니에요! 충분히 괜찮아요. 그냥 여기 식당의 발전을 위해 피드백을 드린 것뿐이에요. 김밥도 맛있었고 면만 조금 더 개선된다면 정말 맛있을 거예요! “ 하고 말했더니 여자가 안도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한다고 했는데 그래도 한국인이 와서 음식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내니 도전을 받은 느낌이 들었을 것 같아서 괜히 말했나, 싶지만 개선되면 너무 좋을 것 같다.



다음 날 쿠킹클래스를 신청해서 숙소 근처에 날 데리러 온 봉고차 같은 차의 앞자리에 올라탔다. 잠시 뒤 다른 숙소로 이동해서 네덜란드인 커플을 태웠는데, 그들은 반갑게 인사하며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여러 얘기를 나누다 한국 음식은 뭐가 있냐고 물었다. 한국에 꼭 가보고 싶고 한식을 먹어 보고 싶다고.


“한국 사람들은 삼겹살을 엄청 좋아해요. 음, 한국식 양념 치킨도 유명하고 비빔밥이라고 채소를 섞어서 먹는 밥도 괜찮고, 아! 어제 먹었던 한식당의 김밥이 맛있었는데 거기 추천이에요! 우붓 시내에 있는데 거기 메뉴판에서 양념치킨도 본 것 같아요. “라고 말했더니 그들이 엄청 관심을 표현하며 어딘지 이름을 알려달라고 했다. 구글지도에서 찾아서 ‘Yoora Kimbap’이라고 알려주니 귀여운 네덜란드인 커플은 싱글벙글해하며 꼭 가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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