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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Nov 11. 2024

돌고래와 만타 가오리를 둘 다 만나다니, 난 행운아야!

발리(6)

인도네시아에 가기 전부터 스노클링을 너무 하고 싶었다. 1-2주 전부터 스노클링 업체를 검색해 보는데 한국인들은 주로 클룩에서 많이 예약하는 거 같았다. 한국인들만 가득한 투어는 한국인지 외국인지 모를 것 같기도 하고 한 명으로 예약할 수 있는 투어 상품도 거의 없어서 그냥 현지에 가서 여행사를 통해 봐 봐야지, 하고 그냥 떠났다.


자카르타에서 친구를 만나 물어보는데 미리 예약을 하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자기들은 주로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왓츠앱으로 연락해서 예약한다고 했다. 그래서 자카르타 호텔에서 자기 전에 누워서 여기저기 검색해 보다가 구글 지도에 나온 한 업체에 홈페이지도 영어로 잘 되어있고, 사누르 항구에서 왔다 갔다 페리 비용까지 포함된 괜찮은 상품을 발견했다. 650k에 한 명 예약도 되고 가격도 이 정도면 다른 상품과 비교해서 무난하다. 게다가 가이드가 사진도 잔뜩 찍어 나중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링크를 보내주었다.


홈페이지에서 예약하자마자 왓츠앱에서 친절한 안내 문자가 오고 미팅 포인트에 대해 사진과 함께 자세한 설명이 온다. 전날 한번 더 확인 연락이 오고, 유의사항과 시간을 당부하는 장문의 글이 온다. 결제는 당일에 도착해서 현금이나 카드로 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발리에서 알게 된 뉴질랜드 여자가 어제부터 몸이 안 좋아 같이 못 가게 되었다고 호스텔에서 만난 다른 호주 여자애는 그대로 가기로 했으니 둘이 만나서 놀라고 그 여자 이름을 알려주었다. 뭐, 상관없었다. 세수를 하고, 얼굴에 뭐를 간단하게 바르고, 수영복 위에 사누르 비치 근처에서 할머니들에게 강매 아닌 강매를 당한 핑크색 꽃무늬 끈 원피스를 입었다(내 여행사진마다 등장하는). 다른 아줌마에게 강매당한 핫핑크색 사롱도 챙겼다. 물에서 나오면 추우니 둘러야겠다. 발리 수호신 같은 상징 그림과 함께 Bali라고 쓰여있어서 기념이 되면서도 해변에 갈 때 활용도가 높겠다, 하고 안 그래도 하나 사고 싶었는데 이 집에서 산 걸 약간 후회하는 게, 호텔에 와서 샤워기로 빠는데 온통 빨간 물이 흥건하게 나온다. 도저히 멈출 수가 없어서 대충 마무리하고 말렸다. 세탁기에 빨면 좀 괜찮으려나. 이것만 빨아야 돼서 물 낭비 전기 낭비만 심할 것 같다.


아이콘 발리 앞에서 그랩 오토바이를 잡아타고 사누르 항구 근처까지 갔다. 오토바이 뒤에 헬멧을 쓰고 앉아 아침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니 기분이 상쾌하다. 한 10분 정도를 달려 Circle K 편의점 근처라고 해서 내렸는데 정확히 미팅 포인트가 어딘지 모르겠다. 사진을 보여주며, ‘Arthamas fast boat office’ 여기를 가려고 하는데 맞나요? 하고 엉뚱한 곳을 들어가서 몇 번묻고 결국 찾아서 도착했다. 혹시 몰라 이런 때는 시간을 넉넉하게 두고 가는 불안증 있는 성격이라 다행히 도착해서 이름을 말하고 결제를 하고 소파에 앉아있는데 한참 시간이 남았다. 휴, 잠깐이지만 아침 8시에 길 찾느라 긴장하고 돌아다녔더니 지치고 피곤하다. 소파에서 쉬고 있으면 이따 항구까지 자기 직원하고 함께 걸어가면 된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시작했다. 거의 영어권 국가 백인 남녀가 많고 가끔 한국인 여자 무리도 있었다. 스몰토크를 나누다 우연히 소파에 내 옆에 앉은 호주인이 그 뉴질랜드 여자가 알려준 그 사람인 걸 알게 되었다. 오, 니가 그 사람이구나! 서로 반가워하면서도 아침이라 입이 깔깔해서 피곤해서 말을 아꼈다. 근데 알고 보니 호주인이 아니라 미국인인데 호주에 사는 거였다.



우리는 다른 많은 여행객들과 함께 직원의 인솔을 따라 사누르 항구까지 같이 걸어갔다. 손목에는 놀이동산 입장 줄을 차고서 꽤 커다란 페리에 걸어 들어갔다. 그가 너도 멀미약 먹을래? 하고 제안해 줘서 고마웠다. 평소 뱃멀미가 무지 심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온 나는 이 친구 덕에 타본 배중 가장 요동치는 배를 탔는데 멀미를 안 하고 속이 편안했다.


약간 I 성향인지 친구는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공통점이 많았다. 학부에서 공부한 전공이 같고 지금 둘 다 석사과정 중이라는 것. 그는 미국 정부에서도 일하다가 지금은 호주인 남친을 만나 호주에 계속 살 것이라고 했다. 왜 공직이 별로였냐고 물으니 부정적이고 안 좋은 얘기만 한다. 미국 대학생들은 공직보다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고자 하는 열망이 더 커서 NGO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더 많은 추세라는 학자의 글을 본 기억이 났다. 아, 그런데 인적사항을 작성하던 중 속으로 순간적으로 놀란 것은 우리가 열 살 차이라는 것! 서양인들은 뭔가 외모로 나이 가늠이 매우 어렵고(생각보다 나이가 많이 어린 경우가 많았다) 독립적이고 성숙한 느낌이 들어 대화에서 나이차이를 많이 못 느낀다.


누사 렘봉안이라는 섬에 도착해서 우리는 또 큰 툭툭 같은 걸 타고 이동했다.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중국인 남녀 무리와 함께 탔는데 엄청 시끄럽다. 스노클링 배를 타는 곳에 도착해서 여러 무리들이 합류했는데 수영복을 입은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잔뜩 섞여 있다. 나도 원피스를 벗고 비키니 위에 구명조끼를 받아 입고 테이블에 앉아 대기했다. 오리발은 잠시 바닥에 두고서 물을 마시고 쉬었다. 지도를 켜보고 여기가 대체 어디지, 하고  내 위치를 나타내는 파란불이 껌뻑거리는 걸 의미 없이 쳐다보았다. 우리 테이블에 있는 곧 없어질 듯한 소두에 번 헤어를 하고, 새하얀, 그렇지만 여느 백인들처럼 점이 얼굴과 피부에 가득한 영국 여자와 굉장히 활달하고 뚱뚱한 아시아계 미국 여자와 스몰토크를 나누었다. 그들끼리는 영미권 국가여서 잘 통하는 것처럼 보였다.



드디어 보트에 올라탔고 굉장히 유창한 영어를 쓰는 현지인 가이드와 함께 했다. 가이드들은 물과 간식을 나눠주었고, 스노클링 장비도 중간에 잘 안 쪼여져서 도와주고 물속에 들어가서도 수영을 잘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큰 튜브를 띄워 끌어주었다. 가이드가 같이 들어가니 안전함을 느꼈다. 누사 렘봉안과 누사 페니다의 세 포인트를 이동하면서 2시간 반동안 스노클링을 한다. 스노클링 포인트를 이동하는 길은 엄청 험하다. 파도가 세고 물이 다 튀긴다. 다행히 멀미약이 효과가 강해서 다행이었다.


게다가 첫 번째 포인트를 가는 길에 돌고래 무리를 보았는데, 굉장히 운이 좋은 것이라고 했다. 돌고래투어는 발리섬 북쪽에 있는, 우붓보다도 더 먼 지역을 가서 새벽같이 일어나야 돌고래를 볼 수 있는데, 너무 멀고 그래서 포기했었다. 그러던 중 예기치 않게 돌고래를 만나다니. 돌고래 세 마리가 떼 지어 같은 호흡으로 같이 점프를 한다. 행복감과 즐거움으로 가득 찼다.



첫 번째 포인트는 만타 가오리를 볼 수 있는 만타 베이이다. 페이스북 그룹에서 갔다 온 다른 여행객들의 후기로는 만타 가오리는 운이 좋아야 볼 수 있고 못 봐서 너무 아쉽다는 것을 많이 봤다. 아 그렇게 희귀하고 보면 좋은 해양생물인가? 난 그냥 원하는 것이 잠잠히 바닷속에 얼굴을 담그고 구경하는 게 전부였는데. 그런 귀한 기회를 만난다면 좋겠다, 했는데 만타 가오리를 정말 자주, 많이 보았다. 가이드가 나타날 때마다 신호를 줘서 모이게 해서 다 같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만타베이는 매우 깜깜하고 차가운 바닷속이다. 파도도 거세서 처음 들어가서 패닉에 빠졌다. 호흡이 안되고 공포감에 계속 물을 먹었다. 너무 무서웠다. 속을 들여다봐도 물이 까맣기만 하고 너무 춥다. 결국 가이드가 끌고 다니는 튜브의 한 줄을 잡고 겨우 마음을 추슬렀는데 패닉 상태로 가오리고 뭐고 빨리 배 위로 올라가고 싶었다. 내 스노클링 장비도 머리에 고정이 잘 안 되어서 불편했는데 가이드가 자기 것과 바꾸어주어 그나마 평온을 찾았다. 그런데 만 4세 정도 되어 보이는 꼬마를 데려온 한국인 부부가 있었는데, 가이드가 아기를 돌봐라! 하고 짜증을 낸 것이 공감이 되었다. 부모가 자식을 책임져야지 어린애를 가이드가 끌고 다니는 튜브에만 맡겨놓고 자기들은 스노클링을 즐기고 있다니. 애를 봐야 할 1차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서는 그래놓고 사고 나면 업체에 난리난리 치고 고소를 하는 뉴스에 나는 사례들이 떠올랐다.


팔찌를 찬 빨간 손톱의 나


다행히 두 번째, 세 번째 포인트는 청록색의 맑고 깨끗한 물에 파도가 잠잠한 곳이었다. 초심자로서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한가롭게 떠다니며 물속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었다. 여러 배가 나누어 포인트를 돌아다니는데 사진을 찍는 가이드를 만나면 사진을 찍어준다. 같이 간 미국인은 수영을 매우 잘해서 구명조끼를 벗고 바닷속 깊이 들어가는데 너무 멋있고 부럽다. 만타 베이에서 너무 무서웠고 패닉상태에 빠졌었다 하니 다음 포인트에서는 중간중간 나를 챙겨주며 괜찮냐고 자기만 따라다니라고 해 주었다. 고마워라. 구명조끼를 벗고 깊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꽤 인생 사진을 찍어준다. 나도 언젠가 그렇게 해보고 싶다. 지금은 수영도 잠수도 못하는 인간.


두 시간 반이 꽤 긴 것 같은데 짧게 느껴졌다. 더 오래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또 스노클링 할 수 있는 깨끗한 바다로 여행을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호주에 사는 미국인과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일상을 나누고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데 한국에 돌아온 내 삶과 정서가 풍부해졌다. 여행과 새로운 사람과 경험은 나를 약간씩 더 새롭고 입체적인 사람으로 만든다. 어느새 본연의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궁금하신 분들을 위한 투어 정보

Lembongan island 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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