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유심 사태로 뉴스가 온통 시끄러울 때도 나는 남일처럼 생각했다. 나는 SK7 모바일이라는 알뜰폰을 쓰고 있어서다. 일주일 넘게 시끄럽고 유심을 바꿔야 하느니 대기업 그것들은 안내나 사과 문자 한번 없다느니 하는 소비자들의 분노 댓글들을 읽으며, 그리고 국회에 그 기업 사람을 불러 추궁하는 것을 보며 그 논의들이 그냥 재밌는 해프닝 정도로 느껴졌다.
그런데 그쪽 분야에 있는 언니가 “skt 망을 사용한다면 알뜰폰도 해당된다”라고 “얼른 유심을 교체해”, 하고 말해서 으악! 하며 그제야 부랴부랴 내일이 되어버렸다. sk 7 모바일 앱에 들어가니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하라는 팝업이 떠있다. 뭐야 진짜잖아? 일단 그거라도 가입했다.
유심보호서비스를 가입하면 유심 교체와 같은 효과를 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체할 거라면 유심을 직접 사서 교체하시면 비용을 돌려드리겠다
는 취지로 유심 살 수 있는 곳의 안내를 포함해 며칠 뒤 장문의 문자가 왔다. 저번에 핸드폰을 분실해서 새로 사서 끼워 넣을 때 편의점을 세 군데 돌다가 sk 7 모바일 유심을 겨우 샀는데 지금은 더 구하기 힘들겠지? 귀찮아졌다. 언니는 유심을 교체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흠, 그럼 이심으로 교체해 볼까? 들어가서 보니 같은 통신사 내에서 이동은 안된다. 그럼 다른 통신사로 가야 하네? 흠 매우 매우 귀찮다. sk7 모바일에서 회사 다닐 때는 데이터 무제한 19000원대에, 지금은 3기가 6천 원대에 쓰고 있는데 sk7 모바일 어플이 사용하기 편리하게 되어있고 문의 서비스도 괜찮아서 좋았는데. 익숙해지니 옮기기 싫다.
챗 지피티에게 5천 원 내외로 쓸 수 있는 kt망 알뜰폰 통신사 중에 규모가 큰 곳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챗 지피티는 여러 개를 알려주었다. 그중 여러개를 들어가 가격 등을 비교해 보니 프리티, 라는 곳이 나쁘지 않아 보였다. skt에서 많이들 넘어오는지 신청이 폭주해서 조금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안내가 뜬다. 5G이심 요금제 5기가에 무려 3천 원 대였다. 우와 데이터도 더 많고 싸네. 어플도 따로 있고 괜찮다. 바로 옮기기로 마음먹고 신분증 등 촬영하고 이심으로 옮기기로 신청했다. 초기 이심 비용 2천 얼마만 첫 달에 내면 된다.
하나은행 어플을 켜니 비대면계좌개설안심서비스에 가입하라고 안내가 뜨고, 신한카드 앱을 켜니 또 skt 사태로 인한 피해 시 어디로 문의하라는 안내가 뜬다. 별 자산도 없는 나를 타겟으로 해서 뭐 하겠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입해서 나쁠 게 없으니 가입을 하였다. 나라에 대체 이게 무슨 난리통인가 싶다.
이심 개통은 유심 구입, 배송 등의 번거로움 없이 손쉽고 빠르게 진행되었다. 내 폰은 잠깐 1분 정도 꺼지다가 왼쪽 상단에 kt라고 바뀌었다. 그래도 이 참에 더 싼 요금제로 다달이 비용을 아끼게 되었고 지하철에서 와이파이도 잘 된다. sk 와이파이는 요금제를 저렴한 것을 쓰면 twifizone 무료 이용이 안된다. 학교 가는 길에 이렇게 글도 쓰고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은 체감이 안되지만 안심이 되는 것도 딱히 손에 잡히는 무언가에 근거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더 공포스럽고 뜬구름잡기 같고 그럴듯한 미사여구로 넘어가지기도. 그냥 번거롭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을 했다는, 해야 할 일의 체크박스에 체크 하나를 추가한 정도가 주는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