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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여행에 라떼는 있고 정답은 없다

by 모네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 가면 여행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긴다. 그 가운데서 꼭 여행라떼를 한 번씩 만나게 되는데 인상이 찌푸려진다. 나는 패키지 말고 항상 자유여행으로만 여행을 했으며, 00 도시는 몇 번을 가고 얼마나 오래 살았으며, 이곳은 꼭 가셔라, 이곳은 가지 마셔라, 왜 거길 가시냐 등 자기가 여기 좀 와봤다고 온갖 조언을 퍼붓는다. 그냥 담백하게 여기가 좋았다고 하면 좋을 것을. 물론 도움이 되는 팁이 있을 순 있다. 그렇지만 꼰대 같고 자신의 선택을 강요하는 듯한 사람들은 별로이다.


여행지가 나오는 유튜브를 보면 정보 제공 목적이기도 하고, 자신의 여행지에서 닥치는 스토리를 담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이런 유튜버들을 너무 싫어하고 안 보게 된다. "여러분 여기 꼭 가세요, 여기는 절대 가지 마세요, " 하고 자신의 취향과 선택을 강요하는 화법을 쓰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여행기를 보고 그곳이 끌리지 않으면 보는 사람이 알아서 안 가거나 끌리면 가게 된다. 심플하게 맛집과 자신의 별점 평과 링크를 알려주는 것은 좋은데 뭐 절대 가지 마세요~ 하는 것. 자신이 대단한 뭐라도 되는 양 사람들을 통제하려 드는 것이 거부감이 든다.


진정한 여행에 정답은 없다. 언어나 예약 등 여러 불편을 겪기 싫거나 여행을 준비할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기 싫은 등 다양한 사유로 자유가 제약되더라도 패키지를 가는 사람이 있고, 그 안에서 자신이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다. 비용이 더 들고 악질 가이드를 만나더라도 안 좋은 추억 역시 여행의 일부이고, 자유 여행 중에 구글 평을 확인하지 않고 걸어 들어갔는데 맛있는 식당을 만날 수도, 최악의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미리 알아보지 않고 갔다가 시간 낭비를 할 수도 있고, 미리 알지 못하고 와서 나도 모르게 그 나라에서 과태료를 무는 행위를 해서 일이 생기더라도 그것도 여행의 추억이 된다.


패키지여행보다 자유여행이 우월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패키지가 아니라 현지인 끼고 갔어." "늘 자유여행으로만 다녀."라는 말은 누가 물은 것이 아니면 불필요하다. 요즘 대다수의 2030들은 이미 자유여행을 가는데, 굳이 여행 이야기를 하면서 패키지와 구분 짓는 '자유여행'이라는 단어를 쓴 것 자체가 시류를 읽지 못하고 자신을 두드러지게 표현하고 싶은 허세가 들어있는 표현이라서 코웃음이 난다.


계획하지 않고 정처 없이 떠도는 대문자 P의 여행이 J의 여행보다 우월한 것도 아니다. "아우. 난 하나도 안 알아보고 가. 그냥 가서 부딪히는 거지 뭐. 뭘 그렇게 숨 막히게 세세하게 짜."라고 말하는 대문자 P들을 볼 수 있다. 주어진 소중한 시간에 미리 알아보고 내가 그 여행지에 가서 꼭 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알아보고 추리고, 하는 것도 여행의 일부이며 그 사람이 느끼는 재미이고 행복일 수 있다. 그리고 불필요하게 안 알아보고 가서 허탕치고 시간 버리고 뭐 할지 모르는 채로 멍하니 있는 것이 싫은 사람도 있다. 즉, 정처 없이 떠도는 게 진정한 여행인 양 말하는 것도 상대를 불쾌하게 할 수 있다. 그러고 싶어도 언어나 멘탈 등 여건이 안되고 자신이 없거나, 돈이나 시간이 부족하거나, 안전이 우려되는 등 각자의 사유가 있다.


여행지에서 한식당을 가는 것은 한숨을 자아내는 바보가 아니다. 입맛이 안 맞으면 한식을 먹으면서 자기가 원하는 여행을 즐기면서 할 수 있다. "뭘 다른 나라까지 가서 아깝게 한식당을 가." 하며 한심스럽다는 투로 깎아내리는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 뭐 여행 가서 그 나라 음식만 먹으라는 법이 있는가. 결국 내가 행복하자고 하는 여행인데. 나에게 맞춘 알찬 여행을 보내면 된다. 태국 음식을 먹다가 질리면 양식도 먹고 베트남 음식도 사 먹고 한식도 사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나도 그날그날 내가 땡기는 음식을 먹는다. 이 나라 가서 이 식당 안 가면 여행을 잘못한 거라느니 헛 간 것이라느니 하는 식의 발언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그 말을 함으로써 상대의 기분이 잡치는 것을 알까? 모르니까 그렇게 말을 하겠지.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평균적인 평범한 여행을 한다.


어떤 이는 마사지만 매일 받고 숙소에서 쉬는 호캉스를 하면서 행복한 사람이 있고, 매일 새로운 곳을 돌면서 새로운 자극을 받는 것이 좋은 사람이 있으며, 실패하더라도 즉흥적으로 부딪히고 혼자 다니며 현지인이나 다른 여행자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비싸도 여행지에서 메이크업이나 이발을 받아보고 싶은 사람이 있고(한국에서도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예쁘게도 못할 텐데 왜 그 돈 주고 그걸 해?라는 말을 듣더라도) 남들이 안 가는 곳을 찾아서 가보고 싶은 사람도 있다.


그 나라를 여러 번 갔다고, 오래 살았다고 자신이 진정한 무엇? 이 아니며 오롯이 혼자 발언권이 있는 게 아니다. 뭔가가 된 양 목소리 크게 떠들지 않으면 좋겠다. 그곳에 각자가 처음 가서 새로운 자극에 마주하고 자신만의 무엇을 느끼면 되는 것이다.


여행지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를 실현하는 것, 버킷 리스트가 없더라도 그냥 일상을 떠나는 것만으로도 소소하게 행복해서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결국 자신이 만족하면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 아니, 만족하지 않더라도 진정한 여행일 수 있고. 또 진정한 여행이 아니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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