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국에도 치앙마이 재즈바 좀 들여와 주세요

치앙마이(27)

by 모네

재즈 공연을 떠올리면 음악을 전문적으로 들을 수 있는 공연장에서 제공하는 연말공연이나 분위기 좋은 와인바 같은 데 가야지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차려입고 가고 평소에는 접하기 어렵고 혼자가기는 뻘쭘한.


치앙마이에는 재즈바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는데 4천 원 전후로 음료나 맥주 하나 시키고 질 좋은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다. 입장료도 없다. 바가 2-3개 모여있기도 하도 단독 건물로 시설을 갖춘 곳도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재즈바마다 라인업이 뜨는데 모두 영어로 쓰여있듯이 현지인은 거의 없고 한 8-9시쯤 되면 여행자들과 n달살기하는 디지털노마드, 은퇴자들이 몰린다. 나도 낮까지는 코워킹스페이스나 카페에서 작업을 하다가 라인업을 살펴본 뒤 오, 치앙마이 블루스? 이 사람들을 보러 가볼까? 하고 즉흥적으로 길을 나서곤 했다.


재즈뿐 아니라 롹, 클래식, 레게, 팝, 잼 등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고 수준이 되게 높다. 클래식은 영화 ost와 같이 대중성 있는 곡을 연주해 줘서 듣기에 편하고 재밌다. 잼 세션이 있을 때면 세계 각지의 음악가들이 즉흥적으로 참여하는데 이걸 보는 것도 황홀한 경험이다. 비음악인인 평범한 사람이 듣기에도 엄청난 실력을 가진 음악가들이 즉흥적으로 연주합을 맞추고 음악을 들려준다.


그리스에서 온 70대로 보이는 할머니는 황갈색에 흰머리가 섞인 자유분방한 긴 머리에 히피스러운 복장을 하고 노래를 부르는데 젊었을 때 가수였나 보다. 덴마크에서 온 아저씨는 트럼펫을 연주하고, 대만에서 온 꽃미남 외모의 청년은 엄청난 속주로 일렉 기타를 연주한다. 엄마 따라온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년도 기회를 얻어 드럼을 연주하고, 여행자들은 이모 삼촌 미소로 보기도 하였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음악과 바이브와 예술 혼에 젖어 몰입하는 그 표정을 보면 새로운 세계에 들어온 것 같다. 엄청나게 멋있고 소름 끼친다. 공연을 볼 때면 그 실력을 갖기까지 보이지 않는 노력과 애환을 상상하게 되어 감격스럽고 어떤 감정을 가지고 노래를 하는 것일까,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고 또 예술가의 삶을 살게 되었을까, 하고 이입하게 된다. 바로 가까이에서 예술가들을 만나서 호흡한다.


치앙마이 올드타운과 근처 골목골목에 있는 라이브바를 다니면서, 우리나라도 지역 사회 곳곳에 퇴근하고 캐주얼하게 라이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꼭 젊은 사람들이 연인끼리 혹은 여럿이서만 가는 곳이 아니라 혼자서도 가서 편하게 음악을 즐기고, 나이대 상관없이 편하게 즐기고 가는 문화. 한국은 동네에는 당연히 이런 곳이 없고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서울에 검색해 보니 끌리는 곳이 없다. 입장료가 2만 원이 넘고 분위기도 비싼 술을 시켜야 할 것 같다. 치앙마이는 은퇴한 노인 중년들도 많고 혼자온 사람도 많아서 편했다. 백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팁도 굉장히 후했다. 막 천 바트씩 팁 박스에 넣는 걸 보았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라이브 바가 활성화되면 지역사회 음악가들에게도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되지 않을까.


아래는 치앙마이 재즈바 중 9곳의 소개이다.




윙맨 뮤직바


우리가 잘 아는 팝음악을 들려준다. 사람이 많지 않고 늘 자리가 있다. 음악만 듣는 아주 조용한 분위기가 아니라 같이 온 사람들끼리 수다도 떨고 자유스러운 분위기. 음료 가격이 대체로 비싸지 않다. 그래서인지 현지인들도 좀 있었다.



루츠 락 레게


분위기와 조명이 떠들썩하고 분위기 있다. 이른 시간에는 사람이 없고 Zoe in yellow라고 치앙마이에서 유명한 클럽과 바들이 모여있는 곳에 같이 있는데, 좀 시간이 되어야 사람이 찬다. 사람이 많이 차기 시작하면 댄스플로어에 춤을 추기 시작한다. 다른 라이브바들과 달리 한국인, 동양인은 거의 없는 곳.



디아터


Theater를 따와서 이름을 지은 이곳은 와로롯 시장이 있는 동네에 멋있는 단독 건물로 있는 곳이다. 근사한 공연장에 온 기분이 든다. 아주 약간 가격은 있고 세금도 별도로 내지만 그래봤자 음료들이 5천 원 ~ 만원 안쪽이다. 큐알결제와 카드가 되어서 좋다. 여기도 한국인이 꽤 있다.


저녁을 못 먹어서 혼자 콜라에 팝콘을 시켜 먹었다. 한국으로 떠나기 며칠 전 치앙마이에서 유명한 밴드의 공연을 보러 갔는데 마침 클래식 연주도 들었다. 모자를 쓴 남자 보컬은 그루브 있게 탬버린을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땡땡하게 나오는 목소리가 힘 있고 멋있었다. 나는 막힌 목소리보다 뚫린 목소리를 좋아한다.



모먼츠 재즈 클럽


여기가 한국인가 싶게 한국인만 있던 곳. 앞 뒤 양 옆이 다 한국인이어서 한국어만 들렸다. 단독 건물에 계단식으로 되어있고 소규모 공연장처럼 세련되었다. 다행히 일찍 가서 앞쪽 자리에 앉았는데 자리가 금방 찬다. 예술가들은 태국인들인데 영어를 잘한다. 곡 중간중간 영어로 유머러스하게 스몰토크를 했다. 거리가 아주 약간 있지만 조용히 음악을 즐기기 좋은 곳.



노스게이트 재즈바


치앙마이에서 제일 유명한 재즈바답게 사람이 늘 많다. 매일 7시 반부터 12시까지 시간대별로 공연팀이 있다. 치앙마이는 네모반듯한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노스게이트라는 이름답게 북쪽 문 근처에 있다. 거의 오픈런을 해야 안쪽 자리에 앉을 수 있고 대개 밖에 의자에 앉아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고 어깨너머로 본다.


치앙마이 근교 각지를 여행하고 다들 여기로 모였는지 낮에는 올드타운이 썰렁하다가 밤에는 북적북적하다. 다국적 여행객들이 골고루 많아서 여행지에 온 기분이 난다.



파푸하우스


목요일 밤에만 열리는 곳인데 마지막 주에 딱 한 번만 갔던 것이 아쉽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운영하는 곳인 듯 게스트하우스 로비에 여행자들이 모여서 편하게 앉아있는 분위기이고 중간중간 춤추는 사람, 수다 떠는 사람 등 쾌활한 분위기이다. 나이대가 높이는데 50-60대 백인이 많아 보인다. 북 치는 사람은 앉아있는 관객 곳곳을 옮겨 다니면서 북을 자유자재로 신나게 친다. 조명이 보라색, 분홍색으로 계속 변했는데 오묘하고 몽롱한 분위기가 좋았다.


주인아저씨는 처음 왔냐며 반겨주고 지속적으로 찾아와 말을 걸어주었다. 술을 잘 못 마시고 건강 상 안 마셔서 탄산음료나 탄산수를 시키는데 이날은 왠지 분위기상 맥주를 시켜서 반쯤 마셨다. 태국 맥주 중에 난 Leo가 제일 맛있게 느껴진다.



타패이스트 바


얼터너티브 락, 인디 락, 블루스 등 젊은 밴드들의 공연이 다양한 타패이스트 바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타패게이트의 동쪽에 있다. 와로롯 시장 근처에 여러 카페와 정갈한 소품샵들이 있는 어둠이 내린 거리 끝에서 골목 안에 숨은 장소를 찾아가는 맛이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 중에 하나. 친구가 치앙마이에 놀러 온다면 데려가고 싶은 곳이다.


너무 공연장 같지 않으면서 뒷골목의 소박한 술집에 실험적인 음악을 하는 대학교 동아리 밴드들이 공연을 보여주고 가는 그런 느낌이 드는 곳이다. 캐주얼하고 느긋하고 편하게 앉아서 공연을 보고 옆 사람과도 어느 정도로 대화할 수 있다. 너무 붐비지 않아서 좋다. 늦은 시간까지 공연이 있는 건 아니어서 빨리 끝난 느낌이 들지만 여행자들 속에서 느긋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기분이 든다. 맥주가 3천 원 대였던가. 라이브 바 중에 제일 쌌다.



마호리


윙맨바 옆에 두세 개 재즈바들이 모여있는데 이곳이 늘 인기가 제일 많다. 음료 가격도 제일 비싸고 메뉴판에는 공연팀이 바뀔 때마다 음료를 주문해 달라고 쓰여있다. 클래식 공연도 있고 보컬이 있는 악기 연주도 있었는데 특히 속주로 화려한 피아노 솔로를 들려줄 때 그 음들의 조화가 너무 황홀하여 소화되어 마음 편한 짤이 떠올랐다.


공연장 같지 않은 세련되고 시원한 카페의 좁은 공간에 한쪽 구석에서 예술가들이 음악을 들려주고, 관객들은 등받이가 없는 불편한 의자에서 모르는 사람 틈에 다닥다닥 앉아 숨죽여 공연을 즐기는 그런 바이브가 있는 곳이다.


셸비 바


유일하게 들어갈 때 신분증을 확인하는 곳이었다. 젊은 태국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이었는데 여럿이 와서 떠들썩하게 술을 마시는 분위기여서 혼자 온 사람들도 있긴 했지만 좀 심심했다. 그래서 한 번 가고 말았다. 혼자 가서 바 형태로 된 데 앉았는데 옆자리 아저씨가 한국인이나 일본인 같았는데 핸드폰 창을 힐끗 보니 태국어로 쓰여있었다. 저 아저씨는 이른 시간에 양복을 입고 와서 혼자 뭐 하지, 여기 운영 잔가. 가본 재즈바 중에서 현지인들이 많고 비아시아인들을 거의 못 본 유일한 곳.


셸비바의 초록색 간판과 글씨체, 금장 글씨가 아름답게 느껴졌다. 입장할 때 찍어주는 도장이 집까지 걸어가는 길에도 계속 기분을 들뜨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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