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네 Jan 24. 2019

날짜 속으로 들어왔다

페르난두 페소아를 찾아


10월에 페르난두 페소아라는 매니아 층이 단단한 작가를 알게 되었다. 시인으로 더 유명한 페소아의 <불안의 책>이라는 책은 첫 페이지부터 그 감성에 흠뻑 빠졌다. 관찰, 생각과 감정의 예민한 묘사는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았고, 여행을 별로 안 좋아한다는 점은 나랑은 달랐다. 페소아가 살며 그에게 영감을 준 도시 리스본이라는 곳에 가보고 싶게 되었고, 그가 걷던 도라도레스 길을 걷고 싶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불안의 책을 읽기 직전 얀 마텔의 <포르투갈의 높은 산>에서 포르투갈을 접하며 구불구불한 언덕의 리스본을 상상하게 된 것, <리스본행 야간열차>라는 영화를 보게 된 것도 리스본으로 떠나기에 충분한 동기가 되었다.


그렇게 해서 12월에 나는 1월에 떠나는 포르투갈 행 비행기표를 예약하게 되었고, 오는 길은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거치기로 했다. 평생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나라가 아닌, '리스본-본드'로 이어지는 끝말잇기에나 등장하는 포르투갈 리스본을 가게 되었다. 또, 동유럽, 서유럽, 남유럽, 북유럽 골고루 여행해 보았지만, 유일하게 굵직한 나라 중 스페인과 독일만 남겨두고 왔던 터에 가보고 싶었던 스페인, 그중에서도 댄 브라운 소설 <오리진, Origin>을 읽으며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바르셀로나에 가기로 했다.


그리하여 나는 내가 비행하려고 예약한 날짜, 숙소, 도착 시간, 장소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핸드폰 속 달력의 날짜만 보며 상상한 실제 시공간 속에 있게 된 것이다. 상상보다 더 엄청났고 믿기지 않았다. 정말 허리 아픈 장시간의 비행만 견디면 이런 곳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앞으로 내가 분명히 느끼게 될 아련한 그리움으로 미래의 시점에서 벌써 그를 기억한다.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책>


1월 13일 리스본의 마지막 날 밤. 마지막 날이라는 아쉬움을 누르며 한 광장 벤치에 앉아 여행이 끝나고 돌아갈 나를 내다보았다. 눈 깜빡하면 이 여행도 곧 끝나 추억이 되어 있겠지. 그 미래의 나는 지금 그 날 광장 속의 나를 생각하고 있다. 어둠이 내려앉아 환히 켜진 조명덕에 황금빛 도시 속의 트램은 구불구불한 길을 다니고 있었고, 몇 걸음 떨어진 바이샤 시아두 역 바로 앞 작은 광장에서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버스킹과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들렸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광장에 앉아 사람들을 관찰하였다. 단체로 여행 온 듯한 중년의 아시아 여성들은 2019라는 커다란 조형물 앞에서 돌아가며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저들이 이 리스본 여행에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당신의 여행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여행 오기 전 아는 학교 후배와 그 후배의 친구, 그 친구의 친구와 북클럽을 만들었다. 북클럽의 첫 모임에서 처음 읽을 책을 제안한 친구가 간단한 발제와 함께 각자가 생각하는 여행의 목적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제안했다.


나의 여행의 목적은 무엇인지 생각했다. 나를 여행으로 이끄는 것은 무엇이며, 나를 만족시켜주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여행의 목적이 다를 것이다.


잠 실컷 자기, 맛있는 것 많이 먹기, 문화 체험, 편한 패키지여행, 리조트에서 쉬며 수영하기, 마사지받기, 밀린 책 읽기, 현지인과 소통하기, 쇼핑, 일상 탈출, 미술관 투어, 버킷 리스트 달성, 인증샷 혹은 예쁜 사진 찍기, 예쁜 골목 걷기, 그곳에 사는 친구 만나기, 사색하기, 같이 가는 일행과 추억 쌓기 등등등


주로 나는 여행에서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특이한 물건 또는 더 저렴한 현지품을 발굴해서 사는 것, 그 나라 사람 혹은 여행하러 온 다른 나라 사람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미술관에 가서 가슴 벅차게 하는 색감 가득한 작품을 볼 때면 이것을 위해 비행기표를 지불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골목골목 걸어 다니며 아름다운 것을 포착하는 일이 재밌다. 이번에는 특히 에어비앤비를 통해 현지 아파트에 숙박하면서 한국에서 평소 늘 상상만 하던 높은 천장의 발코니를 가진 유럽의 넓은 집에서 며칠 지내본 것이 굉장히 낭만적이었고 꿈만 같았다.


앞으로 열흘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여행하면서 보고 경험한

아트투어

쇼핑(빈티지샵, 벼룩시장 등)

유럽에서 만난 이민자들

유럽식 오래된 아파트 숙박(높은 천장, 발코니, 100년 넘은 엘리베이터 등)

이베리아의 음식, 와인, 초콜릿

러시아 항공 경유의 장단점

카탈루냐 독립과 노란 리본

포르투갈에 난민이 적은 이유

근교 도시들

페소아와 주제 사라마구의 도시 리스본

영감을 주었던 색

리스본의 서점들

파두

건물과 문, 도시의 풍경

항공기 연착으로 예기치 않게 갇힌 모스크바에서의 이틀


등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