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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Jan 29. 2019

30유로로 6개 미술관 탐방!

바르셀로나 아트 패스

피카소 미술관에서 산 아트 티켓


바르셀로나 여행을 기획하며 고대했던 것은 바로 아트투어! 현대 미술관, CCCB라는 현대 문화 센터에서의 전시, 카탈루냐 미술관, 호안 미로 미술관, 피카소 미술관, 그리고 가지 않은 한 군데, 안토니 타피에스 미술관을 30유로에 바로 입장할 수 있다는 것.


사실 그리 성수기는 아니었으므로 어느 미술관이나 줄이 거의 없어 줄 없이 입장할 수 있다는 혜택은 와 닿지않았으나, 5곳 모두 가고 싶었던 곳이었으므로 약간의비용 상 이득과 도장을 받을 수 있다는 부수적 재미가 있었다.


나는 첫 미술관 여행을 피카소 미술관에서 시작했으므로 피카소 미술관에서 아트 티켓을 구입하면서 첫 도장을 받았다.



천재성의 이면,

피카소 미술관

피카소 미술관 가는길

숙소에서 피카소 미술관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15분 정도의 거리였고, 좁은 골목 사이사이 여러 상점들과 건물의 바랜 색,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막 도착한 전날 저녁. 카탈루냐 광장을 비롯한 바르셀로나 중심지의 첫인상은 명쾌하고 깔끔하게 구획되어 있어 굉장히 대도시 같았고, 심지어 비인간적인 느낌마저 들어 약간은 실망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첫 여행지로 피카소 미술관이 있는 보른 지구로 가는 길은 앤틱하고 인간적인 구시가지의 모습이어서 새로운 흥분감을 주었다.


피카소 미술관 역시 지도가 가리키는 대로 좁은 골목을 들어가서 걷던 중에 나왔다. 피카소 미술관에게 받은 첫인상은 미술관을 찾아가기에 매우 낯선 위치에 있다는 것이었다.


피카소 하면 흔히 특이하고 비범해 보이는 작품들이 떠오른다. 전시의 처음 등장하는 그림들은 피카소가 이런 그림도 그렸어? 하는 정상적인 인물화, 풍경 그림들이다. 밤색, 오렌지, 카키색, 황토색, 짙은 청록색들이 조화롭다. 같은 밤색 계열에도 구간 별로 색이 조금씩 다 달랐다. 내가 좋아하는 밤색을 이토록 잘 구현하였다니! 천재성의 이면에는 이토록 탄탄한 기본기가 있는 게 당연했다. 엄청난 노력의 흔적이 보였다.


진짜 창의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꼭 필요합니다. 먼저, 전문성입니다. 피카소가 대상을 보이는 그대로 정밀하게 그리다가 대상의 진실을 확보하기 위해 자기 예술세계를 열었듯이, 우선 이전부터 축적된 능력을 학습하고 익혀서 전문적인 단계에 이르러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그 대상을 향한 애착입니다. 애정 없이는 어떠한 대상도 제대로 볼 수 없으며, 그 일을 발전시킬 수도 없습니다.
-오종우, <예술 수업>



다양한 기획 전시와 시대별 컬렉션,

바르셀로나 현대 미술관


현대 미술관은 정말 규모가 컸다. 현대 미술관 광장에는 점심 무렵부터 많은 젊은이들이 나와 보드를 타고 있었고, 주변에 바르셀로나 대학교가 있어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카페에서 노트북을 켜놓고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청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현대 미술관은 티켓과 함께 옷에 붙여달라며 스티커를준다.


넓은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전시물들이 있다. 0층에는 Jaume Plensa라는 아티스트의 작품들이 구성되어 있었는데, 공간 구성이 특이했고 자신만의 철학이 도드라져 보였다. 특히

"Sculpture is an ideal way of posing questions."

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어느 문으로 들어왔고
어느 문으로 나가려 하는가

어떤 방은 짙은 갈색의 크고 높은 문들로 가득하고 매우 어두운데, 공간의 중앙에는 물이 반복적으로 떨어지며 물 흐르는 소리가 난다. 문들에는 각각 사랑, 복수, 기쁨, 침묵 등의 이름이 쓰여있었다..


1층은 현대미술관 소장품을 1920년대부터 1990년대 이후까지 시대 순으로 정리를 해놓았는데 방마다 들어가며 구경하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세계 대전과 스페인 내전, 독재 정권 시기 등을 거치면서 예술가들이 시대에 답하는 방식이 보인다.


스탠리 큐브릭전,

CCCB


현대 미술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CCCB 역시 규모가 정말 컸다. 어떤 전시가 있는 줄 모르고 찾아갔었는데, 스탠리 큐브릭이라는 영화감독에 관한 전시가 있는 모양이었다.


사실 알지 못하는 감독이어서 감독의 일대기나 영화사에는 흥미가 없어서 그냥 쓱쓱 지나갔다. 감독이 롤리타를 영화화한 감독이라는 것을 몰랐는데 알게 되었다. 전시 중간중간 감독의 영화를 짤막하게 틀어주는데 재미있어서 계속 보고 싶은 작품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롤리타였다. 롤리타라는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추천하는 친구들이 간간히 있었던 터에 앉아서 영화를 유심히 봤는데 상당히 재미있었다.


감독이 소설 원작자와 영화화하겠다고 메일을 주고받은 것, 기독교계의 반발을 메일로 해명하는 감독의 글 등을 직접 읽어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한국에 돌아가서 롤리타라는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작가가 있었다니,

호안 미로 미술관

에스파냐 광장

에스파냐 광장에서 150번 버스를 타고 언덕을 올라가면 산속에 둘러싸인 호안 미로 미술관에 도착한다. 언덕 위에 있어 바르셀로나 전경이 보이며 깨끗한 공기와 함께 뻥 뚫린 시원한 느낌을 받는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경쾌한 색의 작품들

호안 미로는 바르셀로나와 파리에서 활동한 작가로 1960년대에는 일본도 방문하여 일본적인 스타일이 가미된 그림들도 볼 수 있다. 색 조합이 유난히 환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아니었지만 발랄하고 경쾌한 몇 점의 작품들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대에 대한 저항 의식을 가진 작품들, 아방가르드한 작품, 피카소의 큐비즘에서 영향받은 작품들, 조각, 소장품 등등 다양한 작품을 구경할 수 있다. 전시 순서를 따라 걷다가 전시 공간에 마련된 초현실주의(Surrealism) 작가인 르네 마그리트와 리 밀러와 같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특히, 세계사의 중요한 분기점 중 하나인 1968년의 저항을 당시 파리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목격한 상황을 예술가로서 그림으로 표현한 것을 보게 된 것이 새롭고 뜻깊었다.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체험 공간이 잘 되어 있었다. 전시가 어땠는지 메모지를 뜯어 뒷면에 써서 투명 상자에 넣었는데, 한국인 관람객들도 꽤 많이 다녀갔다. 한국인 어린이가 나름의 그림과 함께 전시 후 소감을 글로 써서 넣은 것도 보여 귀여웠다.


엽서와 책갈피가 약간은 비쌌지만 꼭 사고 싶은 것들만 골라 5.4유로나...쓰지 않을 수 없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관람해야 할

카탈루냐 미술관


호안 미로 미술관에서 정원을 지나 걸어서 몇 분 걷다 보면 아름다운 건물의 카탈루냐 미술관을 만나게 된다


바로크 시대, 르네상스 시대, 근대 미술은 무려 1,2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이 곳이야 말로 규모가 정말 커서 길을 잃기 쉽다. 바르셀로나 마지막 날인데다 6시면 관람이 끝나는데 5시가 가까운 시간에 도착하다니 일정이 아쉬웠다. 평소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면 주체적으로 관람하는 것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 잘 이용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 곳은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작품 설명을 듣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갈 기회가 생긴다면 반나절 이상 시간을 두고 오디오 가이드나 도슨트를 꼭 이용하겠다. 외국에서 온 학생들이 단체로 영어 가이드를 듣는 것을 지나가다 언뜻 들었는데, 설명이 정말 충실하고 재미있어 보였다.


중세시대 작품은 화려한 종교화들이 많았고, 스토리를 가진 작품이 많아 보였다. 오디오 가이드가 없고 시간이 없으니 그 당시 의상과 가구, 장신구와 색깔을 구경하는 방식으로 관람하였다. 나는 모던아트를 좋아하므로 다른 시대를 건너뛰고 모던아트를 구경하러 올라갔다. 역시나 방대했고 오래도록 서서 보고 싶은 작품들로 가득했다.


그 당시 아트 스튜디오에서 작품을 만들고 있는 본인들의 모습을 그린 것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부르주아들의 초상화 속 그들은 정말 고풍스럽고 부유해 보인다. 당시 여인들의 화려한 의상과 장신구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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