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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Feb 02. 2019

자유의 나라에서 왔군요




정말 오랜만에 다시 찾게 된 유럽 땅에서 처음 대화한 사람은 한국에서 왔다는 나에게 말했다.


"오, 자유의 나라에서 왔군요!"


자유. 내가 좋아하는 단어여서 반가웠다.

한국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어깨너머로 들은 극동의 한 나라에 대한 한 포르투갈인 청년의 이미지는 예기치 않게 "자유"였다.


"자유의 나라요? 자유라니.. 자유에 다양한 이미지가 있어서 어떤 의미로 말한 건지 궁금하네요. Free market(자유 시장 경제 체제)을 의미한 거라면 맞고요. 우리도 헌법과 법에 의해 다양한 자유가 보장되긴 하죠. 저도 한국에서 여러모로 자유로움을 느끼고요. 그런데 어떤 의미에서 자유의 나라라고 한 거예요?" 내가 물었다.


포르투갈 청년은 자세히 물어보자 잠시 머뭇거리면서도 조금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러니까 내 말은, 그 북한.. 미스터 킴.. 알잖아.. 북한 말고 남한은 자유로운 나라 아니에요? 북한에서 탈출하는 사람들 있다고 들었는데 아프리카에서 탈출하는 난민들처럼 비슷하지 않나요? 거기는 고문도 하고 굶어 죽고, 자유가 없는 나라잖아요. 근데 한국은 자유 체제로 부자 나라이고 케이팝도 대단하고."


I am from Korea라는 대답에서 (내가 만난) 유럽 사람들은 North와 South로 나누어진 한국을 떠올린 뒤 언론을 통해 들은 최악의 국가 North와 대비되는, 그에 반해 자유와 번영을 누리며 민주적인,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뉴스들에서 접한 South를 떠올리나 보다.



[캡처] Freedom House (0=Least free, 100=Most free)


그렇다. 감사하게도 우리는 자유 속에서 살고 있다.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Freedom House가 측정한 2018년 나라들의 자유 지수를 검색해보면 북한은 자유가 없고(Not free) PR(정치적 권리) CL(시민의 자유)도 제일 낮은 7의 상태이며, 현재 가장 심각한 난민 위기 국가들인 시리아, 남 수단 다음으로 자유가 박탈된,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이다.

(물론 Freedom House의 조사 방법, 객관성, 얼마나 신뢰 있는 수치인지 등은 자세히 찾아보지 않았으나 다른 기관 조사 결과의 경향도 대략 비슷할 것으로 생각되어 인용하였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역시 북유럽..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도시의 풍경. 아마도 한국하면 이런 이미지를 떠올리려나?


20년 동안 한국에서 한국 사람들에 둘러싸여 살다가 처음 유럽에 갔을 때는 한국에서 왔다는 소개를 하루에도 몇 번씩 하게 되므로 한국 대표가 된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과 표정으로 데이터가 쌓이게 되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대체로 오 코리아~ 하면서 밝고 긍정적으로 반응해주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가끔 현대, 엘지, 삼성 등을 언급하며 한국은 잘 사는 나라 아니냐고 하거나, 한국은 들어보긴 했으나 잘 모르니 아 그래? 하며 긍정적으로 미소 짓는 경우가 많았다. 아주 가끔 한국에 가봤다는 사람들도 만났는데 그들은 대체로 한국이 좋았다, 또 가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사람들은 미지의 나라 한국에 대해 매우 궁금해했다. 한국의 수도, 한국의 인구수 또는 서울의 인구수, 한국 여행의 장점을 말해봐라, 한국 음식, 한국에서는 아침 식사로 뭘 먹는지, 종교는 뭐고, 한국의 젊은 사람들은 어떻게 노는지, 북한하고의 사이는 어떤지, 북한 말을 할 줄 아는지, 북한 사람을 본 적 있는지,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바로 살 수 있는지, DMZ에 가본 적 있는지,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추천해달라, 한국에선 대학을 졸업하면 보통 무슨 직종에서 얼마 정도 버는지,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은 어떤지, 한국 사람들은 영어를 어떻게 배우는지 등등


유학 시절 길거리를 지나가면 동양인이 상대적으로 희귀하기에 나에게 "니하오"나 "곤니찌와"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엔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말투로  "나 한국인이야."라고 대응했던 것 같다. 점점 이런 일이 잦아지니 그들이 내가 한국인인 줄 어떻게 알고 "안녕"을 하겠는가 싶었다. 우리도 서양인을 보고 정확히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쉽게 알기 어려운 것처럼. 또, 내가 서양인이어도 지나가는 하얀 아시안을 중국인이나 일본인으로 찍는게 맞을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 아무튼, 그저 지나가는 길에 인사를 하고 싶어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한 것인데 괜히 심각하게 나 한국인이거든? 하는 것은 그다지 예의 있지 않다고 생각하여 그다음부터는 나도 웃으며 니하오나 곤니찌와로 대응한다.  


이번에도 여행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가끔 니하오, 또는 관광지에서 일본인 관광객 할머니가 나에게 상냥하게 곤니찌와라고 할 때면 나도 웃으며 곤니찌와 하고 인사를 해주었다.



Halloween party
Tram party
Bad taste party


중국, 일본인으로 착각하는 것의 다음 단계는 Northor South? 에 응하는 일이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에는 정말로 다양한 파티가 있고, 매일 다양한 나라에서 온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Where are you from?

-I am from Seoul 혹은 I am from Korea. 후의 대화에서 진지하게, 혹은 재미로 North? or South?를 10명 중에 6명은 물었다. 참으로 귀찮은 일이었다. 나도 처음부터 I am from South Korea라고 하면 될 것을 나는 남한에서 왔어가 왠지 입에 붙지 않는지 길게 말하는게 귀찮은지 습관적으로 서울이나 코리아에서 왔다고 대답한다. 나는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면 당연히 우리가 사는 한국을 떠올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행의 자유가 없는 데다 북한 대학생이 유학을 왔다고 하더라도 이런 복장으로 자유롭게 다니며 낯선 사람과 이렇게 자유롭게, 이런 대화 주제로 대화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 유럽인 심리학 박사하고 이야기하다 들었는데, 그는 대만의 한 대학교에서 박사를 하던 중 같은 수업에서 여러 명의 북한 학생이 있었다고 했다(학생들은 모두 40대 이상의 남성이었다고 했다). 이 박사에게 듣기로는 수업시간에 공식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뿐, 호기심으로 대화를 하고 싶어 다가가도 수업이 끝나자마자 감시원 세 명이 바로 붙어 북한 학생들에게 접근하기 어렵다고 했다. 어쩌다 혼자 걸어 다니고 있는 학생에게 접근하여 대화를 시도해도 이렇게 대화하면 안 된다고 자리를 후다닥 피하고 멀리서 지켜보는 감시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박사 했던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이라고 하니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 이야기를 들은 나는 파티에서 North or South? 하며 South 인걸 알면서도 장난으로 툭 던지는 애들에게 가끔 장난으로 "나 North. (손으로 저 멀리 허공을 가리 키며) 쩌~기랑 쩌~기 세 명, 나 감시하는 감시원들인데 안 보여?"라고 했다. 그러면 "뭐야~ 장난하지 마."라고 웃으며 넘어가는데 아주 가끔, 10명 중 1명 정도는 심각해져서 감시받는 북한 사람과 더 대화를 하고 싶다는 듯이 이것저것 물어보다 나의 지식의 한계로 금방 연기가 들통나버린 재미난 기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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