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명대성 Apr 21. 2020

적당한 거리두기

관계에는 계산이 필요하다

‘관계는 계산하는 것이 아니다’를 줄기차게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 중에 실제로 계산적이지 않은 사람을 별로 본 적이 없다. 그런 표현을 강하게 쓰는 사람들 중에는 오히려 계산이 불명확한 사람이 더 많았다. 계산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 대부분은 사람에 대한 깊은 실망을 경험했거나, 키워가고 있거나, 이기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여전히 진행형이다. 슬프지만 인생 관찰보고서는 그렇다. 친구를 예로 들어보자. 분명 어릴 때와 세월이 지난 지금도 같은 친구인데 청소년기, 2~30대, 40대, 50대를 겪어가면서 친구에 대한 개념과 관념, 거리도 조금씩 바뀌어 간다. 계산이 없었던 자리에 조금씩 계산기를 두드리는 우리를 발견하게 된다.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지만, 관계에서 정산하지 않고 방치한 작은 상처들 때문인지도 모른다. 당신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아니다’를 외칠 수 있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다. 주변에 그만큼 이상적인 친구가 많다는 반증이다. 부럽지는 않다. 계산이 정확한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뿐이다. ‘최종병기 활’의 명대사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관계에 적용하는 사람을 가끔 만나게 된다. 카리스마가 작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관계는 밀어붙이기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극복해야하는 관계보다는 서로 맞춰가는 관계가 더 좋은 관계를 만든다.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가족으로, 친구로, 직장 동료로 사람들과 뒤섞인다. 사람들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관계에서 소통이 잘되지 않아 받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소통은 무언가를 주고받는 행위다. 어느 한쪽이 주기만 한다거나, 받기만 한다면 제대로 된 소통은 이루어질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경우라면 어느 한쪽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한 것이다. 말을 하기위해 경청해야 하고, 듣기위해 질문도 하고 말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관심과 배려 같은 것들은 소통을 위한 마법의 양념과도 같다. 내가 MSG 무 첨가 음식을 좋아한다고 해서 맛을 내는데 필요한 MSG를 모두 빼버리면 그 음식은 맛이 없어진다. 친환경 음식을 좋아하는 것은 개인적인 취향이다. 자신의 취향을 지키기 위해 타인에게까지 맛없는 음식을 강요하고 먹으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맛있는 음식을 좋아한다. 관계도 나쁜 것보다는 좋은 관계를 바란다. 좋은 관계를 위해서는 관심과 경청, 언어사용, 표현이라는 양념을 잘 버무려야 한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을 받는 과정은 서로의 깊은 이해와 관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재료다. 어쩌다 한 번은 상대방의 성의를 생각해서 맛없는 음식도 맛있게 먹어줄 수 있지만, 그것이 계속되면 곤란한 노릇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관계에도 계산이 필요하고, 일정한 계산방식이 있다. 이익을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을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계산을 잘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인정과 이해가 필요하다. 사람들에게는 본능적으로 하는 계산의 오류가 있다. 내가 상대에게 주는 것은 곱하기로 계산하고, 상대에게 받은 것은 나누기로 계산한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이것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심리에 대해 인간의 본능임을 이야기한다. 최근에는 뇌 과학자들도 그런 통계에 합류하고 있다. 수치만 조금씩 다를 뿐, 결과는 틀리지 않다. 개인적인 실험에서 나는 관계가 3배수의 곱셈과 나눗셈으로 계산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내가 집안일을 돕고, 일정한 시간이 지났을 때, 3배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다. 반대로 아내가 나를 돕는 것에 대해서는 3분의 1정도로 인식을 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계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의 개인적인 생활을 2년 정도 기록하고 통계를 낸 수치일 뿐이지만, 나는 이 통계가 꽤 합리적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신의 데이터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단, 조건이 있다. 반드시 기록해야하고, 일정한 기간을 두고 검증해야한다. 기억이라는 부품은 생각보다 오류가 많다. 관계에서 정산을 하지 않으면 누군가는 항상 손해 보는 사람이 되어있고, 상대는 항상 이익을 편취하는 사람이 된다. 인생의 경험을 통해 만난 사람들, 10중 8~9는 타인에게 손해를 보았거나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누군가에게 손해를 끼치거나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0~20%를 넘지 않았다. 주고받은 사람들의 계산이 맞지 않는다. 관계에 대한 사람들의 계산은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 관계를 잘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정확한 계산이 필요하다. 줄건 주고, 받을 건 받고, 잘못된 것은 인정하고, 바꾸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다.     

계산도 좋은 계산, 나쁜 계산, 이상한 계산이 있다. 관계에서 필요한 계산은 사람과 사람사이를 더 돈독하게 만드는 유익함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관계는 다른 것에 비해 더 철저하게 계산하고 정산해야 한다. 그래야 관계에서 생기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계산이 불명확하면 관계도 모호해진다. 모호함을 반복하면 원인도 모른 채 좋은 사람을 밀어내고, 그 빈자리는 나쁜 사람, 이상한 사람으로 채워진다. 이상하지 않은가? ‘나는 항상 베풀었지만 받은 사람이 없다.’, ‘상대는 늘 주었다고 하는데 나도 받은 것이 없다.’ 이 기형적 구조를 깨기 위해 계산이 필요한 것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언제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해를 더해갈수록 기회가 줄어들고, 깊이를 만들기는 더 어렵다. 결혼이 늦어지는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나는 까다롭지 않아.’라고 이야기하지만, 젊은 나이일 때에 비해 결혼 상대자에 대한 조건이 하나 둘 늘어간다. 별다른 계산이 없어도 되었던 젊은 나이에 비해서 말이다.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계산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불명확한 계산 때문이다. 나를 미치게 만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멈추고, 상대를 미치게 만드는 ‘넘치게 받는 것’은 되돌려줘야 한다. 그것이 관계에서 확인된 유일한 사실이다.


-Writer Myung-


"인간관계에서 거리두기는 배려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적당한 거리두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