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잘 지냈습니까?

by 위수정 기자

2020년은 잊을 수 없는 한 해로 기억남을 것이다. 아마 내가 죽는 날 주마등처럼 지난날을 떠올렸을 때 올해가 빠질 수는 없겠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위로 중에 하나가 “너만 힘든 거 아냐, 다 힘들어”인데, 올해는 예외였다. 그렇다고 전 세계적으로 우리 모두 힘드니까 개개인의 아픔은 별 것도 아니라고 넘기고 싶지는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은 마치 마법처럼 찾아왔다. ‘마법 같은 일’은 긍정적인 의미로 쓰고 싶었지만, 너무 예상치도 못하게 지구촌을 다 아프게 만들어서 전지전능한 사람의 장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연말까지 마스크 쓰고 있지 않겠지?”라고 말하면 말도 안 되는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심지어 내년 말까지도 지금과 같은 모습일까 봐 걱정이 된다.


올해는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계획을 세우면 보란 듯이 계획을 무너져 내리게 만들었다. 나중에는 무기력한 상태로 침대에 누워 천장만 응시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골몰하며 자꾸 ‘코로나가 사라지면’이라는 전제를 달면서 새로운 것을 떠올렸다. 그런데 이 빌어먹을 코로나는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봐야겠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 간의 거리는 멀어지며 온도는 낮아졌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며 사람들과의 관계는 멀어졌다. 종종 하기 싫은 미팅과 회식은 “코로나 때문에”라는 좋은 핑계가 생기기도 했다. 그런데 가까운 지인들은 물론이며 연례행사로만 만나던 송년회 조차 하지 못하며 마음만큼은 따스했던 연말의 분위기가 사라졌다. 영하의 추위가 가슴팍에 그대로 내리 꽂히는 기분이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을 잃고 침체된 상황에서 그래도 얻은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바로 일상의 소중함. 친구들과 밥을 먹고 카페에서 차 한 잔을 하며 영화관도 가고 종종 가던 노래방까지. 이별하고 나서 지난 연인에게 소중함을 느끼고 뼈저리게 슬퍼하듯 평범했던 일상을 잃고 나니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다가왔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할 때 우린 으레 새해 계획을 세운다. ‘코로나가 사라지면’이라는 전제로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고 싶지는 않다. 나는 새해의 계획도 ‘일희일비하지 않기’로 세운다. 3년째 세운 계획이다. 이게 3년 장기 프로젝트가 될지 몰랐지만, 혹시 모른다. 5년, 10년 장기 프로젝트가 될지. 스스로가 조금 덜 휘둘리고 단단해졌으면 좋겠다. 누구는 소소한 기쁨과 슬픔을 바로바로 표현해내니 좋은 거 아니냐 하겠지만 당사자는 마음의 곡선이 요동치는 날에 너무 힘들다.


여섯 시간 남짓 남은 시간 동안은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민트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1월 1일 새해 인사를 할 사람들의 리스트를 작성해봐야겠다. 사실 어떤 날, 누구에게 특정해서 인사를 하는 사람 축에 끼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안부를 물어야겠다.


잘 지내고 있냐고. 새해에는 우리 조금 더 웃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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