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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Feb 12. 2021

"홍광호가 홍광호했다!" 전석 기립의 '맨오브라만차'

[리뷰] "홍광호가 홍광호했다!" 전석 기립의 '맨오브라만차'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공연사진_홍광호.(제공=오디컴퍼니(주))

다음 기사는 2월 8일에 나간 리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홍광호가 홍광호했다!"


'요즘 젊은이'라고 하면 '라떼는 말이야'의 하나로 분류된다고 하는데,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프로듀서 신춘수, 연출/안무 데이빗 스완)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으로 요즘 사람들의 말을 빌려 "홍광호가 홍광호했다!"고 외치고 싶었다.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는 작년 12월 18일에 개막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따라 개막이 미뤄져 올 2월 2일에 관객을 맞이하게 됐다. 짧아진 공연 기간에다가 한 좌석 띄어 앉기 또는 동반자 외 좌석 띄어 앉기로 예매할 수 있는 좌석이 줄어들어 안 그래도 치열한 티켓팅이 한층 더 치열해졌다. 그래서 그런지 로비에서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표정은 한껏 들떠 보였다.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는 올해 국내 초연 15주년으로 아홉 번째 시즌으로 관객을 찾았다. 작품은 스페인의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의 세기의 소설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자신을 ‘돈키호테’라는 기사로 착각하는 괴짜 노인 ‘알론조 키하나’와 그의 시종 ‘산초’의 모험을 통해 꿈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모습을 그린다.


극은 액자식 구성이라 불리는 극중극 형태로 신성 모독죄로 종교 재판을 받게 되는 ‘세르반테스’의 이야기와 자신을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로 믿는 노인 ‘알론조 키하나’의 이야기를 통해 두 사람의 삶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정신 나간 거 같은 할아버지 '돈키호테'에서 '돈키호테'의 저자이자 시인, 배우, 세무관인 '세르반테스'를 오가며 1인 2역을 선보이는 홍광호는 관객의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마력을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공연사진_홍광호.(제공=오디컴퍼니(주))


"홍광호가 홍광호했다!"라고 느낀 부분은 역시 그의 섬세한 연기와 코로나 우울증을 날려 버릴 만큼 시원했던 속이 확 뚫리던 그의 목청이다. 뮤지컬 '그레이트코멧'이 작년 9월 개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의 상황에다가 이머시브 작품(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문 작품)으로 개막이 미뤄지면서 홍광호는 뮤지컬 '스위니토드' 이후 사실상 1년 만에 무대에 오른 것이었다. 지난 1년간 무대에서 홍광호를 볼 수 없었던 관객의 갈증을 풀어주듯 그는 무대에서 원 없이 끼를 발산하며 소위 '지붕 뚫는' 목청을 자랑하며 넘버를 소화했다.


홍광호와 함께 '산초' 역의 정원영과 '도지사'와 '여관주인' 역의 김대종은 쿵짝이 잘 맞는 웃음 유발 연기로 객석에서 빵빵 터지게 만들며, '알돈자'와 '둘시네아' 역의 최수진은 '돈키호테'로 인해 새로운 인생을 꿈꾸며 희망을 전달한다.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 싸움 이길 수 없어도 /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라고 시작하는 뮤지컬을 보지 않았어도 한번쯤 어디서 들어봤을 바로 그 넘버, '이룰 수 없는 꿈'이다. "희망조차 없고 / 또 멀지라도 /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중략) 마지막 힘이 다할 때까지 / 가네 저 별을 향하여"라고 이어지는 넘버의 가사는 코로나19로 장기적으로 침체된 우리들의 마음을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게 울린다. 이때 손을 하늘로 향해 뻗으며 눈시울을 적시는 홍광호의 모습에 함께 눈물이 흐른다.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공연사진_홍광호.(제공=오디컴퍼니(주))


현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백신을 맞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곧 시행될 예정이지만, 이 시간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마지막에 큰 울림을 주고 막이 내린 후 커튼콜 때 관객들은 약속한 듯이 전석 기립으로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오랜만에 무대에 올라와 울컥하는 배우들을 보면 함께 마음이 찡해진다. '지친다'는 말도 지치는 요즘, 우리의 마음에 180분가량 희망과 용기를 노래하는 '맨오브라만차'를 보면 어떨까. 물론 류정한, 조승우, 홍광호라 티켓팅이 쉽지 않겠지만, 행운이 따르길 빈다.


한편,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는 3월 1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https://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47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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