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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Apr 10. 2021

[인터뷰] 구본수,밀도 있는 걸음으로 '장르가 구본수'

구본수.©열린뉴스통신


다음 내용은 3월 12일에 나간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크로스오버 그룹 ‘안단테’ 멤버 베이스 구본수가 첫 번째 미니 앨범 ’봄’으로 봄을 앞당겨 끌고 왔다.


구본수는 작년에 종영한 JTBC ‘팬텀싱어’ 시즌3에 출연해 시청자들은 많은 사랑을 받은 재원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대학을 졸업 후 독일 바이마르 국립음대 재학중 2019년 제28회 성정음악콩쿠르에서 성악부분 최우수상, 성정음악상, 수원음악상을 수상했다. 유수의 상을 거머쥔 구본수는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목소리로 클래식계의 고막 남친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구본수는 ‘안단테’ 멤버 중에 가장 먼저 미니 앨범을 낸 소감으로 “평생 언제 한번 제 앨범이 나올까 생각만 했던 게 현실이 되니까 설렜다. 그런데 이번 앨범을 준비할 때 예전에는 제 노래는 제 거인 줄 알았는데 앨범이 나온다는 게 ‘내 노래가 내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 노래가 이제야 남들의 귀에 들려주기에 편한 거 같기도 하고 책임감이 들기도 하며 더 이상 보호받을 수 없는 위치에 왔다는 느낌이 들면서 마음이 복잡했다. 저 나름대로 성장했다 싶으면서도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며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구본수.©열린뉴스통신


그의 첫 번째 미니 앨범 ‘봄’에는 총 3곡이 담겨 있으며 음악감독 이상훈의 프로듀싱으로 크로스오버로 만들었다. 타이틀곡은 ‘I will be there’로 세계적인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마이클 홉(Michael Hopp)이 작곡했다. 구본수는 ‘I will be there’에 대해서 “이 노래는 제주 소년으로 유명한 오연준 군이 부른 적이 있는데 연준 군이 부른 느낌이랑 다르고 싶었다. 연준 군이 부른 노래는 파릇하게 올라온 이파리가 세상을 흔드는 느낌이라면 저는 성장한 나무가 쉴 만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아이디어를 제시했었다. 처음 도입부가 단조에서 장조로 넘어가는데 요즘 환경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있지만 제가 항상 그 자리에 있고 제가 여러분의 손을 잡아서 함께 가겠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네게 멈추네’는 구본수의 친구이자 성악가인 함정찬이 작곡, 작사했다. 그는 “제 친구 함정찬은 성악가이지만 작곡에 관심이 많았다. 1년 3,4개월 전에 같이 작업을 했던 곡인데 제가 독일에 살고 있다 보니 독일에서 느끼는 거리의 분위기나 날씨, 감정, 겪었던 일들을 생각하면서 정찬이가 가사를 써서 곡을 만들어 선물해줬다”며 앨범에 함께 실리게 된 소감으로 “일단은 고맙다고 했고, 저희는 이 노래가 음반으로 나올 거라고 생각 안 하고 독일에서는 독일어로 된 가곡이나 외국어로 된 노래만 부르다 보니 한국어로 된 곡이 귀했었다. 그때도 귀하게 불렀던 기억이 있는데 그 곡을 많은 분이 듣게 되니까 기분이 좋다고 하더라”고 감회를 전했다.


미니 앨범 ‘봄’의 마지막 수록곡 ‘너를 그리다’ 클래식 음악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김재원이 작사, 작곡한 곡으로 구본수는 “김재원 피아니스트가 이 곡을 만들 때 보컬을 구할 시간이 빠듯해서 연주곡으로 만들었는데 제가 불러보겠다고 해서 부르게 됐다”고 밝혔다.


구본수.©열린뉴스통신


다음은 구본수와 일문일답이다.


Q. 이번 음반 작업을 할 때 에피소드가 있다면.


"‘너를 그리다’를 부를 때가 제일 힘들었다. 김재원이라는 피아니스트가 되게 섬세한데 가사도 그렇게 썼다. 가사가 심상치 않았다. (웃음) 가사가 너무 섬세하니까 제가 베이스이고 저의 소리와 원래 쓰는 발성을 섞으면 단어의 느낌이 깨질 거 같더라. 그래서 단어의 질감과 맺고 끊고를 나노 분석을 해서 노래를 불렀다. 제가 느끼기에 ‘너를 그리다’를 팝이나 가요처럼 푼 건데 이런 시도를 하면서 가사의 표현이 잘 됐던 거 같다. 녹음할 때도 느낌이 좋았다. 세밀하게 연구한 보람이 있다.


세 곡 다 어렵긴 했지만 ‘네게 멈추네’는 많이 불러서 수월하게 부르긴 했지만 (함)정찬이도 베이스인데 실험 정신이 강한 친구다. 음역의 범위를 엄청 넓게 잡아놔서 누가 어디서 부르라고 쓴 노래인지...(웃음) 저는 제 노래를 다른 성악가도 불렀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정찬이는 대체 누가 더 부를 수 있게 쓴 건지 모르겠다. 약간 나얼의 ‘바람기억’을 나얼만 부를 수 있게 쓴 노래 같았다."


제공=위클래식


Q. 앨범 커버에 달팽이가 그려져 있던데 어떤 의미인가.


"독일에서 엄청 큰 민달팽이를 많이 봤다. 달팽이들이 느리지만 이야기를 하다가 달팽이를 보면 어느새 멀리까지 가 있다. 가고자하는 곳까지 어떻게든 가며 때론 벌써 가 있기도 하다. 앨범 커버에 태양이 떠 있고 언덕과 달팽이가 있는데 언덕 다음에 어떤 언덕이 또 있을지 모르는데 태양 같은 제 목표를 바라보면서 그것만 보고 쭉 한번 가보겠다는 마음도 든다. 속으로는 ‘너희들이 생각하지 못한 곳까지 내가 가 있을 거다’는 다짐도 있다."


Q. ‘안단테’ 멤버 중에 제일 먼저 미니 앨범이 나왔는데 안동영과 윤서준의 반응은 어떻고, 리더로서 마음이 다를 거 같다.


"자기들도 앨범을 내달라고 하긴 하지만 먼저 내가 좋은 게 있고 부담되는 것도 있다. 그래도 제가 먼저 낸 게 좋긴 하다. 저 같은 경우는 동생들에게 제가 어떤 식으로 작업했다는 걸 보여주고 어려웠던 부분이나 잘된 부분에서 느낀 점을 전달할 수 있어서 좋다.


앨범 출시되기 전에 동영이랑 지하철에 있을 때 들어보라고 들려준 적이 있는데 쭉 듣다가 조용해서 봤더니 울고 있더라. 제가 당황해서 “야 너 왜 그래”이랬더니 “형 이 곡이 너무...”라며 ‘너를 그리다’를 들으면서 울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서준이는 티를 안 내려고 하는데 티가 나는 스타일이다. 서준이는 저희가 다 성악가이다 보니 마이크를 쓰는데 호기심이 많아서 녹음할 때 어떻게 했나 이런 걸 궁금해했다."


구본수.©열린뉴스통신


Q. ‘안단테’ 멤버들이 한 명씩 단독 콘서트를 하고, 본수 씨는 14일에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있는데 내용을 살짝 공개한다면.


"‘구본수가 이걸 한다고?’싶은 걸 할 거다. 콘서트에서 직접 확인해주길 바란다. 가요를 준비했는데 저의 해석으로 바뀔 것이다. 학생 때는 가요에서 쓰는 창법이 있어서 가요는 절대 못 부르게 하는 게 있었다. 아무래도 자기 음악이 확립이 안 됐을 때 창법이 흔들릴 수 있어서 그랬는데 성악가가 가요를 불렀을 때 느낌을 선사하고 싶고, 장르가 구본수인 걸 보여주고 싶다. 또한 서준, 동영이 다음에 제가 단독 콘서트를 하고 5월에 ‘안단테’ 콘서트가 있는데 각자 성장한 모습으로 5월에 모여서 콘서트를 하는 것도 기대해 달라."


Q. 구본수가 직접 떠올린 기억이나 들은 이야기 중에 구본수의 첫 음악은 무엇인가.


"첫 기억은 부모님이 클래식을 좋아하셔서 집에 전축이 있었는데 오케스트라 전주곡을 틀어놓으면 제가 혼자서 손을 흔들고 있다고 하더라. 제가 나중에 대학교에 갔을 때 부모님께서 "그때부터 애가 뭔가 있었나?" 라고 하셨다. 저의 기억이 있는 음악은 어릴 때부터 교회 성가대를 해서 자연스럽게 노래를 했다. 제가 어릴 때는 말을 많이 더듬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이 내성적으로 되고 변성기가 일찍 와서 저음이 되다 보니 더 내성적으로 변했다. 중학교 때 아버지께서 통기타를 사주셔서 집에서 기타 치면서 노래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노래를 많이 부르면서 득음을 한 거 같다. (웃음) 노래가 생각보다 재미있고 이로 인해 자신감을 얻어서 음악이 삶에서 뗄 수 없는 부분이 되다보니 취미로만 하고 살 수 없었다. 고등학생 때 음악 하고 싶다고 했더니 부모님이 당연히 안 된다고 하셨다. 고3 때 음악에 대해 어느 정도 포기를 했다가 9월에 저에게 “음악 한번 해볼래?”라고 하시더라. 그때 만난 선생님이 수능은 잘 치고 오자고 해서 수능 끝나고 그 선생님께 갔더니 첫 입시까지 혹독하게 교육을 하셨다. 그러다 대학교 예비 번호가 돼서 바로 입학하게 됐다. 나중에 부모님께 들으니 9월에 음악 해보라고 말하면 수능이 코앞이라 제대로 준비 못 해서 떨어질 테니 재수를 시킬 생각이었는데 합격해서 부모님도 당황하셨다고 했다. 이렇게 성악의 첫걸음을 시작하게 됐다."


구본수.©열린뉴스통신


Q. 독일에 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부산대학교 성악과를 그다음에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성악과를 다녔다. 늦은 나이에 대학교에 가서 가곡을 좋아했다. 한예종은 오페라에 특화된 학교이긴 한데 저는 오페라보다 가곡 수업을 더 좋아하고 재미있어했다. 가곡 가사에 "바람이 흘러가"라는 말이 있으면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간 의미를 담고 있는 거처럼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이쪽을 공부하다가 졸업하고 독일을 한 번 가볼까 생각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숲에 가서 바람이 불 때 나는 소리가 독일이랑 다르다. 우리나라의 소리는 부드럽고 찰기 있는 소리가 나는데 독일의 숲은 건조하고 더 거친 느낌이 난다. 이런 문장은 독일을 가야 느낀다고 하고 그런 소리가 궁금해서 1차원적인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독일에 가게 됐다."


Q. 독일 생활로 인해 바뀐 점이 있나.


"독일에서 가곡을 연주하고 노래하면 사람들이 저한테 와서 잘 들었다고 좋았다고 해주는데 생긴 것도 다르고 언어도 다른데 음악이라는 게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확 와 닿았다.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음악이 끌어당겨 주는 힘이 있고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주는 게 있더라. 신기한 걸 체험을 해서 뭔가를 준비하거나 대할 때 헌신적으로 되기도 하고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


구본수.©열린뉴스통신


Q. 관객의 평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평은.


"아직도 못 잊고 있는 게 있는데 부산에 있을 때 어떤 교회에서 성가대를 하면서 독창을 했다. 노래를 부르고 밑으로 내려오는데 어떤 분이 저를 기다린다고 해서 갔더니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그분이 저를 보시자마자 손을 잡고 한동안 가만히 계시다가 그냥 가셨다. 많은 감사한 이야기를 듣지만 그때 손을 잡아 주셨는데 말 한마디보다 여기서 많은 게 느껴졌다. 지금도 가끔 그때를 생각하면서 노래를 하고 있다."


Q. 팬들에게 가장 감사할 때는 언제인가.


"시국 때문에 밖에서 뭘 하기보다 주로 연습실에 있거나 앨범 준비할 때는 집에서 연습을 주로 하게 됐다. 좁은 데서 연습을 하다 보면 가끔 ‘내가 왜 이런 걸 하고 있지?’라는 생각에 우울해질 때가 있는데 팬카페에서 올려주는 글을 보면서 힘을 낸다. 이번 미니 앨범 나오고 댓글과 반응을 보면서 ‘내가 이걸 위해서 열심히 했구나’ 힘을 많이 받았다. 타이틀곡인 ‘I will be there’를 보면 ‘손을 잡아줄게, 뻗어줄게’ 하는데 팬들이 저에게 손을 뻗어준 거 같다. 팬들은 제가 뻗었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아니다. 여러분이 손을 뻗어주고 끌어주는 느낌이 강해서 제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본수.©열린뉴스통신


Q. ‘팬텀싱어’ 출연 이후부터 계속 변화하는 삶을 살아가는데 무게가 어떤가.


"부담감도 없지 않아있고 책임감도 있다. 프로로서 마음가짐이 생기는 요즘이다. ‘안단테’에서는 형과 리더로서 무게도 있다. 예전에도 제 무대나 노래를 즐겨주신 분이 계셨지만 요즘에는 너무 많아져서 다 충족할 수 없지만 그분들의 마음을 채워주고 싶은 욕심이 생기고 하고 싶은 게 많아지는 거 같다. 앨범을 내니까 들으신 분들이 좋다고 하시는데 저는 또 제가 들리는 부분이 있다. 다음에 좀 더 잘하고 싶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Q. 올해 이것만큼은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나.


"지금보다 좀 더 큰 집으로 이사하고 싶다. (웃음) 그리고 제 곡을 직접 작사, 작곡해서 내고 싶다."

구본수.©열린뉴스통신


다음은 구본수의 TMI (Too Much Information) 문답이다.


민초파(민트초코) vs 반민초파 / 민초파. 향이 좋고 직업적으로 민트를 먹으면 코가 뚫린다.


찍먹 vs 부먹 / 부먹, 튀김 옷이 살짝 눅눅해지기 전을 좋아한다.


눅눅한 씨리얼 vs 바삭한 씨리얼 / 눅눅한 씨리얼


꼬들한 라면 vs 퍼진 라면 / 퍼진 라면


후라이드 치킨 vs 양념치킨 / 후라이드, 치킨은 바삭한 게 좋다.


짜장면 vs 짬뽕 / 짜장면


김치찌개 vs 된장찌개 / 김치찌개


MBTI /ENFP


물냉 vs 비냉 / 무조건 물냉.


과일빙수 vs 팥빙수 / 과일빙수


아이스 커피 vs 따뜻한 커피 / 얼죽아는 아닌데 아이스 커피.


산 vs 바다 / 산


내일 지구가 종말 한다면?  / 마스크를 벗고 뛰어다니고 싶다.


최후의 만찬이라면?  / 햄버거. 정크푸드의 느낌이지만 갖출 건 다 갖춘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인생 최고의 영화 / 고전 영화에서 느끼긴 하는데 ‘인터스텔라’를 최근에 봤는데 보고 시간 여행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느꼈다.


인생 책 / ‘가시고기’ 울면서 봤던 책 중에 유일하지 않을까.


인생 여행지 / 프라하. 아직 프랑스를 못 가봤는데 프라하가 유럽에서 가장 유럽스러운 아름다움을 간직한 도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 시간 넘게 진솔한 인터뷰를 한 구본수는 책임감과 압박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해 현재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가늠케 했다. 지금을 감사할 줄 알고 진실되게 앞으로 나아가려는 그를 응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구본수는 첫 미니 앨범 ‘봄’ 발매와 함께 전국 투어 콘서트 ‘Four Seasons’으로 14일 서울 영산아트홀를 시작해 광주, 대구, 부산, 성남 콘서트로 이어간다.


http://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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