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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Apr 05. 2021

[인터뷰] 박지연 "내일은 다시 찾아올 거야"

[인터뷰] '고스트' 박지연 "이 순간, 내일은 다시 찾아올 거야"

박지연.(제공=신시컴퍼니)


다음은 3월 10일에 나온 인터뷰 기사 내용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뮤지컬 ‘고스트’(제작 신시컴퍼니)가 작년 10월에 7주년의 막을 올려 이번 주말에 마지막 공연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고스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생기기 1년 전부터 준비되었지만 코로나19의 확산세에 직격탄을 맞아 60일 가량 멈춰가기고 했다. 하지만 영화 ‘사랑과 영혼’을 원작으로 한 ‘고스트’는 팬데믹 상황 속에서 잊고 있었던 사랑을 일깨워주며 명화의 감동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했다.

배우 박지연은 뮤지컬 ‘고스트’의 초연에 이어 재연에서 ‘몰리’ 그 자체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7년 만에 다시 만난 ‘고스트’의 소식을 듣고 심장이 엄청나게 뛰었다. 그동안 제 나름의 큰 변화가 있어서 시기적절하게 만났다. 공연을 하면서 쉽게 즐기면서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매번 긴장하고 두렵고 견뎌야 하는 게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스트’를 하면서 너무 재미있게 하고 있다. ‘내가 이렇게 공연을 즐기면서 한 적이 있었나?’ 싶었다. 힘든 역할이긴 하지만 스스로 공연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행이다”고 전했다.

“연출님도 강조하셨던 건데 ‘이 순간’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고스트’ 안에서 여러 가지 주제가 있지만 가장 좋아하는 단어이기도 해요. ‘이 순간’이라는 단어로 파생되는 것을 노트에도 써봤어요. 그 단어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몰리에게는 사랑하는 사람과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희망을 꿈꾸면서 얘기한 거고, 저에게는 지금 공연하는 이 순간, 노래를 시작하고 관객 앞에 선 이 순간이라고 느껴서 사실은 몰리이기도 하지만 저 자신도 많이 나오는 순간이에요. 그래서 관객 중에 어떤 사람은 설레고 울컥하고 두근거리기도 하는 거 같아요.”

제공=신시컴퍼니


박지연은 7년 만에 몰리로 다시 ‘고스트’를 만난 거에 대해 “누구나 7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일 텐데 어느 부분이 성장했다고 말하기보다 한 작품씩 거치면서 모든 배우가 작품을 통해서 성장하는데 저도 그랬다. 예전에도 대본을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부족했던 거 같다. 대본을 열심히 공부하고 싸우는 과정이 좀 더 집요해졌다”고 언급했다.

이어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 ‘Nothing stops another day’를 꼽았다. 그는 “드라마적인 요소가 있어서 직접적으로 와 닿는 순간이다. 예전에는 음악의 다이나믹한 요소에 대해서 반했다면 요즘에는 ‘고스트’ 드라마에 감동을 받는다. 몰리의 스토리도 가슴이 아프지만 샘의 스토리가 너무 복잡하고 마음이 아프고, 샘이 복잡하다는 게 너무 힘들다. 초연 때는 이 곡의 의미를 몰랐는데, 이번에는 울컥하는 요소가 있더라. "내일은 다시 찾아올 거야"라는 문장을 두 번 정도 반복하는데 이 말을 하는 게 너무 힘들다. 이때 제가 무대 가장 앞에 서서 노래를 부르는데 뭔가가 슬프다. 코로나 시국의 상황도 있어서 그런 거 같다”고 설명했다.

제공=신시컴퍼니


뮤지컬 ‘고스트’를 보는 관객들은 스토리에 흠뻑 빠져 모르고 넘어갈 수 있지만 배우로서 안 풀리는 장면이 있을 터. 박지연은 “첫 장면이 항상 그랬던 거 같다. 행복의 위치의 에너지가 가장 높이 있는 상태에서 시작한다. 예전의 저는 행복과 즐거움을 표현하는 거에 인색했었다. 그래서 창작진에게 조금 더 행복한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들었다. 저한테 슬픔이 있었던 거 같다. ‘이 순간’에서 저의 행복감이 높이 있어야 낙차가 커져야 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까 그 장면이 작품 끝까지 갈 힘이 되겠더라. 우리가 누군가와 헤어지거나 이별했을 때 싸웠던 사건 때문에 눈물이 나는 게 아니라 행복했던 기억을 보면서 눈물 흘리는 거지 않나. 첫 장면이 완벽하게 행복이 단단해졌을 때 1막 후반부와 2막 전반부를 걸쳐서 가는 힘이 생기는 거 같다. 한편으론 제가 너무 들떠서 소녀처럼 보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이런 디테일한 요구 사항이 많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뮤지컬 ‘고스트’가 7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와 사랑받는 이유는 누구에게는 스토리, 다른 누구에게는 배우일 수 있다. 무대에서 연기하는 배우인 박지연은 ‘고스트’의 사랑받는 이유로 어렵지 않은 이야기라고 한다. 그는 “‘고스트’는 판타지와 현실이 아주 잘 조합이 되어있는 거 같다. 이야기도 어렵지 않고 스토리를 잘 따라가면서 공감과 여유가 있다. 이건 배우들의 몫이기도 한데 관객이 무대만 기억하고 돌아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고스트’를 보고 나서 무대나 장치적인 요소를 기억하시는 분이 있는데 드라마를 안고 갔으면 좋겠다. 저는 ‘고스트’가 참 쉽고 재미있어서 좋다. 작은 여운도 있고 "나는 사랑한다는 말 너에게 많이 해줄게"이러는 게 좋지 않나. 개인적으로 ‘고스트’가 특별한 이유는 시기적으로 가장 행복할 때와 힘들었던 시기가 ‘고스트’ 안에 있다. 힘들 때 ‘고스트’를 안 했으면 많이 무너져 내렸을 거 같다. ‘고스트’는 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만난 작품이라 애틋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제공=신시컴퍼니


종종 배우들은 사랑을 연기할 때가 더 힘들다고 할 때가 있다. 누구나 아는 감정이다 보니 그것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이야기로 뮤지컬 ‘고스트’는 죽음을 뛰어넘은 사랑을 이야기한다. 박지연은 “작품에서 분노도 사랑 때문에 나오고, 사랑이 너무 좋아서 나오는 외로움과 사랑이 없어져서 나오는 상실감에 대해서 생각했다. 저는 몰리가 공연 전반에 걸쳐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샘이 죽었고 그래서 외롭고 누구한테 속아서 분노하는 게 아니라 몰리의 감정의 기본이 철저히 사랑이 되어서 이겨내려고 하는 과정이 곡선으로 보이게끔 하고 싶었다. 그래서 샘이 죽고 난 바로 직후에 최대한 가장 힘들어하고 점점 극복하려는 곡선을 올리려고 한다. 저는 원래 연습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인데 이번에는 재연이라 예전에 쌓아둔 거에 살을 붙여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작품에서 몰리는 힘들어하지만 저 스스로는 재미있다”고 밝혔다.

이어 “예전에 “사랑이 뭔데?”라는 질문을 종종 했는데 "아무리 줘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게 사랑"이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정답은 아니지만 많은 감명을 받았다. 저는 주는 걸 잘 못 했다. ‘아무리 줘도 아깝지 않고 더 주고 싶은 사람은 누가 있지?’ 떠올렸을 때 몇 명 없더라. 가족, 내가 사랑하는 사람, 친구 몇 명 정도만 떠올랐다. 그래도 사랑이라는 질문을 던져서 교집합에 있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그런 사람을 많이 늘려야 하는 거 같다. 사랑은 참 좋은 거 같다. 그 질문을 계속해서 저 자신에게 던질 수 있었으면 하고 그런 사람이 제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지연은 어떤 배우로 기억에 남고 싶냐는 물음에 “기억이 되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을 거 같다. 시간이 흘러서 그때까지 활동하면 “저 배우가 젊었을 때~”라고 이야기 들을 수 있었으면 한다. 또 동료들과 관객한테 신뢰를 주고 싶고, 제가 보고 있는 선배들처럼 제가 신뢰하는 배우들은 관객들도 신뢰하더라. 작은 데서부터 신뢰를 받으면 영역이 넓혀질 거 같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는 사람이 되고 싶고, 누군가가 저에게 무엇을 맡겼을 때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어떻게 보여지는 배우보다 스스로 솔직하고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솔직하게 전했다.

한편 뮤지컬 ‘고스트’는 14일까지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http://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60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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