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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Apr 05. 2021

[인터뷰] 한예리 "꽃피는 순간, 나중에 왔으면"

제공=판씨네마(주)


다음은 3월 8일에 나온 인터뷰 기사 내용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영화 ‘미나리’에 대한 관심이 연일 뜨겁다.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는 8일 현재 75관왕이며 156개 노미네이트가 됐으며 아카데미 유력 후보로 레이스를 달리고 있다.

전 세계가 응원하는 2021 최고의 화제작 ‘미나리’는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특별한 여정을 담은 이야기로 정이삭 감독이 영화처럼 어린 시절 미국 아칸소에 이민을 온 한국 부모님에게 자라온 그는 현재 '데이빗'의 나이인 딸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주던 중 이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고 전했다.

‘미나리’에서 희망을 지켜내는 엄마 ‘모니카’ 역으로 연기한 한예리는 “저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최초 번역본으로 봤다. 한국어 초고인데 이 이야기가 정확히 무슨 이야기인 줄 알 수 없었다. 모니카에 대한 생각도 확실히 알 수 없어서 감독님을 만나봐야겠더라. 그런데 (정이삭) 감독님이 너무 좋은 사람이어서 이 사람과 뭐든 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느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감독님의 유년 시절 할머니에 대한 기억들이 저와 비슷하더라. 그런 게 신기하고 제가 생각한 모니카가 동떨어질 거 같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작 감독님을 만나게 되면 보시면 알 거다. 뭐든 해주고 싶은 사람이다”며 웃으며 작품에 함께하게 된 이야기를 전했다.


제공=판씨네마(주)



한예리는 “‘미나리’가 80년대 초 이주 이민자의 이야기를 했지만 이 가족이 살아가는 방법과 가정을 꾸리고 삶을 지속하는 장면이 한국적이라고 생각했다.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은 그렇게 다르지 않았을 거 같다. 한국에서 자라서 이주를 갔던 사람들이라 그 사람들의 태도, 먹는 음식도 한국적이라고 생각해서 이 대본을 받았을 때 이민자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모니카를 표현하면서 중점은 제이콥의 관계였다. 왜 사랑할까, 어디가 좋을까. 가족이 해산하면 안 되는 이유를 찾으면서 모니카가 가진 힘이 사랑이라는 감정에서 비롯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사랑의 감정이 깊이 뿌리 내려서 가족을 단단하게 붙잡고 있다고 느꼈다. 장녀의 모습보다는 제이콥과의 관계에 대한 모습과 어머니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거 같다”고 작품과 배역에 대해서 설명했다.

‘미나리’의 엔딩 크레딧에 흘러 나오는 ‘Rain song’은 한예리가 직접 부른 곡으로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 부문 1차 노미네이트가 돼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한예리는 “감독님께서 <예리가 한국 노래를 하나 해줬으면 좋겠다>고 할 때 영화에 도움이 되는 일이니까 뭐든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음악 감독님께서도 사운드 트랙 노래들을 들려주셨다. 노래가 아름다웠고 자장가처럼 한국말로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외국인들이 영화를 볼 때 알아듣지 못하겠지만 노래의 정서는 느낄 수 있을 거 같았다. 이 노래가 마지막에 나오면 되게 좋을 거 같았고 엔딩 크레딧에 나오다보니 어떤 분들은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곡인데, 주제가상에 오를 거라고 생각 안 해서 기분이 좋고 얼떨떨하다”고 전했다.


제공=판씨네마(주)



한예리는 친정 엄마 역으로 나온 배우 윤여정에 대해서 레전드라고 칭했다. 그는 “현장에서 선생님의 연기를 보면서 그때 당시는 정신이 없었다. 선생님은 이미 레전드셔서 호흡의 문제는 없었고 조금 떨어져서 연기가 끝나고 숙소에 왔을 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선생님이 그 연세에 타지에서 홀로 일을 하러 오신 게 큰 용기인 거 같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용기를 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도 이 일을 하고 사람들이 찾아줬으면 좋겠다. ‘선생님만의 고유한 개성과 색깔이 있기 때문에 많은 감독이 러브콜하는구나, 내가 가진 고유한 색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다. 선생님의 유머 감각은 타고난 거라 배울 수가 없다. 저는 다시 태어나야 할 정도이다. (웃음) 선생님의 연기가 끝나고 난 뒤의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 저는 나이의 좋은 순간들과 가장 아름답게 꽃피는 순간이 있다면 좀 늦었으면 좋겠다. 지금이 아니라 좀 더 나중에 왔으면 좋겠다.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을 때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한예리는 영화 ‘미나리’를 찍은 후에 tvN 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를 찍었다. 가족 관련 작품을 연달아 찍으며 그는 “신기했다. 아무래도 조금 더 부모님 세대를 이해하게 된 부분이 있다. 부모님이 저희 나이보다 어린 나이에 아이를 기르게 되고 일찍 결혼했는데 그들의 꿈이나 사회에서 인정받기 전에 가정을 이루면서 살다 보니 본인들의 성장, 꿈 자아실현보다 아이들을 키우는 거에 대한 성장이 부딪혔을 거 같다. 부모의 성장통도 겪을 거 같은데 그런 상황 속에서 제가 자란 거구나 싶더라. 쉽지 않았겠구나. 지금까지 길러주신 것도 감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분들의 희생이 없었으면 이렇게 자라지 못했을 거 같다. 가족에 대한 의미는 당연하게 피를 나눴기 때문에 함께 지내고 살고 있지만 끝까지 숙제처럼 소통해야 하고 노력해야 하는 관계인 거 같다.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해야하는 관계가 가족이겠구나”라고 언급했다.


제공=판씨네마(주)


이어 다른 가족영화와 ‘미나리’의 차별점으로 “한국에서 ‘미나리’ 같은 이야기를 표현해낸 이야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좋은 것은 자극적이거나 나쁠 수 있는 부분을 더 두드러지게 만드는 게 쉬운 선택일 거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굉장히 보편적인 이야기들을 강요하지 않고 덤덤하게 아름답고 진실 하게 표현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이 ‘미나리’를 사랑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이라는 게 녹록지 않고 많은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하루하루 버텨나가기도 힘든 순간이 있는데 어떤 부분은 사진처럼 아름다운 구석이 있는 게 인생이 아닐까. 뒤돌아서 생각해보면 다 그렇게 추억할 만한 게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거 같아서 고맙고 아이작에게도 감사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나리’는 절찬 상영중이다.



http://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5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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