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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Apr 11. 2021

'쿠로이' 홍나현 "제 인생에 행운 같은 작품"

제공=(주)랑


다음은 3월 17일에 나온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제작 (주)랑)은 2018년 충무아트센터 스토리작가 데뷔 프로그램 ‘뮤지컬 하우스 블랙앤블루’에 선정 이후 2020년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연이어 선정되며 총 4년 간의 개발 기간을 거친 웰메이드 창작 뮤지컬이다.


꿈이 집어 삼켜진 식민지 시대에 형을 잃고 숨어 지내던 해웅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쿠로이 저택에 방문하게 된다. 그곳에는 성불의 꿈으로 가득한 선관 귀신, 아기 귀신, 처녀 귀신, 장군 귀신과 쿠로이 저택 지박령 옥희가 있다. 쿠로이 저택에 여러 명이 찾아왔어도 누구도 귀신들의 말을 듣지 못했지만 해웅이는 이들의 소리를 듣게 되고 귀신들은 성불을 들여 쿠로이 저택을 떠나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 그들은 과연 쿠로이 저택을 떠날 수 있을까?


유쾌한 스토리와 귀엽고 생동감 넘치는 무대,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로 매회 호평을 받는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이하 ‘쿠로이’)에서 옥희 역의 홍나현 배우를 1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제공=(주)랑

홍나현은 ‘쿠로이’에 함께하게 된 계기로 “이 작품을 소개받은 건 표상아 작가님을 통해서 전에 연습하던 작품에서 인연이 됐다. 저에게 "드디어 송나영의 더블을 찾았다"고 해서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쿠로이’ 대본을 처음 봤을 때는 ‘이걸 공연으로 한다고?’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무대에서 많은 역을 하는 걸 보여주자는 마음이었다. 요시다가 처녀 귀신으로 변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려고 했는데 그건 무대에 올라가서 빠지긴 했다. 여러 면에서 ‘이걸 어떻게 하지?’ 싶었던 게 많이 실현됐다. 옥희가 담뱃대를 무당에게 던지는 게 나오는데 연습 때 무당이 딱 받는 걸 재미있게 만들었다. 이걸 어떻게 던져서 받아야 하나 싶었는데 트릭을 써서 잡게 됐다. 또 귀신들의 홀로그램도 어떻게 나오나 걱정했는데 극장에 들어가서 보고 한시름 놨다”고 ‘쿠로이’를 처음 만났을 때를 회상했다.

제공=(주)랑

다음은 홍나현과 일문일답이다.


Q. 옥희를 연기하면서 고민한 지점은.


"일단은 귀신인데 어느 정도 결의 귀신으로 갈까. 처음에는 그로테스크하게 했다. 걸음걸이나 고갯짓도 팀 버튼의 느낌으로 갔는데 그럼 해웅이랑 교감하는 신이 부딪혀서 완급을 조절하는데 신경을 썼다. 처음에는 영화 ‘링’처럼 뒤로 걸어보기도 했었다. 그리고 다 같이 공포 영화를 보면서 귀신들을 분석하려고 했는데 다들 겁이 많아서 결국 다 보지는 못했다. 옥희가 화도 많고 카리스마도 있지만 분명한 아픔이 있는 친구인데 아픔을 이겨내는 방식이 저와 비슷한 거 같아서 저에게서도 많이 찾았다."


Q. 옥희에게 해웅이 처음 나타났을 때 느낌은.


"해웅이 만났을 때는 할아버지 대사에도 있지만 천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하는 거처럼 드디어 제 말에 대답하는 사람이 나타난 거다. 옥희가 화가 많이 나 있는 것도 6년 동안 몇백 명의 사람이 옥희 앞에 왔는데 헛짓거리하는 사람들만 보니 막 화를 내다가 옥희에 말에 해웅이가 대답을 하는 것이다. ‘내 말에 대답한다고?’라고 놀라고 성불을 향한 희망이 보이는 것이다."


Q. 해웅 역의 정욱진, 최민우 배우는 느낌이 어떻게 다른가.


"둘이 완전 느낌이 다르다. 욱진 오빠랑은 실제로도 그렇지만 나이 터울이 많이 나는 오빠 느낌이고 호흡이 차분한 해웅이다. 옥희를 이해하려고 해주고 마음의 폭이 넓은 사람으로 넘버 ‘막연한 믿음’을 할 때는 사람으로서 위로를 받을 때도 많다. 민우 오빠는 연습을 민우 오빠랑 많이 했는데 연년생 같은 해웅이다. 해웅이도 옥희를 챙기지만 저도 챙겨주고 싶은 느낌의 해웅이다. 서사 안에서도 있지만 투닥거리는 과정에서도 해웅이에게 정이 많이 간다. 그리고 누구보다 ‘쿠로이’를 즐기고 있다. 가끔 춤 추는 것을 보면 무섭다. (웃음) 고개를 착 돌리는데 땀이 제 얼굴에 튀기까지 한다. 저희끼리 민우 오빠는 돈 내고 무대에 올라야 한다고 했었다."

제공=(주)랑


Q. 쿠로이 저택의 지박령 옥희에게는 귀신들이 친구이자 가족 같았을 텐데 귀신마다 어땠는지 설명하자면.


"옥희는 선관 귀신에게 유일하게 호칭을 할아버지라고 붙인다. 처녀 귀신에게는 “처녀”라고 부르는데 말이다. 할아버지에게는 신뢰도 있고 저보다 아는 게 많다는 인식도 있고 가장 믿는 귀신이다 보니 극 중에서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아기 귀신은 제가 성불을 받을 때 제 손 잡아주는 게 아기 귀신인데 바라보면 울먹이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제가 그렇게 괴팍하게 굴었는데도 떠나니까 아쉬워하는 아기 귀신이다. 처녀 귀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앙숙이다. 제가 나중에 성불한다니까 직접 꾸며주고 아끼는 천을 준다. 투닥 투닥 하면서도 잘 지내는 느낌이다. 장군 귀신은 교감을 많이 하지 못하지만 마지막에 “어떤 하루를 만들까”하면서 나오는데 장군님과도 처녀 귀신만큼의 투닥거림은 아니지만 아픈 손가락 같은 느낌이 있다. 허당기 있고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지만 말은 잘 듣는 정이 가는 귀신이 아닐까."


Q. 옥희로 가슴에 남는 넘버는 무엇인가.


"연습 때는 아저씨 신에서 아저씨랑 같이 부르는 넘버가 울컥해서 제가 중간에 노래를 못한 적이 있었다. 옥희한테는 아름다운 장면이었는데 저에게는 아팠다. 하지만 옥희로서 노래를 해야 하니까 멀어지려고 했던 장면이고 공연장 들어와서는 마지막에 나오는 넘버가 와 닿는다. 해웅이가 무대에 있고 각 귀신이 소대에서 대기하고 있고 저는 장군님 옆에서 같이 소대에 있는데 마지막 노래가 시작할 때 다들 저에게 잘 다녀오라고 손을 흔들어 준다. 이때가 가장 가슴에 남는다."

제공=(주)랑

Q. 해웅이를 만나면 성불을 통해 저택을 떠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실패했을 때는 어땠나.


"성불 실패하고 나서의 장면이 가장 많이 바뀌었다. 극 안에서 가장 큰 절망이고 이 마음을 극복하게 하는 게 해웅인데 그 장면을 보여주기 위한 아이디어가 많았다. 옥희가 해웅이를 만났을 때 기대치가 높아지고 게다가 풍금도 칠 줄 알아서 더 높아졌는데 100이었던 기대치가 0으로 떨어진다. 그러다 해웅이가 ‘막연한 믿음’으로 죽은 형 이야기를 해주면서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옥희는 해웅이를 통해서 아저씨를 보고 아저씨가 저에게 독립운동가였던 엄마, 아빠 이야기를 해준다. 결국에 옥희는 해웅이를 통해서 아픔을 이겨낼 수 있다고 본다."


Q. 옥희가 요시다 때문에 죽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귀신인 옥희는 기억이 없지만 저도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일원 중에 하나로 옥희는 똑 부러지고 아저씨와 엄마, 아빠의 뜻을 받아 독립운동을 함께 했던 친구이다. 요시다 때문에 옥희를 보살펴준 아저씨가 죽게 된 거니까 원망이 크지 않았을까. 또 은행 증서도 내 책임 때문에 죽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옥희의 죄책감이 컸을 거 같다."


Q. ‘쿠로이’를 본 관객들이 어떤 마음을 안고 갔으면 좋겠나.


"초반에는 시국이 힘드니까 재미있다고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좀 더 추가를 하자면 “뭔가 모르게 위안도 된다”는 생각도 안고 가셨으면 좋겠다. 저로 공연을 하면서 되게 많은 위로를 받는다. 해웅이뿐만 아니라 다른 귀신들에게도 위로받고 위안받는다. 여러분이 제3의 옥희가 되어서 그 마음을 받아 가셨으면 좋겠다."

제공=(주)랑

Q. ‘쿠로이’가 홍나현 배우에게는 어떻게 기억에 남을까.


"정말 똘똘 뭉쳐서 연습했고 사랑이 많은 사람들이 다 모였다. 연습 과정부터 초연이고 알 수 없는 홀로그램과 배우로서 무서웠던 부분이 많았다. 연습실에서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웃다가 목이 나갈 정도였는데 때로는 저희끼리만 웃긴 거 아닌가 하는 불안이 있었다. 서로 뭉쳐서 한마음으로 공연을 하고 거기에 관객들이 한마음으로 완성 시켜준 공연이 흔치 않아서 복 받은 거라고 생각한다. 제 인생에 있어서 행운 같은 작품이다. 하면서도 스트레스가 풀리는 작품이다."


Q. 기억에 남는 후기나 반응이 있나.


"가끔 SNS 메시지로 예쁜 말들을 보내주는 관객들이 있다. 공연을 본다는 것도 에너지를 쓰는 건데 제 이름을 검색해서 SNS에 들어와서 장문의 글을 보내 주시는 게 에너지와 시간을 들여서 써주는 건데 정말 감사하다. 어떻게 보셨는지도 궁금한데 메시지라도 좋은 말씀 보내주시는 게 대단한 거 같다. 그리고 화난 포메라니안 같다고 해주신 게 생각난다. (웃음)"

제공=(주)랑

Q. 홍나현이 옥희에게 한마디 하자면.


"제 스승님이 해주신 말인데 제가 좋아하는 말로 “네가 맡은 캐릭터가 객석에 앉아있다고 생각해라”로 그 말을 되새기면서 하다 보니 친구를 만나서 공연을 하는 거 같더라. 캐릭터 만나는 게 친구 만나는 거랑 똑같더라. 어떻게 보면 친구보다 내면까지 들여다보며 더 깊이 있게 만나는 건데 옥희에게 말하자면... 옥희야 너라는 친구를 만나서 나도 훨씬 더 강해졌어. 네가 참 외강내유의 성격이지만 해웅이를 만나고 아저씨를 만나고 귀신들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너의 마음도 더 단단해지고, 네가 슬픔에 직면해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아픔에 대해서 솔직해지고 극복하는 걸 배운 거 같아. 정말 고맙고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Q. 올해 이것만큼은 이루고 싶다.


"스무 살에 학교에서 인생 목표 세우기가 있어서 그땐 생각 없이 적었는데 작년에 꺼내 봤는데 제가 다 이루고 있더라. 대학로에서 공연하기, 여러 장르의 노래하기 등등이 있는데 올해에는 대극장에서 공연하기가 쓰여 있더라. 스무 살에 저는 올해 대극장에서 공연하기를 목표로 했다."


홍나현 배우를 보면 소위 말하는 ‘작소 (작고 소중한) 배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지 작고 소중하기만 한 게 아니라 속은 단단하며 우렁차기까지 하다. 홍나현 배우의 올해의 목표가 꼭 이뤄져 대극장에서 보길 바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는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컬처스페이스 앤유에서 공연된다.


http://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6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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