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수정 기자 Apr 25. 2021

'더 픽션' 황민수"완전히 달라진 모습 기대해도 좋아"

황민수.(제공=HJ컬처)


다음은 4월 16일에 나온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이번 시즌의 ‘와이트’는 무조건 기대하셔도 된다”


뮤지컬 ‘더 픽션’은 소설 속 살인마가 현실에 나타났다’는 설정을 시작으로, 거짓과 진실, 선과 악, 픽션과 논픽션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1932년 뉴욕을 배경으로 연재소설 작가 그레이 헌트와 신문사 기자 와이트 히스만, 형사 휴 대커 역의 3명의 배우가 열연하며 진심 어린 비밀이 숨겨진 그 날의 사건을 그려낸다.


‘더 픽션’은 미국 뉴욕, 소설과 현실이 뒤집히는 사건이 발생한다. 작가 그레이 헌트의 연재소설 ‘그림자 없는 남자’ 속 범죄자를 살해하는 살인마이자 주인공 블랙이 현실에 등장한 것이다. 그의 소설 속 범행이 현실화되면서 사람들은 블랙과 작품에 열광하게 된다. 그러던 중 그레이 헌트의 마지막 소설이 발표되고 결말대로 작가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황민수는 그레이 헌트의 오랜 팬이자 함께 연재소설을 연재하는 ‘트리뷴’의 기자이자 편집장 ‘와이트’로 연기하며 뮤지컬 ‘더 픽션’ 지난 시즌에 이어 세 번째 시즌에도 함께하고 있다.


황민수는 다시 만난 ‘더 픽션’과 ‘와이트’에 대해 “제가 사람들에게는 이 작품이 ‘아픈 손가락’이라고 하는데 저의 첫 메인 역할이었다. 원래 욕심이 많다 보니 잘 해내고 싶어서 욕심을 많이 냈는데 오히려 그 때 욕심이 과해서 많이 딱딱한 상태다 보니 부러진 기억이 있어서 스스로 반성을 많이 했다. 부족한 점이 많이 남은 게 ‘더 픽션’이었다. 그 후 다른 작품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스스로 성장한 거 같은데 이번에 같은 기간으로 다시 만났을 때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스스로도 누구에게 보이기 전에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다행히 이게 욕심으로 가지도 않았고 대표님하고 부대표님하고 미팅할 때 이번 ‘더 픽션’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기대하셔도 된다"고 말을 뱉었다. 그리고 그 말을 지키려고 캐릭터도 깊이 있게 만들고 스스로 보여줄 수 있는 매력도 더 살려보려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시하는 건 작품 안에 내용 전달이었다. 세 번째 시즌으로 다시 만나는 건 고마우면서도 두려운 시작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황민수.(제공=HJ컬처)

다음은 황민수와 일문일답이다.


Q. 지난 시즌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고 자신했는데 해석의 달라진 점은.


"지난 시즌에는 작가와 와이트와의 관계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고민의 깊이가 얕았던 거 같다. 그때는 깊이 생각한 거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겉보기 식이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둘의 관계와 후반부에 밝혀지는 와이트의 과거사를 미리 가지고 그레이 헌트와 관계를 갖고 시작하려고 하니까 좀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저번에는 그저 기자와 작가의 관계였지만 이번에는 전사를 이미 가진 관계여서 뒤에 과거사를 이야기할 때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생각된다."


Q. 황민수에게서 와이트 같은 모습이 있나.


"연기하는데 본인의 성격이 나온다고 100% 확신한다. 같은 캐릭터에 같은 텍스트여도 배우마다 다른 연기가 나오는 건 다른 성격을 가졌기 때문이다. 특히 와이트라는 캐릭터가 이게 가장 적용되는 캐릭터인데 후반부에 와이트의 집착하고 광기를 드러내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때 본인의 성격이 나온다는 게 부정하고 싶지만 사실이다. (웃음) 큰 상처를 가지고 있는 애가 집착을 가질 때 나오는 광기 어린 모습이 나에게 이런 모습이 있다고 와이트가 알려준 거 같다."


Q. 그레이 헌트 작가의 팬인 와이트가 그에게 연재를 제안하러 갈 때 심정은.


"대본이 조금씩 수정이 되면서 그레이 첫 만남에 어떻게 첫 마디를 꺼내는지 배우마다 다 다르게 공연하고 있다. “그레이 작가님 맞으시죠?”라고 쓰여 있는데 그레이 입장에서는 와이트가 무단침입을 한 거 아닌가. 그래서 저는 질문을 안 하고 “안녕하세요, 그레이 헌트 작가님!”이라고 바로 들어간다. 애초에 완전 그레이 팬으로 등장해서 들어간다."


Q. 그렇게 들뜬 마음으로 갔지만 그레이 헌트는 선뜻 와이트의 제안에 답하지 않는다. 그를 설득하는 와이트의 마음은.


"첫 번째 목표는 설득이다. 그레이 헌트 작가가 ‘그림자 없는 남자’로 힘들어했던 것을 알고 있지만 실패감을 직접 느낀 건 아니다. 제가 표현하는 와이트는 그런 거는 중요하지 않고 “이번에는 무조건 달라요, 잘 될 거예요, 다시 흥행할 수 있어요!”라고 확신을 갖고 설득한다. 그래서 그레이 작가의 과거 아픔을 공감하는 게 아니라 ‘내가 더 잘 할 수 있다’는 마음이다."

황민수.(제공=HJ컬처)

Q. 극 중 ‘휴 대커’ 형사가 묻지만 와이트와 그레이 작가의 2년은 과연 행복했을까.


"와이트의 기억에서 행복했다고 믿고 있는데 휴가 “과연 너 생각처럼 행복하기만 했을까? 작가의 입장은 어떨까”라고 깨우쳐줄 때 기억을 되짚어가면서 와이트도 그레이가 행복하지 않았을 거라고 알고 있지만 스스로 부정한 거 같다. ‘그때 그랬지’, ‘그때 작가가 이런 표정을 지었는데 나는 부정했어’라는 걸 조금씩 깨닫게 되면서 결말로 간다. 마냥 행복했다고 하기도 어렵고 행복하지 않았다고 하기도 그렇다. 콩깍지 쓰이니까 나쁜 것들도 미화시켜주는 거 같은데 그게 와이트인 거 같다. 옆에서 휴가 건드려주니까 시야가 트이게 된다."


Q. 그레이 헌트와의 연재 작업이 중단된 것은 왜 말하지 않나.


"이기적인 거다. 같이 극복할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하면 작가는 하지 말자고 할 거 같다. 소설이 끝날 거 같은 두려움에 스스로 알아서 하려고 한 거 같다. ‘이건 나만 알면 돼, 내가 다 해결하면 돼’라는 마음이다. 이 장면에서는 재작년의 저처럼 딱딱한 상태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레이가 살짝만 쳐도 쉽게 부서지는 거다."


Q. 저는 와이트가 그레이한테 말도 없이 원고를 보내 연재를 재개할 때 와이트가 그레이를 도구로 생각하는 거 아닐까 느끼기도 했다. 어떤가.


"그렇게 표현될 수 있게끔 텍스트가 있다. 와이트가 어떻게 표현하냐에 따라 달라질 거 같은데 저는 그레이가 도구로 보이든 뭐든 상관없다. 와이트는 이렇게 화제가 되는 상황에서 연재를 멈추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레이와의 관계로 시작했다가 점점 시야가 좁혀진다. 그러다 휴와 재판장 사건에 대해서 과거의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맞아, 그레이는 나에게 빛이었어’라고 깨닫는 순간 큰 임팩트가 있지 않나. 그레이와 관계를 생각하지 못하는 건 와이트의 실수이지 않을까. 하나를 가다 보면 주변을 놓치게 되기도 하니까."


Q. 그레이가 와이트과 괴물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설의 결말로 자신의 자살을 결정하는데.


"감정의 절정인 거 같다. 와이트가 잊고 살고 있다가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서 자살을 선택하려다가 휴를 통해서 작가가 자살하는 걸 다시 눈앞에서 본다. 이때 다시 감정이 올라가고 편지를 읽다가도 그레이가 나를 위해서 죽었다 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다 “나 때문에 네가 불행해지는 게 두려웠다”는 말을 들을 때 와이트가 다 깨닫는 거 같다. 이때가 너무 힘들다. 그레이가 하는 말들이 와이트로서도 그렇고 황민수한테도 너무 힘든 말들이다. “이젠 늦었지만 네가 그 고통에서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는 게 먹먹해서 엉엉 운다. ‘더 픽션’할 때마다 죽은 사람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프다. 매 공연마다 크게 오는 거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건 미워하는 사람이건 그 사람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더 보고 싶은 거 같다."

황민수, 주민진.(제공=HJ컬처)

Q. 범죄자를 살해하는 살인마 ‘블랙’은 정의롭다고 생각하나.


"연습할 때 제 와이트에 대해서 재작년과 똑같이 하는 느낌 같은데 연출님은 좋았다고 코멘트를 하셨지만 저는 명쾌하게 선들이 이어지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연습하기 두 시간 전에 연출님 시간 되시냐고 물었다. 그리고 질문이 있는데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출님께서 제가 런 도는 걸 보시고 함께 회의한 결과 ‘법은 피해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걸 두고 연기해야겠더라. 생각해보니 법은 ‘이러면 안 된다’는 법은 있는데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이 없더라. 하지만 정의는 다른 거 같다. 살인까지 하는 건 실제로는 일어나서 안 될 일이지만 우리가 농담으로 “저런 사람은 차라리 죽어야 돼”라고 하지 않나. 블랙이 이런 말을 실현화시키는 인물이라 정의롭다고 하기 어렵지만 와이트의 입장에서는 그게 100% 정의라고 믿고 있는 거 같다."


Q. 정동화, 박규원, 주민진 세 명의 그레이와 함께하고 있는데 느낌이 어떤가. (인터뷰 후에 박유덕 배우 합류)


"규원이 형은 가장 많이 만났다. 사람 자체에서 풍기는 따뜻함과 포근함이 있다. 와이트마다 달라진다고 하는데 저는 너무 따뜻하고 동네 형 같다. 동화 형은 다른 따뜻함이다. 작가로서 철저한 수순을 밟은 작가인데 차가우면서도 애교에 약하다. 애교부리면 규원이 형은 당황하는데 동화 형은 바로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무너져버린다. ‘존 도우’때 만나고 함께 연기하는 건 처음이라 사실 걱정했다. 첫 연습 런을 돌 때 극찬을 받아서 최근에 공연하고 동화 형이 “너랑 공연하는 게 참 좋다”고 해주셔서 감사하다. 무대에서 형이 애드립을 할 때 저도 모르게 반응하고 있는데 참 신기하다. 민진이 형은 이번에 캐릭터를 글에 집착하는 걸로 바꿨더라. 사람 마음을 잘 후벼 판다. 힘든 일 있어도 항상 웃고 제 앞에서 화를 절대 안 낸다. 연재 중단 소식에 화를 안 내니까 사람을 더 미치게 만든다. 그래서 마지막에 더 우는 것도 있다."


Q. 와이트로서 그레이 작가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그때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제 방에서 시체에 찍힌 낙인 발견됐을 때 좀 들어주시지 좀 밉다. 작가님의 선택은 힘든 현실이긴 하지만 나를 위해서 희생을 하셨으니 희생이 헛되지 않게 그 고통에서 벗어나서 작가님의 뜻대로 제2의 삶을 잘살아 보겠다."


한편, 뮤지컬 '더 픽션'은 5월 30일까지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에서 공연된다.


http://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68061


매거진의 이전글 '자산어보' 변요한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