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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May 28. 2021

'명동 로망스' 원종환-조진아 "생명수는 역시 술이죠"

제공=㈜장인엔터테인먼트

다음은 5월 3일에 나온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뮤지컬 ‘명동로망스’는 관객을 1956년 꿈과 낭만이 있는 로망스 다방으로 안내한다.


‘명동로망스’(㈜장인엔터테인먼트, 극단장인)는 꿈도 열정도 없이 쳇바퀴 돌 듯 살아가는 2021년의 공무원 ‘장선호’가 명동의 로망스 다방 벽장을 통해 1956년 명동에 떨어지고 그 시대 예술가들을 만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타임슬립 힐링 작품이다.


‘명동 로망스’에는 예술가로 이중섭, 전혜린, 박인환이 나오며 다방 마담 성여인, 명동파출소 경찰 채홍익이 함께해 1956년의 꿈을 이야기한다.


지난 달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한 카페에서 박인환 역의 원종환과 성여인 역의 조진아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명동로망스’ 초연부터 함께 한 원종환은 “이 작품은 극 중 장선호처럼 직장 같은 느낌이다. 관둔 직장을 3년 만에 다시 돌아온 기분이다. 처음에는 고민도 많이 했다. 저의 나이는 먹고 실존인물은 그 나이에 멈춰있다 보니 걱정을 했는데, 그전에 같이했던 배우들이 나이 차이에서 오는 다른 느낌이 있을 거라도 다시 하자고 해서 이번 시즌도 참여하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5년 만에 무대에 복귀한 조진아는 ‘명동 로망스’를 선택한 이유로 “고민을 많이 했다. 그 전에 여러 군데에서 작품이 들어왔을 때 고민을 하고 고사했다. 그러다 ‘이 극이 나와 맞겠다,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됐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대본과 노래를 듣고 너무 좋았고 같이 하는 배우들이 잘하는 배우들이니까 얹혀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원종환은 세 번째 만나는 박인환에 대해 새로운 점이나 달라진 해석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게 많은 변화를 준 건 없다. 전혜린, 이중섭을 맡은 배우도 그렇겠지만 저는 초연 때 박인환에 대해서 책도 많이 읽고 공부를 많이 해서 더 찾을 수 있다는 게 별로 없었다. 박인환 시인에 대한 다른 책을 봤는데 따뜻한 사람이라고 하더라. 오지랖이 넓어서 다 참견하고 나서서 싸움도 잘하는 걸 더 표현하려고 했다. 그리고 제 성격이 세 명의 박인환 중에서는 가장 비슷한 거 같다. 실제로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셋 중에 가장 오지랖이 넓고 여기저기 낄려고 한다. 그렇다고 함부로 싸움을 하지는 않았고 착하고 순진한 아이였다”며 웃으며 답했다.


이어 조진아는 성여인의 첫인상으로 “굉장히 강했다. 6.25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돼서 여자 혼자서 명동에서 혼자 다방을 꾸리는 게 쉬지 않지 않을 텐데, 또 다방에 오는 이 사람들에게 외상값을 내주면서 어떻게 품어줄 수 있을까 싶었다. 성여인이 큰일을 겪고 아픔이 있지만 크게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제공=㈜장인엔터테인먼트

다음은 원종환, 조진아와 일문일답이다.


Q. 1956년에 살고 있는 박인환과 성여인에게 2021년에서 온 장선호가 나타나는데 미래에서 왔다고 말하는 그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나.


종환 – 안 그래도 우리는 정말로 믿어야 하나, 퍼포먼스를 하는 돌아이로 여겨야 하나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을 했었다. 믿어주는 척하면서 받아줘야 하나, 정말 미래에서 왔다고 생각해야 하나... 그런데 우리가 하는 대사를 봐서는 안 믿어주는 게 말이 안 된다.


진아 - 신묘한 힘을 가진 청년이라는 느낌 아닐까.


종환 – 저는 돌아이라고 생각한다. 예언가든 미래에서 온 사람이든 그런 건 상관없고 그런 예술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믿어주는 거 같긴 하다. 선호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재미있다. ‘우리보다 한 수 위인 예술가인데?’ 라며 호기심이 가장 큰 거 같다.


진아 – 신묘한 힘을 가진 사람들이 한 끗 차이로 정신 분열일지 모르는데, 땅 위에 발을 제대로 붙이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성여인은 선호를 품어준다. 별로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이다. 명동 로망스 다방이 필요한 사람이면 다 받아준다.


Q. 성여인에게 다방에 자주 오는 박인환은 어떤 손님이었을까.


진아 – 다방에 죽치고 있는 사람, 셔터맨, 친구 같은 손님.(웃음) 성여인이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친구이자 소울 메이트같은 느낌이고 이야기도 제일 많이 했을 거 같다.


Q. 박인환에게 로망스 다방의 다른 문인들은 동료 이상이었을 거 같다.


종환 - 가족이다. 동생이고 형이고. 예술가지만 인간적인 게 강한 거 같다. 다들 만나서 사람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그런 인물들이다.


Q. 각자 자신의 캐릭터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사나 장면은 무엇인 거 같나.


종환 - 장선호를 경찰서에서 혜린이랑 데리고 나오는 신이 가장 박인환을 보여주는 신인 거 같다. 그때부터 오지랖도 넓고 장선호에 대한 동질감을 느끼면서 사실 1956년의 실제를 생각하면 경찰서가 무서운 공간일 텐데 처음 본 사람인데 “나 이 사람이랑 친구”라고 말하는 건 굉장한 용기인 거 같다. 실제 1956년을 생각하면 간첩으로 몰리는 선호에게 같은 예술가라고 말하는 건 힘들 거 같다. 그래서 이 신을 가장 잘하고 싶다.


진아 – 저는 지켜보는 사람이라 ‘살고 싶어’ 넘버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게 저라고 생각한다. 첫 다방신에서 혜린과 인환을 바라볼 때 그들을 바라보는 마담의 모습이 가장 마담답다. 그리고 “기다렸어”라는 대사가 참 어렵다. 무시무시한 퀵체인지를 끝내고 그 대사를 뱉어야 한다. (웃음) 모든 캐릭터의 고뇌를 이야기하는 신에는 장선호보다 더 많이 지켜보는 사람이다. 그런데 지켜보는 게 너무 재미있다. “기다렸어” 대사가 제일 어려우면서도 가장 마담다운 대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Q. 그럼 지켜보면서 가장 마음에 아픈 캐릭터는 누구인가.


진아 - 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 제일 마음 아픈 건 이중섭이다. 중섭이 하는 이야기들이 뭔지 너무 잘 아니까. 이중섭 화백이 쓴 편지를 보면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꼭 사주겠다고 하는데... 그런 게 어떤 마음인지 아니까 더 마음 아프다.


제공=㈜장인엔터테인먼트

Q. 타임슬립 시계가 앞에 떨어져서 과거나 미래로 가게 해준다면 어떤 순간으로 가고 싶나.


종환 – 과거로 돌아가면 할머니를 만나고 싶다. 제가 태어난 순간부터 만나서 할머니를 뵙고 싶다. 미래로 가면 10년 뒤가 궁금하다.


진아 – 저는 과거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후회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로또 당청금이 300억이던 시기로 가서 당첨권을 수령해서 오겠다.


Q. 두 배우에게 생명수는 무엇인가.


진아 – 최근에는 소주!


종환 - 저는 낮술. 공연 일찍 끝나고 해 떠 있을 때 마시면 최고다.


Q. 요즘은 다방이라고 잘 부르지 않지만 카페에 가면 마시는 음료는.


종환 - 단 거! 무조건 단 거! 시럽 넣은 라떼처럼 무조건 달아야 한다.


진아 - 단 거 극혐한다. 라떼나 아메리카노 마시고 가끔 아인슈페너 마신다.


Q. 뮤지컬 ‘명동 로망스’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종환 - 언제 올라와도 좋은 거 같은데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는 이런 시국이 좋지만 ‘명동 로망스’는 코로나여서 더 사랑받을 거라곤 생각 안 하고 언제 봐도 좋다. 탄핵 시기에도 필요했던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어느 시점에도 좋다. 평탄하게 사는 사회라면 별로 감흥이 없겠지만 그래도 계속 보게 되지 않을까. 흐름을 안타는 작품인 거 같다.


진아 – 코로나 때문에 이 작품이 올라왔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이 코로나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하고 짜증도 정체되어있다. 마음껏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이 교류가 안 되어 갇혀있는 상태인데 ‘명동 로망스’를 보면 웃고 울 수 있다. 힐링할 수 있는 작품이어서 코로나로 인한 스트레스를 충분히 이 작품을 보면서 위로받을 수 있을 거 같다. 현대인들의 스트레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시대를 꿰뚫고 있는 이야기여서 어느 시대에 갖다 붙여도 좋다.


종환 – 아! 오히려 코로나여서 못하는 게 있다. 예전에는 엔딩에 진짜 맥주를 들고나와서 마시기도 하고 관객에게 주기도 했는데 지금 시국에는 못하고 있다. 그때 정말 재미있었다. 다음 시즌을 노려보겠다.


원종환, 조진아 배우와 유쾌하고 따듯하게 진행된 인터뷰 중에 때론 울컥해 하는 모습에 작품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뮤지컬 ‘명동 로망스’는 6월 20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http://cms.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7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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