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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Jul 15. 2021

박란주-손지애-이휴 "올 여름은 무인도에서!"

박란주, 손지애, 이휴.(제공=섬으로 간 나비)

다음은 6월 12일에 나간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


‘무인도 탈출기’(연출 윤상원, 제작 섬으로 간 나비)는 신림동 지하창고 방에서 생활하는 갓 서른을 넘은 취업준비생과 백수의 경계 지점에 있는 봉수와 동현, 지상 1층에 거주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수아가 공모전 상금 500만 원을 타기 위해 지하 단칸방에서 연극을 만들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 극중극 형태의 작품이다.


봉수, 동현, 수아의 상상력이 더해서 특별하지 않던 지하 창고가 북태평양 한가운데 무인도가 되고 그 속에서 행복과 삶의 가치를 찾아가게 해준다. 특히 이 극은 취업난과 무한 경쟁 속에서 소외감과 자책감을 느끼는 청년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한 몸에 받았다.


최근 열린뉴스통신은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지만 특별한 꿈이 없는 ‘수아’ 역의 배우 박란주, 손지애, 이휴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손지애.(제공=섬으로 간 나비)

다음은 박란주, 손지애, 이휴와 일문일답이다.


Q. ‘무인도 탈출기’의 초연부터 함께한 손지애, 이휴와 이번에 참여한 박란주의 ‘수아’인데, 다시 참여한 분들과 새로 합류하게 된 소감을 듣자면.


지애 – 작년에 ‘무인도 탈출기’ 직전에 한 작품이 삶과 죽음에 관련된 무거운 이야기를 다뤘고,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다. 마음이 참 힘들었을 때 만난 작품이 ‘무인도 탈출기’였고 이때 힘든 와중에 좋은 사람들과 연습하면서 많이 웃고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작업을 했다. 재연을 한다고 들었을 때 이 사람들과 다시 만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싶고, 새로 합류하는 배우들과 어떤 추억을 만들 수 있을까 기대가 돼서 다시 하게 됐다.


란주 – 반년 전부터 연출님께 대본을 받고 음악을 들어봤다. 그 당시에 잔잔하고 소소한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무인도 탈출기’가 독립영화나 단편영화 같은 느낌을 주더라. 뮤지컬 중에 이런 드라마를 가진 작품을 찾기 쉽지 않고 저에게 힐링이 되는 작품과 새로운 도전일 거 같아서 아기자기한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고 싶었다.


휴 – 초연에는 제가 무인도에 떨어졌다면 이번에는 직접 무인도에 찾아온 기분이다. 작년이 정서적으로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된 거 같은데 제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이 작품을 하면서 찾게 됐다. 수아를 연기하면서 저를 더 들여다보고 내가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혹시 꿈에 대해서 습관적으로 달려가고 있는 건 아닐까 돌이켜 봤다. ‘무인도 탈출기’ 이후에 제가 하고 싶은 걸 위해 스스로 움직이게 돼서 고마운 마음에 다시 한번 이 작품을 만나고 싶었다.

박란주.(제공=섬으로 간 나비)

Q. 밝고 명랑하게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수아지만 꿈이 없다는 걸 인정하는 모습이 크게 느껴졌는데, 각자가 수아를 연기하면서 중점적으로 둔 부분은.


지애 – 예전에는 꿈이 있었는데 지금 꿈이 뭐냐고 물으면 대답을 못하겠다. 열심히 달리고 도전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새 꿈이 없는 모습이 잘못된 것도 아니지 않나. 이런 모습이 수아와 닮아졌다고 생각했다. 초연 때는 수아를 보면서 ‘꿈이 없을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저와 공통점이 된 부분이다. 공연을 보는 관객 중에서도 ‘꿈이 없어도 괜찮은 거구나, 열심히 살아왔구나’ 심적인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작년에 저도 이 작품을 통해서 한 걸음 성장했듯이 관객들은 작은 추억이나 위로를 선물해주고 싶다.


란주 – 수아를 만들면서 저희 셋이 공유한 지점이 있다. 수아는 사람과 관계를 천천히 만들어나가며 느리고 서툰 인물 같다. 이런 인물이 봉수와 동현이를 만나서 극중극을 하고 천천히 변화하고 각성이 되게끔 표현해보자고 했다. 모든 장면이 수아의 서사로 흘러가지 않지만 중간에 보이는 수아의 지점에서 이런 모습이 보일 수 있게 잘 밟아 나가보자고 생각했다.


휴 – 앞에서 언니들이 잘 말해줘서 숟가락만 얹자면 꿈이 없는 사람을 표현하면서 느낀 점은 꿈이 없다고 해서 우울하게 살지 않는 사람도 있더라. 개인적으로 저의 친언니가 생각났다. 제 눈에 언니는 정말 빛나는 사람이고 매력적인데 한 번도 꿈이 있었던 적이 없다. 장래희망이 너무나 뚜렷한 동생 옆에서 살면서 언니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고민하며 수아를 저의 언니로 잡았다. 언니의 내면의 아픔을 나눈 적도 있다 보니 밝지만 아픔이 있고, 꿈이 없어도 밝을 수 있단 걸 보여주고 싶었다.


강찬, 이휴.(제공=섬으로 간 나비)

Q. 봉수가 수아가 일하는 편의점에서 1+1 초콜릿을 사면서 하나씩 주고 가지 않나. 쭈뼛거리는 봉수의 모습을 보면서 그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는데, 만약 현실의 모습이라면 바로 눈치채는 편인가.


지애 – 저는 초콜릿을 놓고 가는 모습에 바로 알 거 같다. 수아는 예술가로서 궁금한 동현과 그 옆에 있는 친구 봉수 정도로 생각하고 그들과 함께한다.


란주 – 이 사람이 저를 좋아하는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 (웃음) 수아는 열심히 일하고 친절을 베푸는 게 체화된 사람으로 누구에게나 웃어준다. 인간관계에서 서툴고 느리다 보니 봉수처럼 누가 “이거 드세요”라고 하면 오해하지 않고 “감사하다”며 받을 거 같다.


휴 – 저는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하나?’라며 착각하는 사람이다. 저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어도 종종 착각한다. (웃음) 수아는 “저 서울 와서 친구 집 처음 와 봐요”라고 하듯이 친구가 소중하고 같이 밥 한번 먹는 게 소중할 수 있을 거 같다. 굉장히 외로운 친구다.


란주 – 최근에 공연할 때 봉수 역의 (강)찬이가 “둘이 밥 먹기로 했잖아요”라고 해서 “둘이 먹자고 한 적은 없는데요”라고 하듯 수아는 이성적인 관심을 전혀 모른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http://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76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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