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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Jul 15. 2021

박란주-손지애-이휴 "꿈이 없으면 어때?"

박란주, 손지애, 이휴.(제공=섬으로 간 나비)

다음은 6월 12일에 나간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다음은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Q. 수아는 봉수의 극중극을 먼저 지켜보고 자신이 극 안으로 들어가서 지내다가 “꿈이 없다”고 털어놓는다. 수아가 이 말을 하기까지 내면의 파도가 쳤을 거 같은데 어떤 결정적 계기로 속내를 말하는 거 같나.


지애 – 전반적으로 보면 동현이가 무인도에 있는 봉수에게 질문을 할 때는 그냥 듣고 본다. 봉수가 만화를 좋아했다고 하니까 만화 그리고 있는 것도 그냥 본다.


란주 – 또 동현이가 옆에서 뭔가 열심히 적고 있는 걸 보면서 조금씩 마음에 쌓이는 게 있다.


지애 – 제 안에서 몽글몽글 뭔가 생기면서 쌓여 가는 걸 느끼고 있다.


란주 – 저는 봉수 아일랜드 지점에서 ‘나는?’이라는 질문도 던져 볼 수 있고,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었지만 열매가 보이고 소고기 버섯이 보이듯이 이런 마음을 언제쯤 가져왔을까 스스로 생각해보는 거 같다. 그러다 봉수가 “하고 싶은 거 없냐”고 물을 때 부푼 마음을 탁 터뜨리는 순간이다. “부담 주지 않을 테니까 뭐든 말해요”라고 나가줬을 때 수아가 여태 숨기려고 하거나 감춘 건 아니지만 마음이 터져 나갈 거 같은 순간이 만들어진다.


휴 – 란주 언니가 말을 너무 잘해주셔서 저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싶다. (웃음) 동현이가 ‘마침표’라는 노래를 부를 때부터 ‘이 사람 왜 이렇게 빛이 나지?’라고 인식하기 시작한다. 극중극에서도 즐거운 이야기를 만드는 게 재미있다고 느끼다가 봉수가 만화를 좋아한다고 할 때 또 한 번 그 빛을 발견한다.


지애 – 시간이 지나고 보면 ‘부러웠구나, 멋있구나’라고 생각하지만 그 순간에는 동현이와 봉수의 모습이 마냥 좋아 보인다. 수아는 여기 와서 이야기를 만드는 게 즐겁고,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게 마음에 쌓여서 드디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거 같다.


란주 – 인물을 처음 만들 때 말한 건 수아는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눈에 들어온 사람이 몇 명 없었을 거 같다. 매일 편의점에 와서 담배 피우고 가거나 캔커피를 마시고 가는 사람은 많았지만 동현이처럼 주체적으로 뭔가를 하는 걸 보고 꽂혔을 거다. 마지막에 수아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걸 꿈꾸는데 동현이와 수아는 기질이나 코어가 닮아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동현에게 이성적인 오해를 주고 싶지 않고 자기와 닮은 인간이어서 끌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봉수 아일랜드 이후 모닥불 앞에서 좋아하는 거 생각해보라고 할 때 저는 정말 사소한 걸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초연에서 이 질문을 듣자마자 물꼬를 튼 것 마냥 이야기하는 수아가 이상했다. 그래서 이제 막 자신이 좋아하는 걸 생각해보면서 정말 하찮고 작은 거부터 떠올리는 거다.

이휴.(제공=섬으로 간 나비)

Q. 그럼 정말 사소하고 하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스스로 이건 잘한다고 느끼는 건 무엇인가.


지애 – 저는 고민을 많이 안 한다. 즉흥적이고 후회할 수 있지만 빠르게 생각하고 때로는 빠르게 포기도 한다. (웃음)


란주 - (한참 생각 후) 표현을 잘하고 남의 좋은 점을 잘 보려고 해서 칭찬을 잘한다. 예전에는 이런 걸 생각만 하고 말로 뱉는 걸 낯간지럽다고 생각했는데 칭찬을 들은 사람의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 수 있더라. 반면 저는 칭찬을 들으면 부끄러워한다. 또 사진 찍어주는 걸 좋아하지만 저는 찍히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휴 – 저는 사소한 걸 많이 잘하는 거 같다. (웃음) 저는 손에 바늘을 잡으면 뭐든 잘한다. 십자수도 잘하고 옷 꿰매는 것도 잘한다. 희한하게 글씨는 잘 못쓰는데 바늘만 손에 쥐면 신기하게 다 잘한다. 그리고 지애 언니처럼 즉흥적이어서 갑자기 부산에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오자고 한 적도 있다. 별 고민 없이 일단 떠나고 본다.


Q. 같이 무인도에 있던 봉수가 배가 왔지만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 혼자 나가자니 봉수가 마음에 걸릴 것이고 또 이곳에 남고 싶다는 봉수를 억지로 끌고 나오는 것도 쉽지 않은데, 실제 모습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고 싶나.


란주 – 등짝을 때릴 거다. “네가 나를 깨닫게 하면서 너는 왜 숨어, 나도 자신 없어. 그런데 같이 나가자!”라고 할 거 같다. 저는 가까운 누군가가 힘든 일로 무너지는 걸 못 본다. 제가 지켜보는 게 힘들다 보니 정신 차리게 해서 일으키려고 한다. 때론 저의 언행으로 상처받은 친구들도 있었을 거다. 저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사람에게 의지하는 편이라 봉수 등짝이라도 때려서 정신 차리게 할 거 같다.


지애 – 우리가 친구와 연애 상담이나 고민을 털어놓을 때 내가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더라. 저라면 봉수에게 “네가 선택해, 네가 뭘 하든 함께할게.”라고 말할 텐데 반대로 저의 선택도 존중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휴 – 저는 상대방에 따라서 선택이 달라진다. “알아서 선택하세요”라고 말할 수 있지만 수아는 봉수에게 큰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넌 꿈이 없는 게 아니라 찾는 중이 아닐까”라고 하는 게 수아에게 큰 변화를 준 거고, 그런 봉수가 무인도가 소중하다고 하니 무작정 나가자고 쉽게 이야기하지 못할 거 같다.

박건, 박란주, 박정원.(제공=섬으로 간 나비)

Q. 극중극이 끝나고 수아가 한동안 동현과 봉수의 집에 찾아오지 않는다. 어떻게 지내다가 다시 공모전에 도전해보자고 찾아오게 됐는지 궁금하다.


지애 – 크게 달라질 것 없는 일상을 보냈을 거 같다. 똑같이 일하고 있지만 마음은 달라지고 있었기 때문에 문득 공모전을 다시 해야겠다는 마음에 그들을 찾아간다.


란주 – 빨래 널거나 무언가를 하다가 문득 ‘나 이거 좋아하나?’ 질문을 던지면서 지냈을 거 같다.


휴 – 이하동문입니다.


지애 – 저희 셋이 정말 동문이다. 동국대학교 연극학과의 동문이여서 “박란주 이하 동문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일동 웃음)


Q. 극에서 수아는 로또에 당첨되는 이야기인데 현실에서 로또가 당첨되면 얼마 정도 됐으면 하나.


지애 – 1조. 봉수는 연봉을 3천만 원을 말하지만 수아는 10억을 말하지 않나. 사실 1조라고 해서 전혀 가늠이 안 된다. 어느 정도인지 짐작도 안 되니까 과감하게 불러보겠다.


휴 – 이왕 될 거면 500억.


란주 – 너무 고민된다. 적당히 살 거 사고 일하면서 열심히 살고 싶다. 나태하게 돈만 쓰면서 사는 삶은 싫으니 100억.


지애 – 얼마 전에 아이유가 100억이 넘는 집을 현찰로 샀다더라. 그 돈이면 한강 뷰의 집은 못 살 수 있다. 1조 정도 불러야 한다. (웃음)

손지애.(제공=섬으로 간 나비)

Q. 무인도에 간다면 가지고 가고 싶은 3가지는.


지애 – 사랑하는 사람과 1년 치 맥주, 그리고 맥가이버 칼.


란주 – 엄마, 아빠, 미래의 남편.


휴 – 친언니, 1년 치 콜라, 사진기. 저는 콜라 없이 못 산다. 친언니가 가장 친한 친구이고 사진기는 언젠가 무인도를 떠나 돌아갈 때 이곳이 그리워질까 봐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


Q. ‘무인도 탈출기’의 무인도처럼 나에게 아지트 같은 곳은.


지애 – 저는 장소보다 사람이 떠오르는데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과 있을 때 가장 자유롭고 저도 몰랐던 모습이 나와서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라고 느끼며 긍정적으로 발전하는 게 있어서 좋다.


휴 – 저의 방인데, 처음 ‘무인도 탈출기’를 만나기 전까지 제 방은 그냥 옷이 있고 잠을 자는 곳이었다가 작품 후에 아지트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때 처음으로 방을 꾸미고 이렇게 야경이 예쁜 곳인지 알게 됐다. 집에서 술을 마시지 않았다가 방에서 음악 틀어놓고 슬라임을 만지면서 혼술을 한다.


란주 – 저도 제 방이다. 원래 역마살이 꼈는지 카페 돌아다니고 사람들 만나면서 집에 오래 있지 않았다. 작년을 기점으로 방을 정돈하고 꾸미면서 애착이 생겼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밖에서 놀고 와도 방에 혼자 있는 평안함이 확실히 다르더라.

박란주, 손지애, 이휴.(제공=섬으로 간 나비)

Q. 수아처럼 꿈이 아직 없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은.


란주 – 저도 제 꿈에 대해서 명확하게 말을 못 한다. 그렇다고 덜 열심히 사는 것도 아니고 제가 할 수 있는 거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여러분도 그렇게 사셔도 될 거 같다.


휴 – 꿈이 빛의 전부는 아니다. 넌 너대로 별이다.


지애 – 난 손지애인데 꿈이 없어요.


한편, 뮤지컬 '무인도 탈출기'는 박영수, 박건, 안재영, 박정원, 강찬, 김동준, 박란주, 손지애, 이휴가 함께하며 8월 1일까지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공연한다.


http://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76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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