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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Aug 16. 2021

[인터뷰] 김바다, 기억의 서랍 함께 열어보시겠어요?

김바다.(제공=아이엠컬처)

다음은 7월 19일에 나간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어릴 적만 해도 미래에는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고 상상했다. 아직 그만큼의 미래가 오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어느 한쪽에서는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고 있으며 어느 부분에서는 아직은 시기상조인 점도 보인다. 로봇은 어디까지 우리의 삶을 대체할 수 있을까.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제작 아이엠컬처)는 세상과 고립된 삶을 택한 ‘엠마’와 가짜보다 더 진짜 같은 로봇이 전하는 잊고 지냈던 소중한 기억을 찾아줄 기적 같은 이야기를 다룬다. 2018년 초연된 후 3년 만에 돌아온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는 ‘엠마’ 역의 이영미, 유연, 정연, ‘로봇’ 역의 유승현, 문성일, 김바다, ‘여자’ 역의 소정화, 정가희, ‘버나드/남자’ 역의 최호승, 조환지가 연기하고 있다.


김바다는 2015년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으로 데뷔해 ‘B Class’, ‘오펀스’, ‘나쁜자석’, ‘언체인’, 뮤지컬 ‘무한동력’, ‘데미안’, ‘인사이드 윌리엄’,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 ‘사생활’ 등 무대에서 브라운관까지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열린뉴스통신은 지난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김바다를 만나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그는 “김태형 연출님의 연락을 받았고, 박해림 작가님과 이전에 작품을 해본 적도 있고 좋아하는 창작진이라 대본을 보기 전부터 회사에 바로 이야기 해보겠다고 했다. 마침 스케줄도 잘 맞아서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바다.(제공=아이엠컬처)

김바다는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의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어려웠다고 한다. “로봇 역할을 한다는 프레임이 있다 보니 ‘로봇 시각으로 봤을 때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까’라는 것으로 어려웠어요. 스토리는 어렵지 않았지만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죠. 그래서 마치 창작 초연 작품을 하듯이 연습실에 상주해서 수정을 많이 해가며 고민했어요. 확실히 사람이 아니란 것이 어렵더라고요. 인간적인 로봇이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 사람처럼 표현을 하고 어느 부분은 로봇처럼 표현을 해야 할지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그럼 어느 부분에서 가장 로봇 같다고 생각할까 묻자 그는 “리액션이다. 사람이었다면 엠마가 초반에 로봇을 문전박대하고 들여놓고도 윽박지르면 주눅 들기 쉬운데 로봇은 시종일관 해맑게 리액션을 한다”고 답했다.


정부에서 무료로 배포된 독거노인을 위한 도우미 로봇은 엠마의 집 앞에 배달된다. 청소, 빨래, 설거지 등 집안일과 사람의 심리, 건강 상태를 판단하는 고마운 로봇에서 엠마는 집 밖으로 나가라고 소리친다. 우여곡절 끝에 들어온 로봇에게 엠마의 첫인상은 어떨까.


“두 가지를 생각하게 돼요. 엠마를 버나드처럼 ‘저 집에 무서운 사람이 산다’고 생각해 바라보는 게 아니라 제가 케어해야 하는 주인공이죠. 로봇의 눈에는 엠마가 쓸쓸하고 고독해 보이며 어딘지 모르게 공격적으로 보인다는 것을 느끼지만 엠마의 사고를 때로는 무시해야 해서 흥미롭기도 해요. 이영미, 유연, 정연 배우가 엠마로 연기하고 있는데 누나들이 정말 사랑스러워요. 세 분의 색깔이 다르지만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걸 알고 있고, 영미 누나는 강인한 이미지와 달리 저의에게 구박도 못 하세요. 정연 누나는 화도 잘 내지만 따뜻하게 잘 대해주신답니다. (웃음)”

김바다.(제공=아이엠컬처)

김바다는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매회 다르지만 최근 공연에서 로봇이 아예 꺼지고 엠마와 버나드가 만나고 엠마가 혼자 부르는 넘버가 있다. 저는 소대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데 가사가 정말 좋았다. "거짓이면 좀 어때, 그 안에 진실도 있을 수 있잖아. 그러다 또 외로워지면 어때." 공연의 후반부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 하고 ‘저러면 어때’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일 좋아하는 순간 중 하나다”고 전했다.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의 배경은 2052년으로 앞으로 약 30년 후의 이야기이다. 60대가 됐을 때의 인간 김바다의 모습과 작품처럼 로봇이 인간을 돌볼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를 던져보았다. 그는 “고민이나 불편함을 갖고 있는 60대였으면 좋겠다. 사적인 삶이든 공적이든 안정기의 나이일 텐데 그것과 반대로 어떤 부분에서는 고민이나 불편함을 느끼고 있어야 꼰대가 그나마 덜 될 것 같다. 그리고 저의 바람인데 과학이나 시대가 아무리 발전해서 기술의 영역으로 채울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믿는다. 공연도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데 그러면 슬플 것 같다. 사람이 하는 것을 사람이 보고, 그렇게 해야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남아있었으면 좋겠다”고 소신을 전했다.

김바다.(제공=아이엠컬처)

작품을 볼 때 무대를 자세히 보면 서랍이 엠마의 집안을 감싸고 있다. 마치 서랍으로 지어진 집 같은 느낌도 든다. 과거 기억에 갇혀 지내는 엠마의 모습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온갖 데이터를 기억하고 수집하는 로봇의 모습 같기도 하다. 그럼 김바다가 유난히 갇혀 있는 과거의 기억과 행복했던 추억의 서랍 속 기억은 언제일까.


“저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 아니에요. 일기를 매일 쓰지는 않지만 기록하려는 이유는 잊고 싶지 않아서죠. 과거보다는 지금을 살자는 느낌이에요. 최근 행복했던 기억은 코로나19가 심해지기 전에 부모님과 안면도로 바람을 쐬러 갔는데 서해가 정말 예뻐서 의자를 깔아놓고 앉아서 한참을 바라보다 왔어요.”

김바다.(제공=아이엠컬처)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의 귀여운 제목처럼 김바다는 표현의 인색한 편은 아니고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한다. 그는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이 말을 제때 하지 못했던 순간으로 제가 어렸을 적에는 무뚝뚝하고 말을 잘 안 했었다. 배우를 하면서 성격이 변한 스타일인데, 초등학생 때 윤봉준이라고 단짝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는 표현을 정말 잘하던 친구로 제가 전학 갈 때 집골목까지 따라와서 울면서 전학 가지 말라고 하더라. 그때 "와줘서 고마워"라는 말을 하고 싶은 마음은 한가득이었지만 마음과 달리 "집에 가~"라고 말했었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저는 작품을 봤을 때 어떤 메시지인지 빨리 파악해야 좋은데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았어요. 오히려 작품에 노인인 엠마가 나오는 게 반칙이라고 생각했죠. 엠마 나이대 이하로는 느낄 것들이 많지 않을까요? 작품 속에서 엠마도 성장하지만 로봇도 성장한다고 생각해요. 연습하다가 삭제된 장면이지만 왈츠를 출 때 엠마의 기억이 열리면서 로봇의 대사 중에 ‘지금 이 감정은 대체 뭐죠?’라는 대사가 힌트가 됐어요. 로봇이면 느끼면 안 되는 감정이 들어오는데 어찌 보면 오류인 거예요. 버나드를 만났을 때도 ‘기억’이라는 단어에서 ‘기억’이 대체 뭐고, ‘정확한 데이터’가 뭐 길래 로봇답지 않은 질문들이 입력되기 시작해요. 로봇이 자신의 임무를 꺼버리는 선택을 하는 것도 자기 의지를 가진 것이니 말이 안 되는 거죠. 하지만 ‘엠마를 행복하게 하고 건강하게 케어하려면, 엠마를 어떻게 해줄 때 진짜 행복해하는 거지?’라는 학습을 하며 그 선택까지 간다고 생각해요.”


김바다는 관객에게 주는 메시지로 “로봇 관련 작품이 몇 개 있지만, 이 작품은 나이 많은 할머니 엠마와 그 집에 찾아온 로봇의 이야기다. 나와는 거리가 먼 노인의 이야기나, 나는 인간이어서 다른 종족의 이야기라기보다 각자의 삶에 공감되고 위로와 해소가 되는 장면이 있다고 본다. 힘든 시기에 작품을 보면서 웃고 울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는 8월 29일까지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1관에서 공연한다.


http://cms.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8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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