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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Aug 16. 2021

[인터뷰] 연상호, 그의 무궁무진한 세계관

연상호.(제공=CJ ENM)

다음은 7월 28일에 나간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tvN 드라마 ‘방법’이 세계관을 확장하며 스크린으로 왔다.


2020년 마니아층을 사로잡은 드라마 ‘방법’의 연상호 작가와 김용완 감독이 엄지원, 정지소와 함께 영화 ‘방법: 재차의’로 다시 만났다. 전 세계적으로 K-좀비를 만들어낸 ‘부산행’, ‘반도’의 연상호 감독이 드라마의 작가로 분한 작품 ‘방법’은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으로 새로운 주술을 선보이며 시청자에게 색다른 공포감을 선사했다.


‘재차의’는 고서 ‘용재총화’ 제3권에 등장하는 요괴의 일종으로 검은 손의 되살아난 시체다. 손발이 검은색이고 걸어 다니며 움직이는 동작이 부자연스럽고 생전의 기억대로 사람의 말도 할 줄 알고 지혜도 있었다고 해서 기존에 알고 있던 좀비와는 다른 면이 있다.


‘방법: 재차의’는 이미 3개월 전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가 살인을 저지르며 경찰은 혼란에 빠지고, ‘재차의’에 의한 3번의 살인이 예고된다. 한자 이름과 사진, 소지품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 ‘방법’의 확장된 스토리로 스크린에 옮긴 연상호 작가와 화상 인터뷰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연상호 작가/감독은 ‘돼지의 왕’, ‘부산행’, ‘서울역’, ‘염력’, ‘반도’ 등으로 스크린에서 주목받는 감독이자 작가이지만 드라마를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드라마 시장이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가운데 이럴 때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할 수 있다. 이때 즈음에 CJ ENM 영화·드라마 총괄 최진희 대표님이 드라마를 해보자고 제안해 주셨는데 그 당시 영화 ‘반도’의 프리 프로덕션 중이라 연출을 할 수는 없어서 극본에 참여해도 괜찮냐고 되물었다. 그렇게 ‘방법’ 드라마 각본에 참여하게 되었고 결과물로써도 재미있던 경험이다. 웹툰 ‘지옥’도 제가 글을 쓰고 만화가가 연출하는 과정을 경험했는데 재미있더라. ‘방법’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김용완 감독님이 연출하고 제가 글을 쓰는 것도 재미있었고, 다른 아티스트와 협업을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상호.(제공=CJ ENM)

‘재차의’의 모습을 보면서 또 다른 좀비를 만든 건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연상호 작가는 “어렸을 때 영화 ‘강시선생’ 시리즈를 재미있게 봤다. 강시가 죽었지만 얼어붙어서 뛰어다니는 것이 몇십 년이 지나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유니크했다. ‘부산행’을 만들 때도 기존 서양의 좀비 움직임을 그대로 가져오기에는 어색해서 한국에 맞는 좀비의 움직임을 생각했었고, ‘재차의’의 움직임에 대해 생각할 때도 우려가 있었다. 아주 유니크하거나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 것은 종이 한 장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김용완 감독님이 연출한 ‘재차의’의 모습이 공포심을 만들어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올여름의 공포 영화에 화두는 무속신앙이 아닐까. ‘랑종’에 이어 ‘방법: 재차의’에도 등장하는 무속신앙이 갖는 매력에 대해서 묻자 연상호 작가는 “사람의 미지에 대한 공포와 경외를 하고 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지만 다른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는 공포가 있을 것이다.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본능적으로 재미있게 느껴지기 때문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닐까”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아시아 쪽의 토속신앙 중에서 재미있는 것이 많이 있어서 현대적인 장르와 어울리게 만드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 중이다. 최근에 부적에 대해서 생각을 다시 해보고 있는데, 서점에 가니 부적을 쓰는 법에 대해 적혀 있는 책의 두께가 상당했다. 부적을 어떻게 써야 하며, 쓸 때 어떤 도구로 써야 하는지 구체적이고 재미있게 쓰여있길래 다음에 무언가를 한다면 이런 걸 주제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흥미롭게 이야기했다.

연상호.(제공=CJ ENM)

연상호 작가는 작가와 감독의 포지션이 둘 다 다른 즐거움이 있다고 말한다. “작가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재미가 있고, 감독은 현장에 나가서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내는 재미가 있어요. 감독으로는 환경적으로 새로운 상황을 구현할 때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만드는 재미가 있다면 작가는 전혀 다른 재미가 존재하는 것 같아요.”


대중에게 연상호 작가/감독을 떠올리면 ‘부산행’과 K-좀비의 창시자로 떠올릴 텐데, 그는 스스스로의 정체성을 어떻게 설명할까. 그는 “몇 년 동안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 저는 프리랜서다. 프리랜서로 여러 가지 일거리가 있으면 하는 것뿐이다. 그전에는 직업인 연상호에 여러 가지 모습을 투영해서 유명한 영화감독이나 명성을 엊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작품을 하면서 느낀 건 저는 직업인으로서 완벽하게 프리랜서라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 어렸을 때 학교 뒤 문방구에서 팔던 조그만 유머 잡지들을 보면서 즐거운 상상을 하고 비디오 가게에서 홍콩 영화, 할리우드 영화를 빌리러 갈 생각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그러면서 제가 어릴 때 좋아했던 콘텐츠를 제공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몇 년간 작업해오고 있다. 내년에는 판타지 요소가 없는 현실적인 범죄물을 해보고 싶어서 기획 중이다. 하반기에는 만화도 연재될 것이다”며 끊임없는 창작 계획까지 함께 전했다.


“‘방법: 재차의’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에요. 옛날에 극장은 나들이 공간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가는 곳이었잖아요. 이 영화가 어려운 메시지나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강시 영화를 보러 갈 때 설렜던 마음처럼 관객도 마음 편히 즐겁게 보셨으면 합니다.”


한편, 영화 ‘방법: 재차의’는 절찬리 상영중이다.


http://cms.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83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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