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시작된

믿고 싶지 않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by 위수정 기자

1월 1일.


서른이 되는 1월 1일이면 온 몸에서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고 갑작스럽게 새나라의 어른이가 될 거라고 기대도 안 했지만, 현실은 기대하지도 않았던 내 마음까지도 잘근잘근 밟아버렸다.

눈곱만 간신히 떼어낸 얼굴로 무표정하게 몇 시간 동안 TV를 본다.

그동안 밀렸던 드라마를 다시 보며 중간중간 실소를 짓다가 문득 생각이 든다.

‘그래도 서른을 맞이한 첫날인데, 이렇게 보내도 될까?’


누구를 만나듯 꾸미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람다운 몰골을 하고 집 근처 서점으로 나갔다.

새해 첫날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휴일이어서 그런지 서점에는 사람이 많았다.

사람이 많지 않은 조용한 시간에 주로 오는 나는, 사람이 바글바글한 서점은 영 집중이 안 된다. 책 제목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이내 서점을 벗어나 카페로 갔다.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오늘 누구라도 만나서 같이 놀자’고 할 걸 그랬나 후회를 했다. 곳곳에 나와 같은 홀로 온 동지들이 있었지만 삼삼오오 바글거리는 카페에 앉아 새해 계획을 세우고 있는 내 모습이 흑백으로 보일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서른의 첫날이라고 뭐라도 해보겠다고 나갔지만 볼 일을 일찍 마무리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한 가지 느낀 게 있었다.


이십 대에 사람에 지쳤다고, 인생은 결국 혼자라고, 혼자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국 난 혼자 있으면 너무 외로운 존재구나.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들어가려고 하고 그리워하는 사람이구나.


삼십 대에는 또 어떤 사람들과 부딪히며 즐거워하고 아파하고 지지고 볶을까.

그래도 난 삼십 대 중에서 제일 베이비인 30살이다. 크하하하. 정신승리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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