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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Sep 26. 2021

[인터뷰]한승연, 사랑할 수밖에 없는 배우

한승연.©YG엔터테인먼트

다음은 9월 20일에 나간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영혼까지 끌어모아 마련한 집에 귀신이 함께 산다면?


‘제 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2관왕을 수상한 영화 ‘쇼미더고스트’는 ‘호두’(김현목 분)과 ‘예지’(한승연 분)가 전 재산을 끌어모아 저렴한 가격에 풀옵션의 집을 구하지만 어딘가 스산한 기운이 느껴진다. 귀신을 무서워하는 절친들이지만 귀신보다 무서운 서울 물가에 집을 포기할 수 없다. 비싼 퇴마사 대신 할인 이벤트 중인 꽃도령 퇴마사 ‘기두’를 불렀더니 웬걸, 귀신을 무서워하는 퇴마사라니. 결국 ‘호두’, ‘예지’, ‘기두’ 셋이 힘을 합쳐 셀프 퇴마에 맞선다. 과연 이들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최근 화상으로 진행된 ‘쇼미더고스트’ 인터뷰에서 한승연은 첫 장편 영화의 도전에 대해서 “작품을 촬영하는 내내 걱정을 했는데 시사회 후에 ‘케미가 좋았다’는 문장을 보고 굉장히 큰 칭찬 같았다. 이 영화에 부족한 배우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감독님께서 오케이 사인을 하시면 이게 정말 좋아서 오케이를 하신 건지, 시간적인 관계로 오케이를 하신 건지 고민을 하게 되며 부족한 연기자일까봐 걱정을 했다. 인간 한승연으로서도 도움이 된 작품이다”고 고민했던 지점을 털어놓았다.


한승연은 “‘쇼미더고스트’를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처음 봤는데, 영화제에 처음 가봤고, 제가 보지 못한 작품을 사람들과 동시간에 본다는 게 긴장되더라. 영화가 위트있고 밝게 나와서 만족스럽고 뿌듯했다. 아쉬운 부분이 없다는 건 거짓말이지만 결과에 대해서 만족한다”며 영화를 본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영화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예지’가 친구들과 쌓는 연대와 우정이 부러웠다. 저는 일반적인 2030세대의 취업난을 고생해본 적이 없고 어렸을 때부터 직업이 정해져 있었다. 요즘 청년들의 불안감에 대해서 다가가 보고 싶었고, 친구들이 지내는 모습이 아기자기하고 밝아 보였고, 예지가 사건에 휘말리면서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에 함께 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승연.©YG엔터테인먼트

한승연이 연기한 ‘예지’는 학점, 토익 점수, 자격증 등 취업을 위한 스펙을 갖췄음에도 지방대생이라는 이유로 취업에 낙방하는 취준생으로 많은 청년이 공감할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감정이지만 연예인으로 어릴 때부터 살아오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터.


“저는 어렸을 때부터 오디션 준비를 열심히 했지, 취업 준비를 해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취업이든 연예인 준비든 자괴감에 빠지는 건 같아요. 상황은 다르지만 감정적인 부분은 똑같다고 느껴요. 스스로에게 실망한 순간이 없는 순간은 없을 것 같습니다.”


‘쇼미더고스트’는 코믹호러로 ‘예지’, ‘호두’, ‘기두’ 모두 귀신을 무서워하는 캐릭터이지만 실제로 한승연은 오히려 귀신 이야기를 즐긴다. 그는 “겁이 하나도 없다. 오컬트, 심령, 좀비, 살인, 귀신 이야기 등 하나도 안 무섭다. 저는 새벽에 번지점프를 할 정도로 용감한 사람이다”며 웃어 보여서 기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극의 설정으로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33만 원인데 귀신이 들린 집과 보증금 없이 월세 330만 원의 펜트하우스 같은 집 중 어떤 집을 선택하겠냐는 밸런스게임 질문에 “귀신과는 해결을 볼 수 있는데, 서울 물가와는 해결을 볼 수 없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눈 게 ‘호두’네 집에 있는 귀신의 존재가 안타깝지 않냐는 거였다. 귀신이 해를 끼치려는 게 아니니까 설득이 된다고 본다”며 한승연다운 대답을 했다.


살다 보면 귀신에 관련한 속설을 한 개 이상 들으며 산다. 상갓집에 다녀오면 소금을 뿌린다든지, 산 사람의 이름은 빨간색으로 쓰면 안 된다는 등, 관련 속설 중에 믿는 것이 있냐니까 한승연은 “상갓집에 갔다 오면 소금과 팥을 뿌리는 건 마음이 아프다. 귀신이 나를 따라오면 어떤가. 그도 외로울 텐데. 정이 없는 것 같다. 가위눌리는 건 사람이 피곤해서 오는 근육 강진 현상이라 생각해서 안 믿고 귀신을 믿긴 한다”며 그의 말대로 용감한 면모를 뽐냈다.

한승연.©YG엔터테인먼트

한승연은 올해 데뷔 15년 차다. 인기 아이돌 그룹 ‘카라’로 데뷔한 그이지만 어린 나이에 단역으로 연기를 먼저 시작했다. 단역으로 6~70개의 작품을 참여했던 한승연은 학업을 위해 연기를 그만두고 중학생 무렵부터 가수를 바라보며 준비했다. 아이돌 활동 중에도 간간히 연기자의 모습을 보였다. 그는 “무대에서 밝은 에너지를 내뿜으며 즐겁고 기쁜 감정 외에 표현을 안 하고 살다 보니 슬프고 화내는 표현에 대해 익숙하지 않았다. 연기할 때 제 감정이 모자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받아들이는 분들과 노선이 달랐던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제가 이 직업을 오래 유지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 했다. 제가 소비되고 있는 부분에서 아직 괜찮은 사람인가 고민을 하고 있다. 저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간절한 마음을 가진 누군가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뷰의 말미에 한승연은 환하게 웃으며 자신이 첫 장편 영화의 인터뷰에 큰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전날 모범답안을 준비했다며 필기한 노트를 카메라에 비춰 보았다. 굳이 필기까지 하지 않고 미리 이야기를 준비하는 배우들도 있지만, 열심히 하고 싶어 하는 그의 노력이 더욱 예뻐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자신은 15년까지 이 직업을 유지할지 몰랐다고 하지만, 이런 점이 그를 이 자리까지 오게 만든 것이 아닐까. 한승연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한편, ‘쇼미더고스트’는 절찬리 상영 중이다.


http://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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