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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Oct 25. 2021

[인터뷰] 김지철, 최대한 담담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인터뷰] '보도지침' 김지철, 최대한 담담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김지철©(주)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다음은 10월 15일에 나간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어느 날부터인가, 이름 모를 곳에서 날아오는 팩스. '이 단어는 꼭 써라, 저 사진은 절대 쓰지 마라!' 서른둘의 엘리트 기자가 아무도 거스르지 않는 지침을 보란 듯이 거스르고, 세상에 공개한다.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연극 ‘보도지침’의 이야기다.


연극 ‘보도지침’(제작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은 제5공화국 시절인 1986년 전두환 정권 당시, 김주언 한국일보 기자가 월간 ‘말’ 지에 ‘보도지침’을 폭로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다. 2016년 초연 이후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보도지침’은 황희원 연출과 민활란 작곡가가 새롭게 합류해 실제 사건을 다룬 법정 연극을 관객이 좀 더 재미있게 느낄 수 있게 극을 보강했다.


사회부 기자 ‘김주혁’ 역에 오종혁, 임병근, 김지철, 편집장 ‘김정배’ 역에 김찬호, 박유덕, 장유상, 변호사 ‘황승욱’ 역에 구준모, 김건호, 검사 ‘최돈결’ 역에 장민수, 김찬종, 판사 ‘송원달’ 역에 조영규, 이지현, ‘남자’ 역에 김현준, 임진구, ‘여자’ 역에 문현정, 조한나가 무대에 오르며 호연을 펼친다.

장민수, 김지철©(주)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주혁’ 역의 배우 김지철은 3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소감으로 “연극에 대한 개념이 뮤지컬과 다르다고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제가 한 작품 중에서 뮤지컬스러운 작품들이 많이 없었다. 주로 드라마 위주의 뮤지컬이어서 차이점을 크게 생각해 본 적은 없고, 3년 전 한 연극 ‘아트’와 다른 것으로 ‘아트’는 유머러스함이 있다. ‘보도지침’은 초연부터 진지하게 봤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진지하고 사실을 다룬 작품을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욕심이 있었다. ‘보도지침’이 초연과 성격이 많이 달라졌지만 새로 바뀐 부분도 잘 전달되고 있다고 믿고 있어서 마지막까지 열심히 할 생각이다. 처음에는 편집장 ‘김정배’ 역으로 제의가 왔는데 저에게 ‘김주혁’의 모습을 보셨는지 캐릭터를 잘 연구해서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지철은 대본에서 ‘김주혁’을 봤을 때 대학 동기 중 한 명이 떠올랐다고 한다. “김주혁을 보고는 저의 대학 동기가 생각났는데, 소위 말하는 ‘아웃사이더’ 형의 사람이었어요. 저는 오히려 작품의 시대적인 배경이 눈에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1987’, ‘변호인’, ‘택시운전사’ 등 ‘보도지침’의 시대 배경과 비슷한 영화를 찾아봤어요. 원래 레퍼런스를 볼 때 같은 직업인으로서 배우를 보게 되는데 이번에는 시대를 위주로 봤습니다.”

김지철, 장유상, 김전호, 장민수.©(주)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시대에 중점을 뒀다는 김지철은 ‘김주혁’을 연기하면서 네 명의 주인공의 은사이자 판사인 ‘송원달’과 세 명의 친구들을 향한 마음이 공연을 거듭할수록 재미있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시대였다. 지금 공연은 한국대학교 안에 있던 뜨거웠던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처음에는 원달에 대한 주혁의 마음이 들어오더라. 나의 뜨거움을 지켜주신 분이고, 그런 분을 보면서 존경하고 있지만, 현재 판사와 피고로서 만나서 이 사건에 대해서 ‘송원달’ 판사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에 주혁이가 어떤 생각을 할까를 고민하게 되더라. 공연을 할수록 이 부분이 더 다가오고 다음으로는 정배, 승욱, 돈결이다. 주혁이가 돈결이에게 ‘너는 왜 그런 선택을 했니, 이해 못하는 거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갖고 있지만 ‘하지만 나는 절대 타협할 생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점점 재미있다”고 설명했다.


연극 ‘보도지침’의 첫 시작은 ‘김주혁’과 ‘김정배’의 기자회견 부분으로 실제로 관객이 기자회견의 사진 기자처럼 촬영이 가능하다. 김지철은 첫 공연 날의 그 신을 떠올리며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리는데 제 안에서 감정이 저절로 올라오게 만들더라. 이 부분이 공연을 집중하게 만들어 주고 저도 모르게 땀이 나면서 뜨거워지는 것 같다. (웃음) 이때 객석을 한번 둘러보면서 어떤 관객이 앉아 있는지 보는데 신부님과 수녀님이 앉아 계신 걸 보고 울컥했다. 실제로 사건 당시에 천주교에서 성명서를 낸 게 있어서 때문에 더 마음이 올라왔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보도지침’ 사건을 사회에 고발하는 ‘김주혁’이지만 김지철의 주혁은 선봉장의 느낌보다 내 옆에서 함께 소리를 내주는 단단한 나무 같은 느낌이다. 끓어오르는 열정은 아니지만 온건한 느낌이랄까. 이에 대해 김지철은 “배우로서 굳이 안 그래도 되는데 에너지를 더 쏟아서 자기의 만족감을 얻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는 이런 부분을 가지지 않으려고 했다. 주혁이가 말을 하는 거지, 어떤 걸 주장하고 피력해야 할 필요가 있나 싶더라. 저의 아내인 신소율 씨도 배우이니 이런 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대본에 쓰여 있고, 주혁이가 하고 싶은 말을 캐치하려고 했다. 저를 예전에 보셨던 분들은 제가 에너지를 쓰고 크게 표현하며 텍스트보다 저의 욕심과 해석을 부풀리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최대한 담담해지려고 애썼다”고 설명했다.

김지철.©(주)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1986년의 ‘보도지침’ 사건이지만 2021년인 지금도 전혀 유효하지 않다고 힘주어 말할 수 없다. 김지철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 걸 알아야 하니까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 요즘은 가짜뉴스도 있고, 관심을 끌기 위한 기사 제목을 쓸 때도 있다 보니 두렵기도 하다. 극에서 찰리 채플린의 독백을 뱉는데 신문과 방송이 발명된 거는 인류에게 화합과 좋은 영향을 호소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이런 점이 변질됐을 때 조바심이 나고 걱정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해 데뷔 11년 차로 만 10년을 꽉 채운 김지철은 “10년을 했으면 전문성이 더 생겨야 하지 않을까?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커진다”고 한다. 그는 “저는 데뷔를 미국 뉴욕에서 뮤지컬 ‘영웅’으로 했는데 그때는 뮤지컬 배우보다 이 작품을 하기 위해서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그룹 원들 안에서 최선을 하려고 했다. 그때 뉴욕에 태풍이 와서 숙소에 고립돼서 제 방에서 조그만 밥솥으로 38번의 밥을 지은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굉장히 즐거웠고 열심히 했다. 10년을 하면 전문성이 보여야 하는 시기라는 말도 있으니 더 욕심을 내서 최선을 다해보겠다”며 포부를 전했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인기가 거센 가운데 김지철도 이 프로그램을 보는 게 요즘의 소소한 행복이다. 리정, 시미즈, 립제이, 모니카, 코카앤버터를 응원한 그는 요즘 유행하는 ‘헤이마마’ 춤을 출 수 있냐는 질문에 “저 김지철이에요”라며 웃으며 답했다.


마지막으로 김지철은 “주혁으로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지 않다. 지금 사회에서 너무 무모한 것 같다. 주혁이보다 ‘보도지침’ 작품으로 생각됐으면 좋겠다. 오히려 자신과 사회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게 연출되어있기 때문에 작품을 보고 생각을 곱씹으며 나가셨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다”고 전했다.


한편, ‘보도지침’은 11월 14일까지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된다.


http://cms.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93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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