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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Nov 10. 2021

[인터뷰] 신재범, 그의 깊고 넓은 우주

신재범.©㈜파크컴퍼니

다음은 10월 22일에 나간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하늘, 자연, 우주를 좋아해요. 무한한 사랑을 주는 것 같거든요.”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파크컴퍼니)이 2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왔다.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는 카카오웹툰 랭킹 1위와 누적 조회 수 1억 2천만 뷰 이상을 돌파해 화제를 모은 캐롯 작가의 웹툰 ‘이토록 보통의’ 두 번째 단편작 ‘어느 밤 그녀가 우주에서’를 무대화한 작품으로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제이’와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 ‘은기가’ 사랑과 이별하는 평범하고 보통의 사랑 이야기다. 작품은 평행우주, 복제 인간이라는 특별한 소재와 보통의 연인 간의 이야기를 다뤄 인간의 가치와 삶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다.


우주로 떠나고 싶어 하는 ‘제이’ 역은 최연우, 강혜인, 이지수가 연기하며, 그녀를 사랑하는 따뜻한 남자 ‘은기’ 역에 손유동, 정휘, 신재범이 호연을 펼친다.


최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파크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난 ‘은기’ 역의 신재범은 “대본을 읽고 첫 느낌이 참 깊었다. 작품에 많은 게 담겨있고, 2인극이다 보니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관객이 초반에는 은기를 따라가지만 마지막에는 제이를 보게 된다. 그러면서 은기보다는 작품 자체에 몰입되면서 인물 간의 갈등이 보이는데 제목은 ‘이토록 보통의’라고 지은 게 역설적이고 흥미로웠다”고 작품에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

신재범.©㈜파크컴퍼니

신재범은 ‘은기’의 첫인상이 수동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미술관에서 ‘제이’가 먼저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면 둘은 아마 못 만났을 거다. (웃음) ‘은기’는 사람에 대한 벽이 있고 두려움과 불안함이 있는 캐릭터다. 저도 예전에는 누군가를 만나면 너무 반가워서 밝게 인사를 했는데 시원치 않은 리액션이 돌아오면 스스로 상처를 받았는데 돌이켜보니 저 자신에게 어이가 없었다. 제가 반가워서 밝게 인사해놓고 왜 상대방이 저와 같은 반응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상처를 받고 미워했는지 싶더라. 그리고 상대가 반갑게 대하면 반갑게 인사를 하고 떨떠름하게 대하면 저도 똑같이 대한 적도 있었다. ‘은기’가 어릴 땐 어떻게 살았을지 대본에 나와 있지 않아 한 시간 반 동안 무대 위에서 저 사람은 어떤 사람으로 살았겠다고 추측하지만, ‘은기’ 또한 사람들과 관계 속에서 상처받았을 것 같다. 믿음이 가고 마음을 연다면 어려 보이기도 하고 애교도 부리는 모습이 있지 않았을까”라고 설명했다.


이어 ‘은기’와 다른 점으로는 ‘제이’가 우주게 가게 됐다고 말할 때 그는 자신에게 미리 상의하지 않고 통보를 하는 점을 먼저 서운해하지만, 신재범이라면 “우리 미슐랭 레스토랑 예약하자! 맛있는 거 먹으면서 축하하자!”고 말할 것 같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신재범은 ‘제이’ 역의 세 명의 배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세 명의 ‘제이’가 느끼는 감정의 결이 조금씩 다르다 보니 세 배우가 우는 포인트도 달랐어요. 저도 어떤 배우와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게 되면 다른 호흡에 새로운 자극이 돼서 이전과 다른 감정이 느껴질 때도 있더라고요. (최)연우 누나는 촉촉해요. 사람이 강단 있어 보이고 단단해 보이는데 그 안에 무언가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같이 울컥하게 하는 힘이 있죠. (강)혜인 누나는 가장 정적으로 마이너한 감성이 있어요. (이)지수 누나는 특유의 밝은 에너지가 있어서 앞부분이 통통 튀기 때문에 그만큼 뒤의 장면이 무겁게 느껴져요.”

신재범.©㈜파크컴퍼니

‘은기’는 자신이 사랑한 ‘제이’가 우주에 가기 위해 자신과 똑같은 로봇 ‘그녀’를 만들어뒀다는 이야기에 큰 충격을 받는다. 자신이 사랑한 사람은 ‘제이’였는지 로봇인 ‘그녀’였는지 혼란스러운 가운데, ‘은기’는 로봇인 ‘그녀’를 찾아간다. ‘은기’에게 ‘제이’와 ‘그녀’는 어떻게 달랐을까. 신재범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은기’에게 니스에 갔던 1년이라는 시간은 불안하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제이’를 보면 나 없어도 잘 지낼 것 같고, 날아갈 것 같은 사람이었는데 니스에서 ‘제이’인 줄 알고 같이 지낸 ‘그녀’와의 시간은 그런 불안한 마음이 안 드는 시간이어서 얼마나 소중하고 뜻깊게 다가왔을까 싶다. 이 사실을 알고 혼란스럽고 뭐가 진짜인지 헷갈리는데, 로봇인 ‘그녀’ 또한 사람과 같이 밥을 먹고 인간과 같이 생리현상을 겪는데 누가 로봇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러다 로봇 마을에 ‘그녀’를 찾으러 갔더니 "날 찾아오지 마. 그녀에게도 너에게도 좋을 거야"라고 하는데 오히려 ‘그녀’가 더 커 보이고 마음이 동했던 것 같다. ‘제이’가 로봇에게 "쟤는 가짜이고 본인이 진짜"라고 하면서 니스에 가자고 말할 때 ‘그녀’가 니스에 가자고 말했던 장면이 오버랩된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이토록 보통의’를 본 관객이라면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를 한 번쯤은 할 것이다. 신재범에게도 똑같이 물으니 “너무 어렵다. 모르겠다”고 머리를 저으며 답했다. 그는 “대본에 정해져 있으니까 하는 거지, 몇 년간 사랑하던 사람이 로봇이었다고 하면 상상이 안 돼서 접근조차 되지 않았다. ‘제이’와 6년의 연애를 하고 ‘그녀’와 니스에서 1년을 보낸 거로 볼 수 있지만, ‘은기’에게는 7년째 한 사람을 만난 것이다. 1년간 가장 큰 추억과 잊지 못할 경험이었지만, ‘은기’에게는 1년을 보낸 ‘그녀’가 아니라 그 전 시간부터 함께 지냈던 ‘그녀’라고 느껴질 거다”고 덧붙였다.


신재범은 복제인간에 대해서도 무서움을 드러냈다. 그는 “과학이 발전하고 있지만 제 복제인간을 안 만들 것 같고, 무서울 것 같다. 저로서 생을 살아가다가 마감했으면 하지, 저라는 존재가 복제인간으로 남아 계속되길 원하지 않는다. 제가 죽은 후에 복제인간이 살아가는 것도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신재범.©㈜파크컴퍼니

이번 시즌 ‘이토록 보통의’는 LED 비디오 매핑을 이용해 현실과 판타지,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무대는 주인공의 집에서 한순간 광활한 우주가 되었다가 니스의 바닷가로 변하며 작품의 이해와 극적 몰입도를 높였다. 신재범은 평소 우주와 자연을 좋아해 별을 보거나 바다를 보러 훌쩍 떠나기도 한단다.



“자연은 무한한 사랑을 주는 것 같아요. 힘들고 지칠 때는 힘을 주고 때로는 감동을 줘요. 이런 일이 자주 있지는 않지만 마음이 힘들 때나 새로운 삶에 활력이 필요할 때 바다나 별을 보러 가요. 그것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다른 행성에 저 혼자 와 있는 느낌이 들어요. 마음이 편해지면서 지구에게 위로를 받는 것 같거든요. 때로는 친구들에게도 저와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자는 걸 깨워서 일출 보자고 하고 등산을 데려가기도 해요. 등산하면 잡생각도 하게 되지만,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하는 시간이 좋습니다.”


신재범은 인터뷰하러 오는 지하철 안에서 시를 썼다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는 “지하철에서 향수를 뿌린 많은 사람을 만났다. 어떤 향은 부드럽기도 하며 어떤 향은 코를 찌르기도 하지 않나. 나에게는 어떤 냄새가 날지, 오늘 향수를 뿌리지 않고 왔는데 여러 가지 향 속에서 아무 향이 나지 않는 나의 향이 더 특별할 수 있겠다 싶어서 시를 한 편 썼다”며 부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신재범과 ‘이토록 보통의’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동안 그의 깊고 넓은 우주에 감탄하게 됐다. 그의 우주가 앞으로 어떻게 더 확장될지 기대가 된다.


한편, ‘이토록 보통의’는 11월 21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http://cms.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9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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