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11월 1일에 나간 영화 '세버그' 리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모두가 사랑한 할리우드의 아이콘, FBI의 표적이 되다”는 한 줄의 시놉시스만으로도 이미 영화의 내용은 그려진다.
‘세버그’는 FBI의 집요한 감시와 정치공작으로 배우와 인간으로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했던 1965년부터 1970년까지 진 세버그의 삶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세버그가 가족과 인사를 나누고, 할리우드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흑인인 하킴 자말(안소니 마키 분)에게 일등석을 내어주지 않아 실랑이가 이뤄지는 것을 목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세버그는 이륙 후에 하킴 자말과 함께 흑인 인권 지지의 의사를 표하고, FBI는 그 장면을 목격한다. 이후 더욱 적극적으로 흑인 인권 단체를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세버그는 FBI의 표적이 되고, 잭 솔로몬(잭 오코넬 분)에게 진과 하킴을 24시간 도청하게 한다.
‘세버그’의 내용은 국내에서 MBC 예능 ‘신비한TV 서프라이즈’와 SBS 교양 ‘당신이 혹하는 사이2’에 소개되며 이슈를 끈 적이 있다. 세버그는 FBI가 자신을 24시간 도청하고 있다는 사실에 편집증 증상을 보이며, 임신한 아이가 흑인일 것이라는 음모론에 스트레스를 받고 백인 아이를 출산한 지 이틀 만에 아이를 하늘나라로 보낸다. 정치공작에 휘둘리던 세버그는 실종 9일 만에 차 안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어 자살로 종결됐다.
진 세버그가 활발히 활동했던 1960년대는 흑인과 백인은 분리된 생활을 하며, 흑인이 마신 물컵을 버려버리고, 대중교통도 흑인은 따로 타야 할 정도로 인종차별이 극에 달해 있었다. 이때 세기의 아이콘 백인 여배우가 흑인 인권 단체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고 생각하면, 반세기 전 이야기인데도 옛날이야기 같지 않은 기시감은 무엇일까.
극심한 히스테리를 부리며 정치공작을 표현할 수 있는 영화는 의외로 담담하다. 세버그의 결말까지 보여주지 않고, FBI 요원이었던 솔로몬과 세버그가 바에서 만나 비밀문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 짓는 세버그의 표정으로 끝을 낸다. 커다란 집단에 한 개인이 어떻게 무너져 내리는지 잔잔하게 표현해서 그런지, 영화가 끝나고 화를 가득 안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찬찬히 곱씹어 볼 수 있다.
진 세버그를 연기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타임지가 “진 세버그 그 자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싱크로율 높은 연기를 선보인다.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세버그이고, 세버그가 크리스틴 스튜어트처럼, 세버그의 생전 사진이나 오디션 영상을 그대로 재현해 놀라웠다. 할리우드의 악동이자 자신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내는 크리스틴 스튜어트 역시 진 세버그의 배포와 닮지 않았나. 물론 FBI의 표적이 되어서는 안 되지만 말이다.
“한 사람을 바꾸면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라는 말에 마음을 움직인 진 세버그. 나 하나쯤이라는 마음보다 나 하나라도 돕겠다는 그녀의 마음에 감사를 표하며. ‘진 세버그’ 11월 4일 개봉, 러닝타임 102분, 15세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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