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12월 13일에 나간 뮤지컬 '하데스타운' 배우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요즘은 지옥이 유행이다. 뮤지컬 ‘하데스타운’과 넷플릭스 ‘지옥’으로 현실과 맞닿아있는 지옥으로 초대한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제작 에스앤코)은 한국에 상륙하기 전부터 관객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2016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선보인 ‘하데스타운’은 캐나다와 런던 공연을 거쳐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정식 개막을 했으며, 3개월 뒤에 열린 토니 어워즈에서 뮤지컬이 수상할 수 있는 15개 부문 중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가운데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연출상, 음악상, 편곡상, 남자조연상, 무대 디자인/조명/음향상까지 총 8개 부문을 수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브로드웨이의 공연이 문을 닫기 직전 가장 뜨거웠던 뮤지컬이었던 ‘하데스타운’은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아내 에우리디케를 되찾기 위해 지하 세계로 향하는 오르페우스, 사계절 중 봄과 여름은 지상에서 가을과 겨울은 지하에서 남편인 하데스와 보내는 페르세포네의 이야기가 지상과 지하 세계를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교차된다.
지난 9월 한국에서 라이선스 초연을 선보인 ‘하데스타운’은 실력파 배우들의 캐스팅을 공개해 기대를 자아냈다. 낙관적인 이상주의자인 ‘오르페우스’ 역에 조형균, 박강현, 시우민, 극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헤르메스’ 역에 최재림, 강홍석, ‘하데스’의 아내 ‘페르세포네’ 역에 김선영, 박혜나, 강인하고 독립적인 영혼의 소유자 ‘에우리디케’ 역에 김환희, 김수하, 지하 세계의 주인이자 왕인 ‘하데스’ 역에 지현준, 양준모, 김우형이 무대에 올라 관객을 맞이한다.
최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김수하를 만나 ‘하데스타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그는 핑크색의 정장을 입고 환한 미소로 취재진을 반기며 맞이했다.
브로드웨이에서 핫한 공연이 한국에 온다고 했을 때 오디션을 보러 간 김수하는 자기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신나게 놀고 왔다고 한다. 그는 “뮤지컬 ‘렌트’를 했을 때와 비슷했던 게 크고 검증 받은 작품에서 ‘나 같은 신인을 쓸까?’라는 생각에 오디션에서 기대하지 않았다. 제 역할이 아닐 거라는 마음에 부담감과 기대가 없이 오디션을 봐서 ‘렌트’나 ‘하데스타운’이나 거의 놀다 온 마음이었다. 경직된 분위기에서 심사를 본 게 아니라 마치 공연을 하고 온 것처럼 푹 빠져서 오디션을 보고 왔었다. 주위에서는 제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해 주고 그런 말이 고맙지만 혼자 들뜨고 김칫국 마시는 게 싫어서 한 귀로 듣고 흘렸는데, 합격 소식을 듣고 너무 놀라서 진짜 맞냐고 계속 확인을 했었다”고 웃으며 회상했다.
‘에우리디케’ 역을 위해 고등학교 1학년 이후로 유지해왔던 긴 생머리를 단발로 자른 김수하는 머리 자르기 전날 악몽을 꿨다며 웃었다. 김수하는 “머리를 거의 10년 만에 큰 변신을 주다보니 망하면 어쩌나 걱정을 하고 잠들어서 그런지 머리가 망하는 악몽을 꿨었다. ‘하데스타운’ 창작진께서 ‘에우리디케’ 역을 위해 잘랐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고, 저도 이 작품을 통해 머리 변화를 주는 것도 이미지에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잘랐는데 지금은 정말 만족해서 단발 전도사가 되었다”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데스타운’을 처음 연습할 때 레이첼 챠브킨 연출님께서 저랑 환희 언니랑 여린 느낌이 든다고 하셨어요. ‘에우리디케’는 바람에 맞서야 하고 지긋지긋한 추위와 배고픔을 싫어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연기로 잘 안 나오더라고요. ‘포미니츠’의 ‘제니’랑 비슷하면서도 달라서 이 부분이 어려웠어요. 연출팀이 강인함을 끌어낼 수 있게 연습을 많이 시켜주셨죠.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진’과 비슷했던 게 초연 때는 이 아이의 내면보다는 겉으로 강하고 영웅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했던 걸 느끼면서 두 번째, 세 번째 공연할 때는 ‘진’의 보여주지 않았던 속마음을 보여주려고 했었거든요. 이번에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요. 관객이 보시기에 ‘왜 쟤는 바람에 맞서고 자신을 감추면서 살까?’라고 생각할 때 해결점이 보여야 하고 공감을 하실 수 있어야 한다고 느꼈어요. ‘에우리디케’가 화만 내는 것보다 ‘오르페우스’를 만나서 쌓아뒀던 벽이 허물어지면서 이 아이의 내면의 모습이 보였으면 했어요. ‘렌트’의 ‘미미’도 진한 화장 속에 있는 여린 모습이 보이길 바랐었거든요. 여린 모습이 ‘오르페우스’만 있는 게 아니라 ‘에우리디케’에게도 있답니다.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면이 있듯이, 순간순간 이 아이의 연약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와 첫 만남에 다짜고짜 “결혼할래요?”를 묻는다. 김수하는 “이상한 사람 보듯 쳐다보지만 ‘에우리디케’도 웃긴 게 계속 대답을 한다. 그런 묘한 게 있는 것 같다. 관객이 봤을 때 ‘싫은 건 아닌가?’ 싶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우리디케’가 ‘오르페우스’에게 마음을 열고 결혼하기로 마음먹은 부분은 어느 지점 같냐고 묻자 “’에우리디케‘는 확답을 받고 싶어 하고 결국에는 "그냥 안아달라"는 거였다. 그리고 ’오르페우스‘는 "영원히 안아줄게"라는 대답을 하며 이 말에 안심한다. 그동안 ’에우리디케‘가 얼마나 외로웠을지가 보이는데, 마음을 다 주기에 무섭고 또 버려지고 혼자가 될까 봐 두려운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초반에는 혼자서 잘 살 것 같고, 기대고 싶은 누군가가 필요해 보이지 않지만 뒤에 ’오르페우스‘와 노래를 할 때 보면 너무나 불안정한 아이라는 게 보이니까 관객도 둘의 사랑에 공감하고 위로받을 것 같다”고 전했다.
‘오르페우스’ 역에 조형균, 박강현, 시우민이 함께하고 있는 가운데, 김수하는 세 배우의 다른 지점이 실제 그들의 나이와 느낌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형균 오빠는 3~4살 이상 차이 나는 남자, 강현 오빠는 한 살 많은 정도이고, 우민 오빠는 동갑이나 연하남 같은 느낌이다. 이 차이의 순으로 제가 더 지켜줘야 할 것 같은 사람들이다. 이건 ‘외쳐, 조선!’할 때도 마찬가지로 배우들에게 실제 나이에서 오는 느낌이 있는 것 같다”며 배우마다 다른 느낌을 설명했다.
그리스 신화의 내용에도 있듯 ‘오르페우스’가 뒤돌아보면 ‘에우리디케’와 영영 헤어져야 하는 상황 또한 ‘하데스타운’의 클라이맥스다. 심지어 ‘오르페우스’가 뒤돌아보는 순간 객석에서 탄식이 흘러나온다. 김수하는 “‘오르페우스’가 되돌아보자마자 일단 ‘에우리디케’는 놀란다. 그리고 날마다 상대 배우마다 따라 그 후에 감정이 달라진다. 어느 날은 그저 원망스럽고, 어느 날은 이 마음도 미안하고 다시 못 볼 생각에 슬퍼진다. 또 다른 날은 괜찮다며 속마음을 감출 때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더 이상 보지 못하고 고통스러운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에 절망스러울 때도 있다”며 그 후의 ‘에우리디케’의 마음을 전했다.
만약 김수하에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나가고 싶으면 둘 중 하나는 뒤돌아보지 말고 오랜 시간 걸어 나가야한다고 하면 어떤 선택을 하겠냐고 묻자 그는 “차라리 뒤에 걷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앞에서 걸으면 뒤에 이 사람이 따라오는지 모르고, 뒷모습만 봐도 의지가 되지 않을까. 이 상황에서 ‘오르페우스’가 어둡고 추운 곳으로 걸어간다고 하는데 요즘 안개 효과 때문인지 정말 추워서인지 실제로 정말 춥다고 느껴져서 더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그러다 ‘오르페우스’가 자기 머리를 쥐어짜면서 ‘에우리디케’의 환청이 들린다고 할 때는 ‘나 진짜 여기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더라”고 덧붙였다.
공연의 마지막 장면에서 ‘오르페우스’와 다시 만나는 ‘에우리디케’. 둘은 기억을 잃은 건지, 기억을 못 하는 척을 하는 건지 궁금한 가운데 김수하는 “정해진 게 없어서 그날그날에 따라 달라진다. ‘오르페우스’를 바라봤을 때 그들의 표정에 따라 저도 달라진다. ‘에우리디케’를 알아본 것 같을 땐 저도 알아보는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며 그날그날 어떤 엔딩일지 맞혀보는 재미를 선사했다.
김수하는 ‘하데스타운’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로 ‘에픽3’를 골랐다. “‘오르페우스’가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숙이며 가진 것들을 잃을까 두려워, 그런데 지켜야 할 것들이 사라졌단 걸 알지 못한다는 부분이 있는데 이 말이 늘 심장에 꽂혀요. 살면서 저의 진짜 모습을 숨겨야 할 때도 있고, 대사처럼 어디서 머리를 숙여야 할 때가 있잖아요. 이게 결국 자기가 잃고 싶지 않은 걸 잃지 않으려고 하는 건데, 정말로 지켜야 할 걸 이미 잃어버린 걸 모르고 살고 있다는 게 참 슬프더라고요. 제가 점점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고, 이렇게 되지 않아야겠다는 메시지를 얻어요.”
아직 ‘하데스타운’을 보지 못한 예비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로 김수하는 “제가 어렸을 때 엄마께서 "일단 한 번만 먹어봐. 그 뒤로 맛없으면 먹지 마"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하데스타운’도 일단 한 번만 보세요. 보시면 빠져나올 수 없을 거다. 이 공연은 맛이 없을 수가 없답니다”라며 미소 지었다.
한편,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2022년 2월 27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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